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고령화로 인해 50~60대 시니어들이 차지하는 인구와 경제활동인구가 동시에 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상태는 여전히 단순노무직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 계속 일하려는 시니어는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연령과 저학력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단순노무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등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저숙련 일자리는 오히려 사라질 위기다.
따라서, 시니어들이 주된 일자리 경력을 유지하면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연구보고서 ‘신중년 노동시장 특징과 시사점’이 주장한 내용이다.
5060세대 경제활동 빠르게 증가
최근 5년 동안 일하는 50~60대 시니어는 연평균 2.9%씩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연평균 0.6%씩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일례로,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2020년을 저점으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줄었지만, 50~60대 시니어 취업자는 2017년 932만2000명에서 2021년 1035만9000명으로 연평균 2.7%씩 꾸준히 증가했다.
실업자도 지난 5년간 빠른 속도로 늘었다. 실업자는 2017년 23만3000명에서 2021년 34만7000명으로 연평균 10.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여성 실업자는 7만9000명에서 14만3000명으로 연평균 16.0%씩 늘어나 남성(7.4%)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났다.
단순노무직 종사 비중 매우 높아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었다. 시니어세대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근로환경과 고용안정성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세대의 단순노무직 비중은 27.1%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대 이하 11.7%, 30대 8.0%, 40대 10.1%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기술기능직(24.7%)도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가장 높았다. 반면, 전문관리직(14.0%), 사무직(10.7%)은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낮았다.
일하는 업체의 종사자 규모도 30인 이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중이 시니어세대는 7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종사상 지위에서도 시니어세대는 일용근로자 비중이 7.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고용 불안정이 다른 연령에 비해 컸다.
경력 잃고 하향 취업 경향 두드러져
시니어들은 주된 경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더 질 낮은 일자리로 떨어지는 경향도 높았다. 이 역시 일하는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활동조사 고령층 부가조사(2017년)에 따르면, 현재 일하는 시니어 693만6000명 가운데 40%(277만2000명)만 주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0%(354만7000명)는 주된 경력이 아니라 전혀 무관한 일자리로 이직했다. 이른바 ‘하향 취업’이다.
특히, 경력을 벗어나 다른 일자리로 이직한 시니어(354만7000명)들 가운데 절반(51.8%) 이상이 소득이 낮은 산업군에서 일했다. 이직하고 소득이 높은 산업군에서 일한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주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시니어들보다, 이직하는 시니어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더 오래 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근로를 계속 희망하는가?’ 질문에 유지자의 91.2%, 이직자는 94.6%가 일을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주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시니어들은 근로희망 나이를 65.5세까지로 생각했고, 이직한 시니어들은 67.7세로 답했다. 주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시니어들이 월평균 250만원 이상의 임금을 희망하는 비율도 높았다.
고용보험,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 가장 높아
2021년 시니어들이 가입한 고용보험을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이 취업한 분야는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20.4%)이었다. 이어 제조업(13.5%), 사업시설관리나 임대서비스업(13.4%)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중에서는 간병, 육아 등 돌봄서비스(31.0%)에 종사하는 시니어가 가장 많았다. 제조업에서는 단순제조(42..2%), 사업시설관리나 임대서비스업에서는 청소나 기타 개인서비스(39.6%)가 가장 많았다.
남성의 경우는 제조업(18.7%),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3.7%), 건설업(13.0%) 순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여성은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35.2%),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3.1%), 숙박 및 음식점업(9.6%) 순이었다.
단기임시직·단순노무직서 이동 가장 많아
시니어들은 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동일한 분야에서 이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행정이나 국방, 행정업, 건설업 분야에서 이직이 높은 이유로 단기 일자리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분야에서는 임시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하는 시니어가 많다는 분석이다.
동일 직업으로 고용보험을 재취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은 경호·경비직(66.2%), 음식서비스업(66.1%), 청소나 기타 개인서비스직(65.7%)이었다.
50대는 음식서비스직(65.6%)에서, 60대는 운전이나 운송직(69.3%에서 이직이 많았다. 성별로 남성은 경호·경비직(67.7%), 여성은 청소나 개인서비스직(70.0%)에서 이동이 가장 많았다.
“일자리 수가 아니라 질을 생각할 때”
이번 연구에서 고령화로 인해 50~60대 시니어 인구와 경제활동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상태는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재취업할 때 하향 취업할 가능성이 커 생애 주된 일자리와 관련이 없는 단순노무직을 전전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속 일하려는 시니어는 늘어나고 있지만, 앞으로 시니어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고연령, 저학력 시니어를 중심으로 저숙련(단순직)으로 일자리가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4차산업으로 인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 등의 등장으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저숙련 일자리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시니어 일자리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신중년의 주된 일자리 경력을 유지하며 재취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신중년 대상 고용 정책은 신중년의 경력을 유지하면서 일자리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신중년 고용 정책 대상을 구체화해 고용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신중년의 고용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신중년의 지속적인 사회 참여와 안정된 노후생활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