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정은조 기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했습니다. MZ세대에 대해 ‘공부’하려고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신조어나 줄임말 기사에 이어 두번 째입니다. 머리 희끗한 아빠뻘 인턴 겸 기자로서 사뭇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따돌림 받지는 않을까, 손가락질하지는 않을까. 일터에서 마주한 MZ세대, 충격이었습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건대역 인근 먹자골목 시장 안으로 10여분 걸어 도착한 ‘동네친구’. 사무실은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는 스터디카페였다. 스터디룸 하나를 통째로 빌려 사무실로 쓴다. 스터디카페에 사무실이라니…. 흔히 생각하는 사무실은 분명 아니다.
‘동네친구’는 쉐어하우스 사업을 기반으로 스터디카페 홈워크, 그리고 공유오피스 비상주닷컴 등 3개의 브랜드를 가진 부동산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대표 사업인 쉐어하우스는 건물을 임대한 뒤 3~4개의 방을 1인실, 2인실로 나눠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재임대한다. 광진구 화양동 주변 13곳을 운영 중이다. 1곳당 4~7명의 입주자를 모집해 운영한다. 보증금 100만 원, 월세 30만~40만 원 선으로 주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근무시작은 오전 10시라고 했다. 10분 정도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예의다. ‘나 때’는 그랬다. 정확히 9시 50분 사무실 도착했으나, 사무실엔 불도 꺼져 있었다. 우두커니 혼자 앉아 5분 정도 기다리니 대표가 출근한다. 그리고 10시 정각, 나머지 직원 2명도 출근한다.
강덕형(37)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은 3명, 20~30대들이다. 그런데, 서로 부르는 이름이 독특하다. 대표, 팀장이란 직책은 있지만 호칭은 닉네임, 덕, 헬로, 마가린이다. 기자도 어떨결에 ‘케빈’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수직적인 조직의 직급별 무게감 대신, 서로 친구처럼 존중하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서로 간단한 인사말을 건낸 후 무심한 듯 각자 책상에 놓인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아침을 안 먹은 직원은 눈치보지 않고 사무실에 놓인 간식과 음료를 먹으며 업무를 진행한다.
‘나 때’는 이러지 않았다. 30분 일찍 출근했고, 임원과 팀장 자리 찾아가 정중히 ‘문안인사’ 드렸다. 직원들과 어제 회식은 어땠는지, 속은 괜찮은지 안부를 건네고, 점심 해장을 약속하며 떠들썩한 아침이었다. 상사를 부모님처럼 떠받치고, 직원들과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지냈던 기자의 과거 직장생활 추억에서 캐캐묵은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이들의 업무방식은 낯설다. 아니, 생경하다. 스마트폰이 주된 업무도구다. 카톡으로 각자 오늘 확인할 내용이나 진행사항을 확인한다. 이후엔 ‘FLOW’란 업무용 협업툴에 공유된 파일 빈칸을 메워가는 작업이 소리 없이 진행된다. 작업이 끝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파일이 공유되므로, 별도의 보고는 ‘없다’.
‘나 때’는 그랬다. 아침 회의에서 팀장에게 직접 지시를 받거나, 사내 메일을 통해 과업이 떨어졌다. 엑셀이나 워드를 열고 자료를 작성한 뒤 통과될 때까지 보고에 보고를 거듭했다. 전형적인 사무직 사원의 업무였다.
카톡과 앱으로 소리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나 때’보다 업무 효율이 4배 정도는 빠르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동료들과 옥상에서 담배 피우며 상사 뒷담화도 나누고, 숙취가 있는 날엔 몰래 빠져나가 ‘땡땡이’ 치던 그 시절 인간미가 그립기도 하다.
‘동네친구’ 임직원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점심도 각자 따로 먹는다. 성가시게 서로의 식성을 맞춰 메뉴를 고르지 않아도 된다. 점심시간은 직원 개인의 자유시간이므로, 보장돼야 마땅하다. 설령, 다 함께 점심을 먹어도 계산은 각자 따로 한다. 식당주인도 익숙한 듯 한 테이블 계산으로 3개의 신용카드를 긁는다.
‘동네친구’ 임직원들과는 그 흔한 회식도 기대할 수 없었다. 매월 마지막 주, 함께 볼링을 즐기는 것으로 회식을 갈음한다.
‘나 때’는 이러지 않았다. 팀장을 모시고, 또는 팀원들과 함께 밥먹는 게 당연했다. 메뉴를 정하고 식당을 예약하는 담당을 정했을 정도다. 막내격인 담당사원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오랜 만에 다시 찾은 ‘회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점심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다음은 현장업무. 대표 덕은 대외업무와 사업개발, 헬로는 마케팅, 관리 등 운영 총괄, 마가린은 운영관리 담당이다. 기자 케빈은 강남지역 공유오피스 업체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는 사업개발 업무를 배정받았다.
덕은 케빈에게 포털사이트 부동산 섹션을 이용해 대상 업체를 선정하는 방법을 알려준 뒤 2시간 내에 20여개 업체를 추려 방문순서와 일정을 잡아 달라고 주문한다. 덕이 알려준 대로 하니 과연 대상 업체 20여개를 추리는 작업은 금새 끝났다. 그리고, 동선을 감안해 방문 약속을 모두 잡고 이날 근무를 끝낼 수 있었다.
이들은 웹사이트나 SNS 등 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전화와 같은 수작업은 최소한으로 줄여 업무효율을 극대화한다. 다음날 곧바로 현장으로 나가 임장활동에 임한다. 부동산 분야는 지역성과 부동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현장에서 직접 확인 후 의사결정하는데, 이것을 임장활동이라 한다.
‘나 때’라면, 아마도 3~4일은 족히 걸렸을 일들이다. 달랑 3명이, 그 많은 업무를, 감당하는 이유를, 드디어, 알아냈다.
MZ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업무를 진행한다. 그리고 의사 결정도 5G급으로 신속하다. MZ세대와 함께 일하고 있거나, 앞으로 그럴 계획이 있는 시니어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동네친구’에서 일하고 얻은 결과다.
첫째, 스마트워크에 능숙해야 한다. 네이버, 구글 등의 활용법, ‘FLOW’ ‘SLACK’ 등 온라인 협업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야 한다.
둘째,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셋째, 업무의 목표와 방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일해야 한다.
오후 6시, 일을 마치고 먹자골목을 들어서니 전통시장 특유의 각종 전과 만두, 떡볶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전철역 인근 생맥주, 햄버거 가게마다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전통시장과 최신 프렌차이즈가 공존하는 곳, 시니어들과 MZ세대도 이처럼 어울리며 공존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퇴근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