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최근 다양한 이유로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구조, 특히 가족구조의 변화로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 예산과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는 2016년127만5316명에서 2021년 167만416명으로 30.9%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5.6%로 가장 높았고, 경북 23.4%, 전북 23.2%, 경남 23.1%, 강원 22.5%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이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지역은 노인 4명 중 1명 꼴로 혼자 살고 있었다. 고령화와 함께 청년층 인구 유출로 인구감소가 심각해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무연고 사망자 2명 중 1명은 ‘노인’
독거노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부양가족이 없는 무연고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이란 사망 후 연고자를 찾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연고자가 아예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지만 사회·경제적 능력 부족이나 가족관계 단절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도 모두 포함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536명, 2020년 2880명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2016년과 비교해 4년 새 58.2% 증가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남성이 2172명으로, 여성(60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1298명으로,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절반(45.1%) 가량을 차지한다. 무연고 사망이 대부분 노년층의 문제란 얘기다.
65세 이상에 이어 50∼59세(623명), 60∼64세(499명), 40∼49세(256명) 등이었다. 20대, 30대 등 젊은 층을 포함한 40세 미만의 사망자도 전국적으로 97명이나 됐다.
관리 어려워 정부 공식 통계도 없는 실정
정부가 갖고 있는 이런 수치마저 정확하지 않거나 현장 상황과 많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영장례를 돕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는 연간 665명으로, 복지부가 밝힌 서울지역 사망자(561명)와는 100명 넘게 차이가 있다. 다른 지자체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무연고 사망자 통계와 관련,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통계 자체가 없다”면서 “현재 지자체 자료를 취합해 합계를 내고 있는데 숫자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나눔과나눔 측은 “무연고 사망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통계가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마다 ‘무연고’ 판정 기준 달라 혼선
정부 정책의 근간은 통계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통계조차 정확하지 않아 정책수립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단절의 최종단계인 무연고 사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다.
복지부는 그동안 공식 통계가 없는 고독사 실태를 추정하기 위해 무연고 사망 통계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무연고 판정 기준이 달라 2017년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복지부는 이를 계기로 연고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시신도 무연고 사망 통계에 반영하는 것으로 지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복지부가 2019년 3월과 10월, 각각 김승희 전 의원과 기동민 의원에게 제출한 2018년 무연고 사망자 수는 2549명과 2447명으로 무려 102명의 차이가 있었다.
‘고독사’를 감싸지 못하는 ‘고독사예방법’
국가 차원에서 고독사 문제를 예방하고 실태 조사에 나서기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예방법이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한 애달픈 사연을 감싸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게 현장 지적이다.
고독사예방법은 ‘고독사’에 대해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으로 정의되 가족과 친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단절’은 어떠한 의미의 단절인지, 자살과 병사의 범위, ‘일정한 시간’은 며칠을 뜻하는지 등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하다.
특히, 무연고 사망은 고독사예방법이 정의한 고독사보다 훨씬 넓은 사례를 포괄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연고자 있지만 시신 인수 포기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은 유가족이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유가족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6명(1583명, 62.4%)은 연고자를 찾았다. 하지만 연고자들이 장례비용 등 다양한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시신이 됐다.
무연고 사망자들 중에서 시신안치비용, 장례비용 등의 부담을 이유로 어렵게 찾은 연고자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건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2020년 기준으로 볼 때 4년 전과 비교해 250%나 늘었다.
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이나 단절된 관계 때문에 시신 인수를 포기한다고 했다. “자식 된 도리로 모셔야겠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기초생활수급자라 생활고로 죽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안보고 산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의 유족들이 시신 처리 위임서에 남긴 이야기들이다.
가족부담으로 남겨진 죽음, 공공역할 고민할 때
무연고 사망자 시신은 지방정부가 관리한다. 과거에는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보냈다. 하지만 2008년 전남 신안군을 시작으로, 일부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도 장례를 치르도록 공공이 지원하는 ‘공영장례’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2018년 5월부터 공영장례사업 ‘그리다’를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과 함께 2011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기초생활수급자, 2015년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1668-3412)도 운영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역할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직·질병·산재·노후의 위험은 사회보험이 책임지지만, 아직까지 죽음만큼은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져 있다.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장례비용은 개인에겐 큰 부담이지만 지방정부에는 그렇지 않다”며, “1인 가구가 늘고 가족이 모든 걸 책임질 수 없는 지금, 죽음에 공공이 어떻게 개입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국 시군구 중 절반 가량만 공영장례 조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조례만 있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고독사예방법, ‘죽음에 차별없는 장례’ 마련해야
지난 4월 1일부터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된 만큼,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로 한정됐던 무연고 사망자 업무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게 됐다.
우선,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생겼다. 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위험자를 적극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현황 파악, 고독사 예방과 대응 등 각 단계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편차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실제로, 2019년 무연고사망자 1인당 장례식 위임비의 경우 대부분 시군구가 75만~15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200만원 이상 지급했고, 경기 화성시의 경우 1인당 315만7000원의 비용을 지급해 지자체 편차가 4배 이상(420%)으로 나타났다.
고영인 의원은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특히, 연고자를 찾아도 장례비용이 없어 시신인수 조차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사회적 슬픔”이라며, “우리와 함께 생을 살다간 분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최소한의 작별인사와 슬픔을 건낼 수 있도록 죽음에 차별 없는 장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