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40대 중년 커플 출입을 제한한 이른바 ‘노중년존’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상에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0대 이상 커플에 대해서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서울의 한 카라반 캠핑장 공지사항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카라반 야영장이 40세가 넘는 연인의 예약을 제한한다고 공지한 사진과 함께 “나이 때문에 빈정이 상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영업장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탓에 ‘노키즈존’이 등장한 이래 시니어나 중장년층 고객을 거부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에 따라 캠핑장 출입 제한도 차별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캠핑장 운영원칙
이번 논란의 발단은 캠핑 카라반을 운영하는 서울의 한 캠핑장이 공지한 운영원칙이다.
이 캠핑장은 “일반 텐트와 달리 차량용 시설이라 커플, 여성 그리고 정해진 가족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면서, “조용하고 쾌적한 캠핑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단체팀‧남녀 혼성팀‧5인 이상팀‧남성팀 등 정해진 이용객 외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영업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람직한 캠핑문화를 위한 예약제한”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구제척으로 연령을 적시했다는 점이다. 이 캠핑장 측은 “커플일지라도 가족 외에 40대 이상 연인 등에는 적합하지 않아 예약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캠핑장은 전부 카라반으로 교체해 2~30대 고객 취향에 맞춘 것이므로 40대 이상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며 “40대 이상 분들은 자녀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약 자제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특히 우리 카라반은 2,30대 젊은 여성취향이 강하여 남성전용팀 혹은 중년팀하고 컨셉이 전혀 안맞는다”면서 남성 그리고 중년 고객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찬반 의견 엇갈린 네티즌들
이른바 ‘노중년존’을 선언한 이 업체의 운영방침과 공지에 대해 넷티즌들은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컨셉이 안 맞는다고 금지하면 나중에는 노노인존, 노남성존, 별의 별게 다 생기겠다”거나 “일이 생기면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지 이건 차별이나 마찬가지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네티즌들은 “캠프장도 갈라치기를 하느냐”, “차별이 일상화됐다”,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너무 한다”면서 캠핑장의 조치가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캠핑장 측 입장을 옹호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불륜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 “운영자 마음이다”, “오죽하면 저러겠나”, “장사하는 입장으로서 저 고충을 알 것 같다”라며 캠핑장 측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금지, ‘밤 10시 이후 스피커 사용 금지’와 같은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 나이를 기준으로 이용 제한을 두는 곳이 늘어나면 세대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키즈존, 노시니어존과 같이 연령을 기준으로 어린이와 시니어를 인격주체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노장애인존’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연령차별’
서울 관악구의 한 식당이 지난 2019년 6월, 일정 연령 이상의 시니어 손님을 거부한다는 사진 한 장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이른바 ‘노시니어존’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SNS를 통해 퍼진 사진을 보면, 해당 식당은 출입문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이 사진이 온라인커뮤니티에 급속하게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사진 속 식당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자리한 6000~8000원 선의 음식을 파는 실내포장마차로 알려졌다. 인근 상점들에 따르면 이 식당은 중장년 여성이 홀로 운영하는 곳인데, 몇 달 전 이곳으로 가게를 옮겨오면서 해당 안내문을 붙였다고 전해졌다.
이 식당 사장은 인근 상점 주민들에게 “20~30대 손님들과는 달리 중장년층 손님들이 유독 말을 걸어온다. 혼자 일하느라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식당은 실제로 나이를 확인하지는 않지만, 손님이 중장년층으로 추정되는 경우 식당 사장이나 손님들이 퇴장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기준 이용제한은 ‘차별행위’
하지만,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이용제한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란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주도의 한 상점에서 처음 시작된 ‘노키즈존’에 대해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이용제한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아동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11월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한 A씨의 사건과 관련, 노키즈존 영업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위반이라고 봤다.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종교,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면서, “영업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에 따라 아동을 차별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만약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될 경우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이 운영되면 차별로 분류돼 운영자는 시정명령을 부과받고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물 수 있다. 피해자는 법률구조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6년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이후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너·품격 잃은 일부 시니어, 세대갈등 발단
일부에서는 법과 제도 이전에 매너와 품격을 잃은 일부 시니어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실제로, 타인과 사회 일반에 대한 매너를 지키지 않는 시니어들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다른 사람에 대한 매너가 없다거나,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들이다.
일부 고령자들의 매너없는 행동을 성토하는 인터넷 글들을 살펴보면,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대기표를 받지 않고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도 무작정 자신의 민원처리를 요구하는 행동을 비난하는 글들이 많다.
공중목욕탕에서 샤워하면서 소변을 본다거나, 본인이 무단횡단하면서 오히려 달려오는 차를 향해 삿대질과 욕설을 한다거나, 아이가 예쁘다면서 함부로 만지거나, 아무 곳에서 침을 뱉는 행동도 성토의 대상이다.
이밖에도 아무에게나 반발한다거나, 여성의 신체를 뚫어지게 응시한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산책하거나 등산하는 행동도 거슬린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고령층의 매너없는 행동은 대체로 나이를 앞세운 권위주의 문화에서 비롯되는 만큼, 고령자 스스로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젊은층에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행정학과 나태준 교수는 “아랫세대에 대한 윗세대의 권위주의적 태도는 젊은 세대를 버릇없는 사람으로, 중장년층을 이른바 ‘꼰대’로 인식하게 만든다”면서, “권위주의 문화 특유의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문화는 세대간 소통을 어렵게 만들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기 때문에 권위주의 문화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