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정년연령을 없애는 추세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 포스터.

[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약 30년 뒤인 205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지는 등 국내 경제가 저출산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력, 즉 노동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고, 나아가 정년제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이란 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정년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 하는 낡은 제도”라며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일본처럼 될라”
KDI가 정년제 폐지까지 거론하며 제도개혁을 주문한 이유는 우리나라 고령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더 빨리 진행될 수 있고, 그에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KDI는 고령화 속도와 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령화 현상이 가장 극적으로 심화되는 시기는 지금부터 2050년까지 약 30년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 이후에는 고령인구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금부터 30년 동안 노인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일할 사람은 없어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의 일상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노인부양부담 늘면 소득 줄어드는 결과
KDI는 먼저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라서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를 말하는 노년부양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노년부양비란 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인인구 수를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2010년에는 15명에 불과했는데, 2050년에는 7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노년부양비는 21.7명이지만, 30년 뒤인 2050년에는 77.6명, 2060년에는 80.6명으로 늘어나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되는 상황이 온다는 예측이다.
노년부양비가 높아지면 노인을 부양해야 젊은이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세금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소득감소로 인해 소비가 줄어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2050년 인구 36%가 생산 담당해야”
KDI가 노인기준연령을 높이고 정년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노년부양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근로자만 취업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KDI는 2050년 우리나라 인구의 36%에 불과한 취업자가 전체 인구를 위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담당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국민 서너명이 전체 인구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KDI는 “이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이상 전반적으로 생활수준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며, “자원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정치적으로 증폭되면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상적인 고용률 기준을 70%로 설정할 경우, 2050년에는 취업자 수가 인구의 36%에 불과할 정도로 노동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 서너 명만 일하는 상황에서 평균 경제성장률은 2021~2030년에는 2.0%에 불과하고, 2041~2050년에는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체계가 완비되면 고령층은 일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15~64세 생상가능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성장추세 하락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성·청년 노동공급 늘려도 효과는 미지수
KDI가 정년제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세 번째 이유는 지금까지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KDI는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이나 청년과 같은 대체노동력 공급을 높이려는 기존 대응방식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공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서 각 나라들이 전형적인 방법으로 선택하는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대체노동력 공급을 증가시키는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여성과 청년의 추가적인 경제활동참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상승하지 않는 한 연평균 성장률은 2021년부터 2050년까지 30년 동안 10년 단위로 0.2~0.4% 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이 KDI 지적이다.
KDI는 노동공급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가장 유리한 고용구조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15~64세 생산가능인구 연령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을 꼽았다.

정년제도, 더 이상 의미없는 낡은 제도
KDI는 첫 번째로,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정년제도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낡은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정년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하는 낡은 제도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가적인 근로여력이 있는 고학력 고령근로자의 노동시장 참여기회를 배제하는 것은 고령사회에서 비효율적인 인력활용 방식이기 때문에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근로능력과 의사에 따라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5세 넘으면 노인 간주하는 인식 고쳐야”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노인이 되고 마는 케케묵은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KDI는 고령자는 단순한 부양대상 또는 잉여인구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행이나 제반 제도들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화 현상의 기저, 즉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현상의 이면에는 건강상태 개선과 기대수명 연장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고령세대를 새로운 생애 단계로 설정하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생산적 기여를 지속할 수 있는 일정한 역할을 모색해 점진적으로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도 평생교육체계로 바꿔야”
고령노동에 대비한 인적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학교 이상 고등교육을 위한 자원을 20~30대 성년기 초반에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의 기술 변화와 사회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의 교육체계를 기대수명이 80세인 여건에 맞게 바꿔야 하고, 중장년 이후 경력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직업훈련체계(고용부 주관)와 평생교육체계(교육부 주관)를 결합해 새로운 교육·훈련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고령노동을 촉진시키고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노동시장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사업장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동시에 연령이 고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금체계도 기본적으로 생산성과 역량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고, 중고령자를 위한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과 근로환경개선 등 고령친화적인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