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세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노년층에 진입한다. 베이비붐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사회경제적 재건기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는 1955~1963년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10여년 전부터 고령화를 논의할 때 항상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제 올해부터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노년층 진입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는 점에서 인구정책과 복지정책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의 상징인 ‘58년 개띠’ 78만명이 올해 62세가 되면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베이비부머의 맏이 격인 1955년생 66만명은 올해 기초연금 수급연령이자 노인인구로 포함되는 65세에 진입한다. 베이비붐세대의 고령화 영향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70~80만명의 노인인구가 쏟아지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만으로 이들의 노후를 어떻게 케어 할 것인지, 급증하는 전체 노인인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 전쟁 직후 출생 1955~1963년생 713만명
베이비붐세대는 일반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말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대체로 전쟁 직후 사회경제적 안정이 정착되는 시기에 출산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베이비붐세대가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1955~1963년생을 말하고,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일본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단카이세대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 도입을 통해 눈에 띄게 출산율이 둔화되는 시점963년까지 9년 동안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인구규모는 2010년 기준 약 713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전체 인구 중 14.6%를 차지하고 있다.
맏형격 1955년생 66만명, 올해 65세 노인 편입
최근 베이비붐세대가 큰 이슈가 된 원인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노인복지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들 세대의 맏이 격인 1955년생 66만3000여명이 올해 만65세가 돼 본격적으로 노인인구에 편입되고, 1958년생 78만4000여명이 만62세로 새롭게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된다.
우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건강한 이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재취업이나 고용에서 상당한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노인복지 영역에서 재정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정부부처로 보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베이비붐세대는 부모세대인 현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고, 건강상태도 노년층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건강하다. 반면, 한국사회의 고용구조나 개인의 노후준비는 현 노년층이 50~60대였던 시기와 큰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지속적으로 일하면서 건강하게 여가를 즐기고 싶어하는 베이비붐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현 노년층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가 이들마저 부양해야 한다는 엄청난 짐을 떠안게 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베이비붐세대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한 성장이냐, 국가적 재앙을 맞느냐 갈림길에 서게 된다.
가장 큰 이슈, 경력 살리지 못하고 생계형 일자리 매달려
베이비붐세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일이다. 재취업은 물론, 취업이 아니라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부실한 노인복지와 미비한 노후대비로 이들이 노인빈곤의 수령에 빠져들기 전에 이들의 재취업을 돕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보고서 ‘베이비부머 은퇴와 재취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베이비부머는 723만명, 고용률은 66.9%(483만5,000명)에 그쳤다.
2010년(75.6%)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던 이들의 고용률은 2018년 68.3%로 떨어졌다. 베이비붐세대의 막내 격인 1963년생이 만55세를 넘어서면서 70% 아래로 내려왔다. 최근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분석 결과, 만60세를 넘으면 4명 중 1명은 은퇴했다.
문제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여전히 일할 의사가 있다는 점이다. 고용정보원 보고서는 “2014년 은퇴했던 베이비부머 4명 중 1명(23.4%)은 2년 뒤 재취업했지만, 10명 중 9명(86.6%)이 생계형 일자리였다”고 밝혔다. 은퇴 후 노후대비나 사회적 지원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된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일자리로 나몰리는 상황이다.
전직지원서비스·재취업교육 받아도 갈 곳 마땅찮은 현실
지난해 4월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는 5월 1일부터 10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은 이직이나 퇴직예정자에게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1년 이상 재직한 50세 이상 노동자가 정년, 희망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하는 경우 이직일 직전 3년 이내에 진로 상담‧설계, 직업 훈련, 취업 알선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치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고령 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이들의 노동 시장 잔류 기간 연장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다. 무엇보다 이들이 아무리 고도화된 재취업 교육과 훈련은 받는다고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연공서열제로 굳어진 이들의 높은 인건비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고령에 의한 생산성 하락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지난해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352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 실태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67.1%)은 임금을 절반이나 깎이고 재취업한 회사에서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다시 퇴사했다.
맏형격 1955년생만 연간 5조~6조원 복지비용 발생
올해 법정 노인(만65세)이 되는 1955년생만 하더라도 한 해 5조~6조원가량의 복지 비용이 들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중앙일보가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서울시 자료를 토대로 55년생이 쓸 복지 비용을 산출했다. 국민연금은 62세부터 이미 받고 있고, 올해부터 기초연금·장기요양보험·진료비 할인·무료 지하철 등의 혜택을 보기 시작한다.
일례로, 1955년생 71만명 가운데 대략 30만명이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일이 든 달부터 받기 때문에 올해는 4400억원 가량 든다. 내년부터 온전히 1년 치를 받는데, 1조원 가량 든다. 지방자치단체가 22%를 별도로 부담하는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국민연금에는 연간 2조원 넘게 들어간다. 1955년생은 지난해 150만 건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했다. 건강보험에서 1조8000억원(자기부담금 제외)을 썼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14%의 노인인구가 건보 지출액의 40%를 쓰고 있는데, 1955년생이 75세가 되는 10년 뒤엔 이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택연금 가입·퇴직급여 연금전환·창업은 금물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우선 베이비붐세대가 노후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후에 발생하는 문제 대부분은 생계비를 비롯한 가처분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우선, 주택연금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정부가 올해 1분기 중으로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현행 60세(부부 중 한 사람 기준)에서 55세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일찍 받으면 연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금융자산 보유 규모를 따져 수령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퇴직을 앞둔 직장인의 경우 퇴직연금을 중도 또는 일시 인출하지말고, 연금으로 받을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2억원을 퇴직급여를 받을 경우 연간 1000만원씩 20년간 연금으로 받는 방법이다. 연금방식으로 수령할 경우 올해부터 연금소득세도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창업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월급을 선택해야 한다. 창업시장에서는 신규 창업자 10명 중 9명이 폐업하는 것이 정설이다. 퇴직금이나 은퇴자금을 창업에 올인하는 경우 위험성은 더 커진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퇴직창업을 말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