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최근 젊은부부 가구 2집 중 1집 꼴로 맞벌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손주를 둔 5060세대 절반은 현재 손주를 양육하고 있거나 과거 양육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편안하게 내 인생 좀 살자 했는데, 다시 육아의 멍에를 둘러매게 되니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명한 조부모 육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004년부터 수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조부모 육아교육에도 나서고 있는 목경화(60) 원장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부모와의 소통’
목경화 원장은 조부모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조부모와 해당 부모 사이의 소통’을 꼽는다. 목 원장은 “조부모는 부모가 직장에 가 있는 일정 기간을 보조해주는 역할이다. 그러니 강한 자기주장이나 마찰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목 원장은 또, “조부모 자신의 건강과 기분이 좋고 인생이 즐거워야 아이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부모가 맡길 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보살피기는 하지만, 육아가 힘에 부치면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가 없으니 자녀에게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목 원장은 요즘 젊은 엄마들의 생각이나 성향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목 원장은 “소통이 원활치 않으면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며, “너무 힘들어 막판에 ‘네 새끼니 네가 키워라’는 식으로 파행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육아 전에 조부모 본인 건강 먼저 챙겨라”
목경화 원장은 조부모 육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조부모 본인의 건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목 원장은 “너무 힘들면 가사도우미를 쓰자고 말을 해야 한다. 내가 안아주고 업어주고 씻겨주고, 전적으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며, “다치면 곤란하다. 관찰자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 관리만 해줘도 된다. 그래도 정말 힘들 때는 못 하겠다는 말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 원장은 또, “여행 갈 때 따라가서 아이들만 보살피는 신세가 싫으면, 그것도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며, “쌓아두면 우울증이 생긴다”고 했다. 다만, 본인이 결정하고 선택한 육아라면 강하게 마음먹고 임해야 한다.
갈등의 연속, “어지간하면 참고 넘겨라”
조부모들은 손자녀 육아에서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자녀와의 갈등, 며느리와의 갈등, 사위와의 갈등 등 대상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갈등의 원인은 대체로 음식을 깨끗하게 씻지 않고 먹였다거나, 소아비만이 염려되는 식품을 먹였다거나, TV를 많이 보여준다는 등 사소한 일이다. 할머니가 습관적으로 말끝마다 심한 욕설을 해서 일어나는 갈등도 있다. 이 같은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자녀 부부의 심각한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목경화 원장은 “본인이 끝까지 책임지고 기를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것은 그냥 참고 넘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갈등 요소는 육아의 대가다. 목경화 원장은 “아무리 가족이지만 그래도 대가를 드려야 힘도 나고 책임감도 갖게 된다”며, “조부모에게 돈이 있어야 아이에게 과자라도 사주는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된다”고 강조한다. 조부모들도 겸연쩍어하거나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가를 받으라고 조언한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와의 소통도 중요
목경화 원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아이들 교사와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 원장은 “선생님이 ‘안 된다’고 한 것은 부모나 조부모도 따라서 지켜야 한다”며, “선생님이 금지시킨 것을 부모가 허락하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아이가 스스로 신발을 신고 벗도록 하면 자립심과 자존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성취감을 갖는다. 더불어 소근육과 뇌 발달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 목 원장의 지적이다.
목 원장은 “절대 어른 기준으로 아이를 통제하면 안 된다”며, “가정통신문을 잘 읽어보고 집에서도 규칙과 규율을 잘 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목 원장은 “아이 앞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 험담을 하거나 흉보지 말아야 한다”며, “엄마들끼리 험담하는 소리를 아이가 듣고 선생님에 대해 부정적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교사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나 아빠 등에 대한 흉보기와 험담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어린이집, 시설보다는 원장·교사를 봐라”
금쪽 같은 손주를 위해 어린이집은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목경화 원장은 “부모들은 주로 시설을 많이 보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가 좋다”며, “부모와 떨어지니 아이가 불안한 상황에서 그나마 아이에게 익숙한 곳에 어린이 집이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고 했다.
또한, “시설보다는 원장이나 교사들의 얼굴을 보고 인상이나 인품, 인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며, “부모들이 다닐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 어린이집의 구성원들이 ‘아이에게 눈을 얼마나 잘 맞추나, 진심으로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나’를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목 원장은 “교실이 얼마나 크고 수업 교구가 얼마나 많은가보다는, 아이에게 이로운 교구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선 부모가 양육 책임자, 교사와 맞춰야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교사를 의심하거나 불신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목경화 원장은 어린이집 입학 시에 부모들에게 강조한다.
“육아의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위탁기관입니다. 다만,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는 교사들이 주 양육자입니다. 선생님들은 직업이고 전문가들입니다. 보육도 하고 교육이나 훈육도 합니다. 부모님들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고 그냥 사랑으로만 감쌉니다. 이때 거리감이 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들이 전문가니 믿고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목 원장은 “아이들의 양육은 어린이집과 가정의 부모가 절반씩 맡는다”며, “어린이집에서는 물 마시고 컵을 제자리에 놓도록 교육하는데, 집에서 부모가 대신 먹이거나 아무 곳에나 컵을 놓도록 감싼다면 교육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조부모교육, 성취감으로 만족도 매우 높아
목경화 원장이 맡고 있는 조부모 교육은 8명의 강사가 각자 자기 전공에 맞는 강의를 한다. 간호사 출신은 아이를 돌볼 때 위급상황 대처법과 응급조치에 대해 교육한다. 목 원장은 무용전공이라 주로 정신건강을 위한 치매예방 율동을 가르친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삶’이다. 우울감을 가지면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목 원장은 조부모교육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 시간 갖기를 지도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설이나 추석 명절에 어린이집에서 전래놀이 교사가 된다. 이때 한복을 입는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또 동화책 읽어주기나 이야기 할머니도 인기다.
목경화 원장은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조부모들은 성과에 대한 성취감으로 아주 만족해서 정신건강에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