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스마트 팜(smart farm)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닐하우스·축사·과수원 등에 접목,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절히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춘 농장을 말합니다. 기존 생산방식과 비교해 노동력과 에너지, 양분 등을 훨씬 덜 투입하고도 생산성과 품질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어 차세대 농업생산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지요. 네덜란드는 화훼분야 스마트 팜을 석권하고 있고, 일본은 정부가 나서 법과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ICT가 농업에 접목된 시점은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시장개방에 대응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유리온실과 비닐온실, 축사 등에 보온커튼, 자동개폐기와 같은 자동화시설을 설치, 현대화를 추진한 것이 시초다.
이후 지속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대외적 시장개방 압박, 내부적으로는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 겨울철 장기간의 농한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토지·노동의존적 전통농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집약적 첨단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ICT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 팜을 통해 우리나라 농업의 약점을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자본·기술집약적인 미래농업을 구현하자는 목표가 상정됐다.
지능형 비닐하우스가 전부 아니다
스마트 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능형 비닐하우스다. 비닐하우스에 ICT를 접목, 전체의 상황을 모니터로 제어하면서 가장 중요한 온도와 습도는 물론, 일사량, 강우량, 풍량과 풍속까지 작물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스마트 시스템이 갖춰진 지능형 비닐하우스에서는 사람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최적의 타이밍에 물을 공급할 수도 있다.
스마트 팜을 운영하는 미국 농가에서는 밭에서 돌아다니는 트랙터에서 운전자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트랙터가 GPS를 이용, 자동무인화됐기 때문이다. 농부는 해 뜰 무렵 트랙터를 밭에 들여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트랙터와 위성을 연결하는 GPS를 통해 트랙터의 위치는 물론, 토양과 작물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 활성화될 경우 농작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논과 밭으로 갈 필요도 없어진다. 제초제나 살충제, 비료도 드론으로 뿌리면 그만이다.
일본, 법·제도적 정비 완료 단계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 팜은 걸음마 단계다. 유럽을 비롯한 일본이 자체 개발 시스템을 적용, 재배작물 품목을 확대하고 생산성 향상과 경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요 장비를 외산에 의존하고, 재배작황이나 생장환경관리 기술도 미흡해 단위 면적당 작물 생산량이 네덜란드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 팜에서 재배하는 대표적인 작물이 파프리카와 토마토, 화훼 등에 국한되는 이유도 외국에 대한 의존 때문이다.
세계 원예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산학연협력을 통해 ‘그린포트’(green ports)와 ‘시드밸리’(Seed Valley)라는 원예산업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해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가 산–학–연 협업을 통해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물류를 비롯한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 와헤닝헌대학 연구센터(Wa geningen UR)는 2014년, 자국 농업자연식품부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오이를 자동수확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온실 환경에서 잘 익은 오이를 95% 정확도로 판별하고, 75%를 수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 스마트 팜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정부는 2009년 ‘식물공장 보급 확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2013년 3월 현재 전국에 304개소의 식물공장(총 33ha 재배면적)을 설치, 일반 온실보다 50% 정도의 생산량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농지법도 개정, 다른 업종의 농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일반 기업의 진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농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통해 현재 약 4500억엔(약 4조7000억원)의 농산물 수출액을 2020년 1조엔(약 1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성은 ‘농업계와 경제계의 협력에 의한 첨단 농업모델 확립 실증사업’을 2014년 착수, 농업에 ICT기술을 적용해 저비용·고효율의 생산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공동 프로젝트 대상으로 정부보조금을 지급했다.
미국, 잡초만 뽑는 로봇도 개발
스마트 팜의 선두주자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의 농업은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나노 기술, 빅데이터·클라우드, 로봇 기술 등을 총망라해 접목하는 복합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이 농산품의 생산·가공·저장·포장·수송 등 모든 과정에 적용되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 글라스, 무인 자동차 등 최근 구글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구글X 프로젝트팀’은 농업분야가 매우 유망하다고 판단,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첫째는 토양, 수분, 작물건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종자, 비료, 농약 살포에 도움을 주는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기술이다.
둘째, 기후가 나빠져도 생산량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새로운 작물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셋째, 획일적인 파종을 하지 않고 조건에 맞는 파종을 통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넷째, 드론을 이용한 작물 모니터링과 관리 개선 기술도 포함된다. 다섯째, 파종, 관개, 수확, 휴경을 관리하는 로봇 기술이 있다.
미국은 농업 기술과 나노 기술이 융합한 ‘나노 농약’을 통해 농약 사용량을 최소화시켜 환경을 보호하고 작물 생산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이밖에 나노 제초제, 나노 비료, 나노 센서, 나도 감별기 등을 통해 토양을 분석하거나 축산업의 번식을 관리하고, 스마트 유통시스템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IBM은 1~2㎢의 좁은 지역을 위한 ‘지역밀착형’(hyperlocal)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통해 작물의 재식, 재배, 추수, 운송 등 농업 전반에서 수확량 증가, 품질개선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블루리버 테크놀러지사’는 수백만 장의 식물 이미지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식물과 잡초를 즉각적으로 구분해 잡초를 제거하고, 작물만 선별해 비료를 살포하는 ‘레터스 봇’(Lettuce Bot)을 개발했다.
고용창출 가장 밝은 분야 중 하나
국내 스마트 팜 활성화를 위한 농수산식품부의 표준화는 주로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 시설 표준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됐다. 따라서, 현재 우리 농가에 적용되고 있는 스마트팜 시스템이 주로 온·습도, CO2, 조도 등 환경정보 기반으로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보온덮개, 천창, 커튼, 환풍기, 스프링클러, 양액, 열풍기 등 재배시설의 개폐와 제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하우스 안의 환경정보, 생육정보 이외에도 기상정보, 외부환경정보, 농산물 생산량·유통·가격 정보 등을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기반의 정보처리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지식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즉, 스마트팜 시스템이 단순히 생산시설 영역에서 벗어나 생산, 유통, 서비스에 이르는 농업 가치사슬 전반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팜 시설농업과 가공·유통·외식·관광·레저 등 2·3차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더욱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고용이 창출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