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17%에 달하면서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최저기록 경신 등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지난해 국내 총인구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5175만명으로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857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42만명 증가했다. 전체 인구 비중은 16.6%다. 통계청은 2025년 고령인구 비중(20.6%)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대비 0.03명 감소하면서 2017년 이후 5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인구 대책 추진 노력에도 저출산 기조는 더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로 부양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대비 고령인구 비중인 노년부양비는 지난해 23.1명에서 2025년 29.7명, 2040년에는 60.5명으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선진국보다 2배나 빠른 고령화 속도
통계청 외에도 너무 빠른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1∼2020년)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 즉 6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이 연간 4.4%로, OECD 평균 2.6%의 약 2배에 달해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18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43.4%로 OECD평균 14.8%의 약 3배에 달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 10년간(2011∼202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연평균 4.4%(매년 29만명씩) 증가했다. 이는 OECD 평균(2.6%)의 1.7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OECD 통계 분석결과,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로 2020년 현재 OECD 29위 수준인 고령인구 비율(15.7%)은 20년 후인 2041년에는 33.4%에 달할 전망이다. 20년 뒤 우리나라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고, 27년 후인 2048년에는 37.4%로 올라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OECD 선진국 대비 가장 가난한 한국노인
이처럼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데도 우리나라 노인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18년 43.4%로, OECD평균(14.8%)의 약 3배에 달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G5국가인 ▲미국(23.1%)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와 G5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들의 고령화 대응책을 비교․분석한 결과, 다양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고령화와 노인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연금과 일자리를 꼽았다. 우선 ▲사적연금 지원 강화·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노후소득기반 확충하고, 일자리 대응책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고령층 민간일자리 수요 확대를 제안했다.
가장 시급한 대응책, 국민연금 강화
우선,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삶의 질과 경제활성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적연금 강화, 공적연금 효율화 통해 노후소득기반을 확충하자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포함한 사적연금을 모두 합한 소득대체율은 43.4%로 은퇴 전 평균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은퇴 전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 가정했을 때, 은퇴하면 공사 구분없이 연금을 모두 합해도 43만원 밖에 안된다는 것.
반면, G5국가들은 소득대체율이 평균 69.6%에 달했다. G5국가들은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제혜택, 사적연금 가입 유도해야
G5국가들이 사적연금 가입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당근’이 세제혜택이다. 사적연금 납입금 대비 세제지원율은 2018년 기준 G5국가 평균 29.0%였다. 사적연금 100만원짜리 상품에 가입할 경우 29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율이 20.0%로 G5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세제혜택은 미국이 41.0%로 가장 높고, 일본(31.0%), 프랑스(28.0%), 영국(24.0%), 독일(21.0%) 순이었다.
특히, 이들 G5국가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평균 54.3%에 달했다. 일하는 사람 2명 중 1명은 사적연금에 가입한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적연금 가입률도 16.9%에 불과했다.
G5국가들은 공적연금을 한국에 비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G5국가들의 보험료율은 평균 20.5%로, 한국 9.0%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한, G5국가들은 연금 받는 나이를 현재 65~67세 사이에서 67~75세까지 높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금 받는 연령을 62세에서 65세로 높일 예정지만, G5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 확대, 소득·사회활동 지원해야
연금과 더불어 손꼽히는 고령화 대응책은 일자리 확대다. 일을 통해 소득과 사회활동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고령화 부작용을 늦추자는 논리다.
다만,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인 만큼, 기업에 유리한 노동유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파견제도를 활용하기 쉬워지면 고령자들이 더 많이 취업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같은 친기업 이익집단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러한 논리를 제기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은 “우리나라가 G5국가들에 비해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고 고용유지 비용이 높아 고령층 취업환경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엄격한 파견제‧기간제 규제와 높은 해고비용이 기업의 다양한 인력활용과 유연한 인력조정을 어렵게 해서 고령자의 취업기회를 감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자 파견제·기간제 확대, 첨예한 논란
고령자 근로자의 취업확대를 위해 근로자 파견제와 기간제를 느슨하게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는 기업들의 오래된 염원이다. 파견제와 기간제가 확대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대폭 줄기 때문이다. 현재, 용역이나 하청과 같은 근로자 파견은 32개 업무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시니어 관련 단체도 고령자 취업 확대를 위해 파견제 확대를 주장한 바 있지만,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파견제‧기간제 사용의 경우 G5국가들은 제조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은 파견‧기간제 기간도 무제한”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한국은 제조업을 제외한 일부 업종에 한해서만 파견이 가능하고, 파견과 기간제 모두 2년 기간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은 또, “근로자 1명을 해고할 때 소요되는 퇴직금 등 해고비용도 G5는 평균 9.6주치 임금인데, 한국은 그 2.9배인 27.4주치의 임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호봉제, 직무급·성과급 전환 시급
한국경제연구원은 호봉제를 직무급이나 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미 상당부분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근속기간이나 연령이 높을수록 기업의 임금부담이 커지는 호봉급을 주된 임금체계로 사용해 고령자 고용유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논리다. 이에 반해, G5국가들은 기업 부담이 적은 직무급‧성과급 임금체계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매우 곤궁하고, 고령화 속도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빨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공공일자리는 근원적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연금 기능 강화와 민간에 의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