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005년부터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저서를 통해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습니다.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미래사회의 모습과 노인이 될 지금의 50~60대 시니어세대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미래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4개의 키워드로 ‘기후의 변화’ ‘도시화’ ‘다문화’ 그리고, ‘고령화’를 꼽습니다. 고령화에 대한 그의 견해는 무엇일까요. 서울 서북50+캠퍼스 개관기념 ‘신노년과 미래사회’란 주제로 마련된 최재천 교수의 특강을 재구성해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미래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4개의 키워드로 ‘기후의 변화’ ‘도시화’ ‘다문화’ ‘고령화’를 꼽았다.
최 교수는 “기후의 변화는 현재 우리들이 겪고 있는 일로써 그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화에 대해서도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20~30년 후면 3명 중 2명은 도시에서 살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우리가 가끔은 꿈꾸는 전원생활은 계속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 기후의 변화, 도시화, 다문화 현상이 지구상에서의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교회에 가면 500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그 이유는 500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다문화, 거대한 진화실험 진행 중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반도에 모여서 우리끼리 살았다. 핀란드 사람들은 핀란드에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또 그들끼리 피를 섞고 살았다. 그런데 지난 몇십 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은 서로서로 피를 섞고 있다.
최 교수는 “진화의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면서 “인간만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동식물들에게 진화는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짝짓기 위해 시베리아의 호랑이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갔다 올 수는 없다. 시베리아에 사는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해야 한다.
최근 수산과학원이 장어의 양식 연구하면서 알을 깨고 나오면서부터 성어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도 이 연구를 계속해 왔는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다른 모든 수산 자원들은 알을 부화해서 양식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유독 장어만 불가능했다.
일본 사람들은 남태평양에서 30여년간 장어를 연구했다. 장어는 먼바다에서 알을 낳고 부화해서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데, 그동안 장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강어귀에서 치어를 잡아 양식장에서 길렀다. 치어가 금값보다 비쌌다. 뱀장어는 산란기가 되면 태평양 심해에 모여 암컷들이 일제히 알을 낳고, 수컷들이 그 위에 정자를 뿌려 수정한다. 이런 이유로 부화 시점부터 양식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모든 동물들은 국지적으로 번식이 일어나는데, 뱀장어만 예외적이었다.
인간도 뱀장어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번식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그래서 앞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정말 궁금하다”며 “우리가 실험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진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령사회, 상상 못했던 이질적 사회
최 교수는 고령화에 대한 언급에 앞서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의 말을 인용했다.
“미래사회는 고령연구의 급속한 증가와 젊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다른 사회가 될 것이다.”(Managing in the next society. 2002)
최 교수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1970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산률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은 세계 최저다. 한 가정에서 한 자녀만 낳고 있는 실정.
인구의 감소 없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몇 명을 낳아야 하는가. 언뜻 생각할 때 부부가 자녀 둘만 낳으면 적당한 듯하다. 하지만 자녀 중 한 명이 결혼하기 전에 사망한다면 현 상태 유지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체 출산률은 대략 2.1명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재 출산률은 1.24명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출산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20년 합계출산율(확정치)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갱신했다. 국가(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실행, 성공한 나라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산아제한정책을 실행할 때부터 이미 우리나라는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상태를 계속 이어간다면 350년 후에는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최 교수는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를 물어봤더니 2002년 월드컵대회 기간이었다고 응답했다.
최 교수는 “이 때 당시 정부는 세계를 향해 우리나라를 역동적인 대한민국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홍보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다잉 코리아’(Dying Korea)로 바뀌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정부는 지하철 등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곳에 ‘이런 모습, 상상은 해보셨나요?’라는 제목의 공익광고를 부착했다.
‘아이보다 어른이 많은 나라, 상상해 보셨나요? 2004년 OECD국가 중 최저 출산율의 나라.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 중인 나라, 2052년 노인인구비율이 37.9%에 이르는 나라, 그곳이 다름 아닌 우리나라입니다. 내 아이를 갖는 기쁨과 나라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 주세요.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초고령사회 대책 마련 시급
통계청은 65세 노인인구가 2025년 1051만명으로 1000만명 선을 넘어서지만, 만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2022년(598만5000명) 500만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추정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세 이하 어린이의 인구보다 많아진다.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8%에서 2025년 20.3%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30년 25.0%, 2035년 29.5%, 2040년 33.9%로 비중이 커질 것이란 게 통계청 전망이다. 2067년이 되면 46.5%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그대로 통계학자들이 다시 분석한 결과 2020년이 아니라 2017년부터 고령사회에 진입, 인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고령화에 관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인구학자나 사화학자 등의 책을 살펴보니 통계자료를 통해 인구의 변화와 심각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고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래서 그들이 왜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해 보니, 이 문제는 ‘해답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왜 답이 없을까? 근본적으로 따져보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해 보니, 지구상에 인간과 같은 동물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모든 동식물은 번식을 끝내면 죽는다. 꽃이 피고 나서 열매가 맺히면 식물도 죽는다. 연어도 강으로 올라와 산란을 하고 나면 죽는다. 그런데 인간은 번식을 끝내놓고, 즉 자식 농사 끝내놓고도 사망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며, “왜 인간은 이렇게 진화했을까를 생각하지 않고는 이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으면 살 수 있다고 한다.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물을 끓이면 죽는다. 온도변화를 느끼기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변화와 인구변화도 같다. ‘바닷물의 온도가 조금 올라간다고, 빙하가 녹는다고 금방 어떻게 되겠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어느 한순간 재앙으로 닥쳐올 것이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고령화가 내일 당장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방치하고 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정부는 2025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그보다는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