실버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실버산업이 그리 융성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그래서 국내 유일 실버산업 관련 전문가, 학자 등이 모인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심우정 회장을 찾았습니다. 그가 일하는 성남시니어혁신센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령친화제품 체험관도 있습니다. 마침, 10월 22~26일, 대구에서 실버산업과 관련한 국제대회도 열린답니다. 심우정 회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어떤 단체인가요?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2000년 숙명여대에 실버산업전문가과정에서 실버산업을 공부한 사람들이 좀 더 발적하고자 모인 씨앗이 움터 만들어진 자발적 단체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민간단체로, 2003년 창립 이후 19년간 정기·분과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적 네트워킹이 이뤄지게 하고, 기관 자문 및 지원,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고령친화산업 확산과 융합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포럼에는 실버산업 분야 종사자, 연구개발자, 학자,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원 수는 800명 정도(정회원 200여명)입니다.
여러 기관과 단체, 개인이 포럼을 활용해 좋은 일을 만들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도록 늘 같이 찾아보고 연구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포럼은 국제제론테크놀러지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Gerontechnology)의 한국지부로 국제적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생활환경과 기술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환경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ICT/IoT(사물인터넷)와 인공지능(AI)으로 변화된 삶에 너무 잘 적응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 9일 포럼 창립 20주년이 됩니다. 지난 20년간 포럼의 역량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가서 최선을 다해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제 포럼은 국내외에 기여하는 공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 월드콘퍼런스(ISG2022월드컨퍼런스, ISG2022 Daegu)를 유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제론테크놀로지를 알리는 일을 선도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Q.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는 무엇인가요?
노년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탄생한 용어입니다.
제론테크놀로지는 기술로 노화 단계의 생활을 지원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시니어의 노화를 예방하고 노화된 부문을 보상하고, 노약자를 케어하며,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년학, 노인복지, 공학 분야와 긴밀히 협조해 연구 테마를 도출합니다. 융합적 연구를 실시해 그 결과가 사회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론'(Geron)은 그리스어로 노인을 뜻하지만 정확하게는 노인(The Aged)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고, 나이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The Aging)을 위한 기술입니다.
제론테크놀로지는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모두가 건강하고, 지속해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자립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즉 기술이 노화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고령자들이 없도록 배려합니다. 이들의 욕구가 반영된 기술 개발을 촉구하는 것이 제론테크놀로지의 관점입니다.
Q. 제론테크놀로지세계대회(2022 World Congress of Gerontechnology)는 어떤 행사인가요?
2022년 10월 22~26일, 대구에서 개최됩니다. 주제는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입니다. 이 행사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가 주최하는 ‘제13차 제론테크놀로지 학회 학술대회(SIGISG 2022)’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주최하는 ‘제6차 국제제론테크놀로지 엑스포&포럼(GREIGEIGEF 2022)’을 하나로 통합해 진행합니다. 대구시가 주최하는 ‘2022 액티브 시니어 박람회’도 동시 개최하는데, 사용자 중심의 민관학연 융합 학술, 쇼케이스, 전시 및 이벤트 행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술 혁신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UN은 2021년 10월, 세계노인의날 주제로 ‘모두를 위한 디지털 형평성’을 선정했습니다. 21세기 디지털 기술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령자의 기술 수용, 사용성 및 접근성 문제는 아직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는 지구촌의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나이 들어가는 모두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는 제론테크놀로지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학술대회, 마스터클래스, 쇼케이스, 전시, 포럼, 액티브 시니어 이벤트 등을 동시 개최합니다. 이를 통해, 공학, 노년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 간호학, 재활학, 이학, 작업 치료학작업치료학, 물리치료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전 세계 민관학연 제론테크놀로지스트들이 모여 급격히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삶의 이야기, 제론테크놀로지의 최신 연구개발 동향과 미래 비전은 물론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장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특히, 국내외 100대 제론테크놀로지를 발굴해 수요자, 연구개발자, 투자자들이 사회적 가치를 가늠하는 시사회 쇼케이스를 운영합니다. 디지털 전환 추진 도시, 공공, 시설 등 수요그룹이 제론테크놀로지를 평가하고 우수 제품서비스를 선정함으로써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K-제론테크의 글로벌 진출과 투자를 도모하고, 모든 참가자에게 한국의 문화유산 및 제론테크 산업현장 방문을 통한 즐겁고 유익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Q. 국내 실버산업 현황은 어떤가요?
실버산업이 2003년을 지나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나오고 고령친화산업육성진흥법도 제정되면서 그때 엄청 좋았어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 실버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 기대했고, 2007년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실버산업이 복지에 치우치다 보니 더 이상의 발전이 안 되고 있어요.
일본 같은 경우는 복지 자금이 산업에 쓰이는 데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복지자금이 산업에 쓰이는 걸 허용하지 않습니다.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어르신들을 위해 쓰는 돈이지 산업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즉 어르신들을 위해 좋은 제품을 최소의 가격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지, 그걸 자율적인 시장에 맡겨야 되고, 민간 육성을 위해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는 하는데, 세금 올렸을 때 찬성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세금 올리는 것 자체를 다 거부하죠.
그래서 우리들이 얘기하는 게 이건 복지 비용으로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산업 육성 비용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주장하고 있죠. 그런데 정치인, 지자체 많이 만나봤지만 노인 문제에 신경 안 써요. 고령친화도시 하자고 그랬더니 고령친화도시는 다 가입해요, 국제적으로 인증하는 거니까. 그런데 디지털화되면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도 못 쓰고 이런 불편함이 있으니, 지자체 차원에서 선포하고, 포럼하자고 제안하면, 관심 없다, 우리는 노인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고 합니다.
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50살부터 100살까지 일도 못하게 해놓고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역으로 이분들께 옛날에 행주산성 전투할 때처럼 노인과 여성이 돌을 날라주고 군인들이 전투하고, 그런 식으로 나눠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프라를 만들 생각을 안 해요. 노인이 반, 젊은이가 반인 나라인데, 그러면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를 생각해야 됩니다.
Q. 성남시니어혁신센터의 고령친화제품 전시관은 어떤 곳인가요?
이곳엔 약 6000여점의 고령친화제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노인용’ 제품이라면 안 팔린다고, 학자들까지도 자랑스럽게 얘기해요. 걸음이 불편한 노인은 당연히 지팡이를 씁니다. 그런데 ‘노인용’이라 해서 안 팔린다고 그러고만 있습니다.
일례로, ‘노인용’ 제품을 만들어 놓고 설문조사를 합니다. 이동을 못 하는 사람들만 조사하는 게 아니고, 연령대별로 전수 조사를 합니다. 60부터 80까지 건강한 사람도, 아픈 사람도 다 조사해요. 그리고 조사결과 90%가 사용하기 싫다고 한다, 발표해요. 건강하게 잘 걸어 다니는 어르신들은 지팡이가 필요 없으니 당연히 사용하기 싫다고 합니다.
어떤 강직한 남자 어르신인데 쓰러져서 편마비가 왔어요.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계속 싫다고 합니다. 그 분 아들이 “아버지, 잠깐 공원에 바람 쐬러 가요 잠깐만. 휠체어 잠깐만 타고 가요”라고 권했습니다. 어르신이 휠체어 타고 공원 갔다 오니 너무 좋은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휄체어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 사례에서 보듯, ‘노인용’은 사용하기 싫다는 설문조사의 표본이 잘못된 겁니다. “당신이 움직일 수 없다면, 이 제품을 사용하겠느냐?”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이 체험관도 사용성 평가를 합니다. 그런데, 이동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사용성 평가가 어렵습니다. 자칫 이동하다 다칠 수 있으니까 안 오시는거죠. 직접 모셔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걷지 못하는 분들 모셔서 제품 사용성을 평가해 봤습니다. 제가 옆에서 부축하고 잡아주면서 체험을 도왔습니다. 그분들 체험하고 나서 좋다고 하면서 말합니다. “누가 못 하게 하는데요?”
실제 부모님을 모셔본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마주치면 당황합니다. 솔루션을 찾는데 안 보여요. 그리고 그 어르신에 적합한 제품을 찾을 수가 없어요. 이런 체험관에서 사전에 체험해 봐야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합한 솔류션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실버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신다면?
2005년에 만든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대책을 보면, ‘모태산업 대비 비중’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양원은 100% 전문 실버산업입니다. 주택의 경우는 기존 주택공급회사들이 하는 거잖아요. 모태 산업 대비 비중에서 ‘노인형 20%’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파트를 짓든 도로를 개설하든 기존과 똑같은데 고령친화적인 것을 고려합니다. 일례로, TV가 시니어 제품이냐 아니냐 그랬을 때 노인이 사면 시니어 제품인 겁니다. 그런데 통계를 잡을 때는 시니어 제품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노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지금 애매한 겁니다. 전자제품이든 생활용품이거나, 시니어를 고려했느냐 여부를 기준으로 나눠집니다.
노인 특성을 반영했느냐를 볼 때, TV의 경우 소리가 안 들리니까 계속 하염없이 볼륨을 키우잖아요. 이것을 개선하려고 저음을 보강한다거나, 리모컨 사용성을 높이는 것은 고령친화제품입니다. 그러니까, 명확하게 고령친화제품이라고 정의하는 것보다는, 노인들이 편하게 쓸 수 있으면 당연히 노인들한테 많이 팔린다는 원칙이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집도 문지방 없애고, 화장실도 휠체어도 들어가게 크게 지어야 고령친화적인 것이죠.
또 하나, 노인용 제품들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복지 기술에서 시작돼서 그렇습니다. 복지 대상자이기 때문에 처치 수준만 맞추면 되기까 간단하게 만들겠다는 기본 개념이 들어가 있던 것입니다. 모양도 투박하고, 거부감을 갖게 되는 보조기기 같은 그런 느낌인 겁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국가가 보조하고,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대로 품질 좋은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허용돼야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됩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자기부담금 조절하면 비싼 제품도 공습할 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옵션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