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비대면 서비스와 재택근무 등 변화된 경영환경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에 대응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니어 기술창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니어들의 축적된 기술·경험·네트워크에 기반한 기술창업을 통해 시니어 인력의 경제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니어 기술창업, 지속가능 사회 위해 중요
시니어 기술창업을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국내총생산(GDP)에서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시니어·실버산업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니어 산업에 대해서는 시니어가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시장 역시 커지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 기회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둘째, 급격히 줄고 있는 생산가능인구를 보완 가능하다. 고령화 진전과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는 노동력, 소득, 소비 감소로 이어져 시니어 창업은 생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활용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중장년 창업 성공률이 청년층보다 높다. 젊을수록 창업 성공률이 높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나이 든 기업가는 리더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 생존율이 높다. 시니어 창업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의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봉사형, 경력활용형, 기술창업형, 공동창업 등이 유형도 다양하다.
직장서 축적한 기술로 창업
산업연구원이 222개 시니어 기술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창업 결정 동기는‘ 퇴직 이후 자기사업 영위’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이전 직장에서 취득한 기술·지식을 사장시키기 아쉬웠다거나, 경제적 성공을 기대하고 창업했다는 답변 순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기술창업의 결정적 요인은 ‘재직 기업에서 습득한 기술 등 사업화’, ‘기업에서 축적한 기업경영·조직관리 경험’, ‘창업자금 조달 원활화’, ‘창업사업화 제품의 판로 확보’ 순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시니어 기술창업 실태와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축적된 기술·경험·네트워크를 갖춘 시니어 기술창업 촉진을 위해 시니어 친화적인 창업환경 조성, 체계적 지원제도 마련,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운영의 실효성 제고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당시 평균 연령 50.8세
시니어 기술창업자의 창업 당시 평균 연령은 50.8세(베이비부머 : 평균 60.0세), 기업(회사) 경력자가 84.6%(베이비 부머 88.9%)로 대부분을 차지해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이전 근무부서는 기술·연구 부서, 마케팅 부서, 사무·관리 부서 등의 순으로 나타나, 청년창업과 달리 기술·마케팅 능력 등을 보유하고 숙련창업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업자금은 ‘내 돈’으로
창업 초기 자금조달원은 퇴직금 등 자기자금, 정부지원금, 은행융자금인 반면, 벤처자금 활용은 2.0%에 불과했다.
창업 초기 조달하는 창업자금의 구성은 ‘퇴직금 등 자기자금’(46.1%), ‘정부지원 창업자금’(29.0%), ‘은행융자금’(19.4%), 기타(3.5%) 순으로 나타났으나, ‘엔젤·VC 등 벤처자금’의 비중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애로사항은 창업자금 확보 어려움, 판로확보·안정적 수익에 대한 불안감, 창업실패 두려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제도 부족 등 지적
현재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전국 33곳의 중장년 기술창업센터를 운영 중이다. 만 40세 이상 (예비)창업자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창업준비공간을 제공하고, 창업교육과 경영지원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예산은 42억원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센터에 입주해 창업활동을 수행 중인 중장년 창업기업 수는 784개사다.
이 같은 시니어 기술창업지원제도에 대한 인지도, 활용도, 만족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인지도는 3.27점, 활용도 및 만족도는 각각 3.33점, 3.44점으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창업지원제도 활용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지원제도 부족으로 나타났으며, 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 대한 지원예산 부족 및 인프라 구축 미흡 등이 지적됐다.
시니어 기술창업 돕는 사회분위기 필요
시니어 기술창업은 청년창업에 비해 축적된 기술·경험·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성공확률이 높으므로, 기술창업의 저변 확충을 위해 50∼60대 시니어(특히 베이비 부머)를 대상으로 해 기술창업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퇴직예정자 등에 대한 재취업 지원서비스에 창업지원 서비스를 포함시켜 창업지원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창업정책 총괄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창업자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에 ‘예비시니어 기술창업자’ 또는 ‘시니어 기술창업자’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자금 확보 등 체계적 지원 마련해야
시니어 기술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마련된 청년창업 촉진제도와 같은 적극적 대책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우선 시니어 기술창업 희망자(특히 베이비 부머)를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함양 및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년퇴직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베이비 부머)들은 금융·신용보증기관 활용 시 일반 재직 근로자에 비해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일본과 같이 기업·연구기관 등에서 6년 이상 경력을 갖고 기술창업에 도전하는 경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융자 또는 신용보증기관 보증 시 특례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산지원 늘리고, 민간기업 참여도 독려해야
중장년기술창업센터가 시니어 기술창업 지원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센터에 메이커 스페이스 설치와 함께, 지원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일본·독일과 같이 중앙·지방정부의 예산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핀란드의 사례는 민간기업의 참여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핀란드의 브릿지(Bridge) 프로그램은 핀란드의 대표기업인 노키아의 파산으로 해고된 인력을 노키아재단 주도의 창업지원 교육을 통해 창업가로 전환시켜 성공한 사례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특징은, 창업성 공에 중심을 둔 교육으로 다양한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 참여자들이 여러 분야의 창업 노하우를 배웠다는 점이다. 노키아와 관련 없는 분야에서 창업하는 경우도 지원함으로써 철저하게 창업 성공에 중심의 둔 교육을 진행했다.
둘째, 창업활성화 방안으로 IT분야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구축해 창업자들의 창업기반으로 제공했다는 점이다.
셋째, 기업 스스로 자사에서 대량퇴직한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통해 도전정신을 불어넣고, 창업문화를 형성해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도 본받을 점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