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요즘 금융, 쇼핑, 소통, 놀이, 시설 등 모든 생활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다. 정부도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70대 이상 고령층은 온라인을 통한 행정서비스를 비롯해 금융서비스, 생활서비스 등 실생활에 밀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다른 세대와 정보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령층은 디지털 소외를 절실하게 체함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사용률이 정점에 달하면서 디지털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지만, 고령자들에겐 아직도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들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인 노년세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해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이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부가 달갑잖은 고령층
정부는 2019년 10월,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부분은 디지털 신분증 도입, 300여 종의 전자증명서를 스마트폰으로 발급한다거나, 생애주기 원스톱서비스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의 계획은 “디지털을 통해 국민의 생활이 더 편리해지고 살기 좋아지도록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고령자에게 정부의 계획이 통할 지는 의문이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 내놓은 ‘전자정부서비스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20대, 30대는 10명 중 8명(각각 80.9%, 80.0%, 80.3%)이 인터넷, 모바일, 이메일을 통해서 행정서비스를 이용했다. 반면, 50대는 10명 중 6명(58.4%), 60대 이상은 10명 중 8명(76.4%)이 아직도 직접 관공서를 방문해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있었다.
모바일 전자정부 서비스에 불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로 50대 2명 중 1명(47%)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으로 불안함’을 꼽아 아직 디지털이 미덥지 못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60대 이상은 10명 중 9명(88%)이 ‘서비스가 어렵고 복잡했다’해 전자정부 서비스에 불만족한다고 답해, 50대 이상 고령자들은 여전히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금융에서도 소외되는 고령층
50대 및 60대 이상은 행정서비스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 모바일뱅킹 이용률도 다른 세대에 비해 낮았다.
최근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금융상품을 구매한 경험에서 60대는 32.2%, 70대는 8.9%에 그쳤다. 20~40대의 경우 10명 중 6~7명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상품을 이용하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금융기관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추가 금리인하나 수수료 할인과 같은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온라인 깜짝 이벤트를 통해 특판 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고령층은 그 혜택들을 전혀 받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고령층은 금융서비스는 물론 온라인 쇼핑에서도 불이익을 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8년 진행한 조사에서 20대 96.4%, 30대 91.3%가 인터넷으로 물품을 구입했지만, 60대는 17.5%, 70대는 11.2%만 인터넷 쇼핑을 이용했다.
미국, 은행 등이 온라인뱅킹 교육
다른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시니어 대상 정보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는 미국 10대 은행으로 꼽히는 ‘캐피탈원’(Capital One Bank)의 시니어 대상 온라인 강좌다.
이 은행은 시니어 대상 비영리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2016년 8월부터 ‘레디, 셋, 뱅크(Ready, Set, Bank)’라는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고령자에게 특화된 60여개의 동영상으로 구성돼 온라인뱅킹 소개와 사용법, 계좌관리와 같은 금융관련 교육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회자도 대상 고객층과 나이가 비슷한 시니어이기 때문에 친근감을 더한다.
미국 캔자스주의 대표적인 은행인 UMB는 점포 내 직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지니어스’(Digtla Genius)를 운영한다. 고령층 이용자는 디지털 지니어스와 15분간 대화를 나누며 모바일 뱅킹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독일, 50대 이상 학기제 강의
독일 뮌스터시에는 노인을 위한 시립 시민미디어센터인 ‘뮌스터 벤노하우스(Bennohaus in Munster)가 있다. 이 시민미디어센터는 50대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학기제 형식의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는데, 컴퓨터와 인터넷 과정뿐만 아니라 미디어 역량 개발을 통해 고령자들의 창의적인 제작 가능성을 높이고, 세대 간 격차를 좁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네델란드의 ING은행은 실무단의 기획자와 모바일앱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노인, 장애인과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과 이들의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교육을 별도로 받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시니어 대상 디지털 조력자(Digital Supporter)의 필요성을 느껴 청소년과 시니어 간 디지털 리터러시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 시니어스’(Cyber Seniors) 프로그램, 캐다나의 ‘유스 티칭 어덜츠’(Youth Teaching Adults)프로그램, 싱가폴의 ‘세대간 학습프로그램’(Intergenerational Learning Programme, ILP)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시니어들에게 디지털을 교육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국가평생학습포털 ‘늘배움’ 사이트 유익
우리나라도 디지털 정보화 역량 강화를 위해 각 지자체와 정부기관, 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민간단체, 정보화 교육기관들이 다양한 시니어 정보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정보화 교육을 포함한 평생교육학습 관련 기관은 2018년 기준 4169곳에 달하고, 프로그램수는 21만6980개에 달한다. 서울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정보화 교육과정만 1926개나 된다.
관심을 갖는다면, 수많은 교육과정 가운데 원하는 교육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를 잘 해 놓은 곳들이 있다.
우선 국가평생학습포털인 ‘늘배움’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는 자체 제공하는 동영상 강의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 교육기관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IT는 물론, 인문학이나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역별로 총 8만9000여개의 강좌가 등록돼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배움나라’는 무료 온라인 정보화 교육 시스템이다. IT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움나라’에는 최근 식당에서 널리 쓰이는 무인주문시스템(키오스크)를 비롯해 인터넷 첫걸음, PC정비와 같이 실생활에 유용한 IT 교육을 영상으로 진행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50플러스포털’은 다양한 동영상 강의를 비롯해 서울시내 7개 센터, 3개 캠퍼스가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신청받고 있다.
시니어 IT교육, 연령별 맞춤교육 도입해야
고령자를 ‘시니어’로 통칭하지만 적어도 연령에 따라 능력과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맞춤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0대의 경우 본인의 필요에 따라 디지털 학습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준의 내용은 동영상 교육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60대는 대개 은퇴한 나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아 청소년과 1:1 교육이 효율적일 수 있다.
70대는 스마트폰 보급율과 인터넷 활용도도 낮고, 실제로 시력과 같은 건강 상 문제도 있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 적응을 강요하기보다 대면 창구를 확보해 서비스 이용을 돕는 방법이 좋다.
이번 코로나19 감영증 사태는 디지털 라이프에서 소외된 고령자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냈다. 젊은층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택에서 지내는 생활이 답답할 뿐, 생활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평이다. 하지만, 고령층에게는 그야말로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