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최근 20~30대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50~60대를 주축으로 한 시니어시장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5060세대는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또 다른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실버산업 규모는 2030년이면 168조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50~74세 인구는 이전의 시니어 세대와 달리 활발하게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이어가며 ‘액티브 시니어’로 불린다. 특히 은퇴 후에도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능동적 소비주체로 급부상한 베이비붐세대가 ‘욜드’(YOLD, Young Old)라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호텔급 시니어타운 청약경쟁률 25대 1
호텔·여행업계가 본격저적으로 ‘시니어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수요가 높은 만큼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단계로 접어 들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제 막 시니어시장이 구축되고 있어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내 호텔업계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롯데호텔)이 이른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브이엘)를 선보였는데, 사전청약 경쟁률이 무려 25대 1을 기록했다.
이 브랜드는 오는 2024년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선보이는 시니어타운이다. 국내 호텔업계선 처음으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를 표방했는데, 상업시설·한방병원·메디컬센터를 포함해 지하 4층, 지상 18층 57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해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24시간 컨시어지(접객 담당자)가 응대하고, 주 2회 청소·빨래를 해주는 ‘하우스 키핑’ 서비스도 운영한다.
의료기관과 연계한 맞춤 헬스케어와 호텔 셰프가 만든 맞춤 건강식도 내놓는다. 레지던스 단지 안에 도서관·사우나·운동시설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고 인문학·미술·운동 강좌, 프리미엄 요트 투어도 선보인다.
5060세대 주축 실버산업 ‘청신호’
이번에 호텔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를 선보인 이 대기업(롯데그룹)은 고령친화사업을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정하고, 2013년부터 실버케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이 그룹은 호텔브랜드를 앞세워 2017년 법정관리 매물로 나온 경기도 분당의 한 노인요양전문병원(보바스기념병원)의 회생절차에 참여하면서 시니어 사업을 시작했다.
이 병원은 평소에도 대기 환자가 400~5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 투자한 대기업 의료재단(롯데의료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수익은 49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11억원에서 55억원으로 늘었다.
이 그룹은 전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시니어 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니어 맞춤형 식단을 개발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운동프로그램, 프리미엄 요트 투어도 개발하고 있다. 이 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앞으로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발표했다.
자동차 핵심 구매고객도 50대 두각
국내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연령층으로 50대가 꼽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신차를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대는 50대로 전체 시장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8년에 비해 2.4%나 상승했다. 50대는 전 연령대에서 60대 이상과 함께 가장 높은 증가를 보였다.
5060세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경제적인 부분에서 안정적이며,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절대적인 인원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2040세대는 차를 구매하지 않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면서 5060의 자동차 구매가 증가하자 자동차 업계도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자동차 제조사(기아차)가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특별 프로모션 마케팅을 마련했다. 만 60세 이상 신차 구매 고객이 대상인데, 경차 및 소형, 준중형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 안전운전지원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지급하고, 자사의 초장기 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새차를 사면 80만원 상당의 종합 건강검진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식품업계도 시니어 고객 잡기 경쟁 시작
식품업계도 최근 들어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전까지 몇몇 기업이 실험적인 제품을 선보인 것과 달리, 업계를 주도하는 대기업들끼리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기업들은 이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만든 연화식을 공통적인 경쟁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식품대기업 P사(풀무원)는 최근 시니어를 위한 고단백 영양보충음료(단백한 하루)를 출시했다. 이 기업은 개인 생애주기와 생활주기에 맞춘 식단사업에 별도의 브랜드(디자인밀)를 새롭게 붙이고 음료, 디저트, 연화식 등 시니어 맞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식품대기업 C사(CJ프레시웨이)는 케어푸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헬시누리)를 앞세워 고령친화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화식 덮밥 소스가 주력인데, 올 상반기에 덮밥소스 3종과 반찬 5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 모두 고령화친화식품 관련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품대기업 S사(신세계푸드)도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이지밸런스)를 론칭하고, 새로 개발한 연하식 제품 5종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병원 위탁급식과 가정 간편식 제조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접목해 시니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위생용품 할인…시니어 모델로 승부
국내 한 대형할인마트(이마트) 는 지난 2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에 시니어 용품을 약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시니어 위크’ 이벤트를 시작했다. 판매 물품은 성인용 패드, 기저귀류부터 염모제, 단백질 음료 등 많은 품목들이다.
이 업체는 시니어 위생용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접근성 향상을 통해 5060 ‘영 시니어’ 세대부터 40대 초기 질환자까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업체는 시니어 위크 외에도 시니어 케어 용품 판매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시니어 케어 전문 매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2월부터는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시니어 위생용품 뿐 아니라 워시, 샴푸 등 기타 간병용품 등 상품 보강을 통해 ‘시니어 토털 솔루션 매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밖에 20~30대 MZ세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온라인 전문 패션 쇼핑몰(지그재그)이 새로운 광고모델로 배우 윤여정 씨를 채용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75세 시니어 모델을 발탁해 광고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하지만, 한 시장조사(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전국 15~39세 남녀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윤여정을 통해 이 플랫폼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젊은 연예인을 앞세운 경쟁사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시니어 모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