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정부가 지난 2월 10일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주요 분야 및 논의 방향’에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 연장을 통해 60세 정년 이후에도 고령근로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놓고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다.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이보다 큰 우려는 이른바 ‘일자리 세대갈등’이다. 부모세대와 청년층·자식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세대갈등과 같은 심각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속성상 고령근로자가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대 유망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청년층과 고령층의 서비스업 일자리 특징을 국제적으로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층의 고용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태이만, 청년층과 고령층의 서비스업 취업분야가 상당히 분리돼 있어 두 연령층이 동일한 서비스업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관계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고령층, 서비스업 단순 업종 편중
세간에서 60세 이상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취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서비스업에서 고령층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
또한, 국내 고령층의 서비스업 취업 비중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상태일 뿐만 아니라 도소매, 사업지원서비스, 음식점·주점, 물류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단순 업종으로 취업이 편중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령층이 다양한 서비스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의 실효성 강화와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경제의 서비스화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취업자 연령측면에서 어떤 특징과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진단했다.
우선, 서비스산업의 취업자 연령분포에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69.0% 정도로 일본, 독일과 비슷하고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7대 유망서비스업 측면에서 한국의 취업자 비중은 23.3%로 일본과는 유사하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제법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 도소매·음식점·주점·보건의료
연령층별 서비스업 취업 비중에서는 청년층의 취업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모든 대상국가에서 도소매업으로 나타났고, 음식점·주점과 보건의료 분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소매(16.5%), 음식점·주점(12.2%), 교육(10.2%) 순으로 청년층 고용흡수가 높은 상태이고, 전반적으로 유망서비스업의 청년층 취업비중이 분석대상국 가운데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전체 서비스업 취업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상태이며, 유망 서비스업 취업비중은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유럽국가들에서 보건의료, 교육, 전문과학기술서비스, 공공행정·국방 분야에 취업한 고령층 비중은 각각 10%, 9%, 8%, 7% 정도로 우리나라(각각 1.1%, 2.6%, 1.2%, 4.4%)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유럽국가들의 경제 서비스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인구고령화에 대비해 일찍부터 고령취업과 정년연장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고령자의 경우 주된 취업 분야가 사업지원서비스, 음식점·주점, 물류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서비스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한정적이란 사실을 말해준다.
“고령층·청년층 업종분리도 높아 경합 아냐”
산업연구원은 서비스업에서 청년과 고령자의 고용대체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두 연령층 간 업종분리도를 측정했다.
우리나라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서비스업 취업 분리도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상태로 나타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화되는 추세다. 즉, 우리나라의 청년층과 고령층의 서비스업 일자리 분리도는 주요 선진국 평균을 100이라고 할 때, 2014년 기준 143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분리도가 높을수록 하는 일이 다르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현재 한국의 고령자 취업이 높은 상태이지만, 청년층과 고령층이 동일한 서비스업종의 일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또, “오히려 두 연령층의 취업경로가 각기 특정한 서비스업으로 지나치게 편향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다만, 장래에 일본이나 유럽과 같이 우리나라 경제의 서비스화가 더욱 진전되고 정년이 보다 연장될 경우 업종분리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모든 비교대상국의 청년층 취업이 주로 음식점·주점, 일부 국가는 도소매에 특화돼 있었다. 이와 비교해 한국 청년층의 취업이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분야로 특화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업종의 특화도 주요국 청년층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 청년층의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 원인이 있을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추측한다.
다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유망서비스 및 고부가가치 업종의 청년층 연령특화계수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고, 음식점·주점에서는 크게 증가했다. 청년취업 특화형 서비스업에 대한 고용상황이 최근 악화된 결과 청년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음식점·주점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고령층, 부동산·임대업 비중 높아
서비스업에 취업한 고령자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부동산·임대업의 특화계수가 높은 가운데, 한국은 일본과 유사하게 컨설팅과 같은 사업지원서비스 분야에서도 고령층의 취업이 특화된 상태였다. 공공행정과 물류업의 경우 한국 고령층의 특화계수가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 확대와 화물운전사 및 택배기사의 고령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 연구결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서비스업 취업업종 분리도가 높은 상태고, 그 정도가 심화되는 추세로 밝혀졌다. 즉, 현재 우리나라 고령층의 고용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태이지만, 청년층과 고령층의 서비스업 취업에서 상당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두 연령층이 동일한 서비스업 일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유망서비스업 취업자 비중(23.3%)은 주요 선진국(평균 30.5%)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유망서비스업 가운데 보건·의료와 소프트웨어의 취업자 비중은 비교대상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유망서비스업의 고용창출 여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와 같은 유망서비서업에 대한 투자활성화 노력을 집중한다면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