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최근 극심한 물가인상이 지하철 무임수송 논란으로 불붙었다. 서울시가 물가상승 요인을 이유로 대중교통 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하철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무임수송(이하 무임승차)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 논란은 “중앙정부가 손실을 메워달라”는 기존 광역자치단체들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최소한 잠정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데 대해 수용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척되는 모양새다.
전국 광역단체, “국비지원하라” 요구
올해도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은 지하철을 운영하는 광역단체가 불을 지폈다. 전국 17개 광역의회가 정부에 도시철도(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을 재차 요구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1월 26일 울산에서 제1차 임시회를 열고, 서울·광주·대구 시의회가 제출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국비 지원 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건의안을 제출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최근 5년간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연평균 당기 손순실 1조3509억원 중 무임손실에 따른 손실은 5504억원으로 약 41%”라고 밝혔다.
“과거 대통령 지시 경로우대, 정부가 비용대라”
광역단체의회를 대표하는 김현기 의장은, “1984년 무임승차 정책이 처음 적용됐을 당시 5.9%였던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25년 20.6%, 2050년 40.1%에 이를 전망”이라면서 “도시철도 무임손실은 앞으로도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들은 무임승차 제도가 과거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도입된 만큼 정부가 관련 손실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해왔다.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지자체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보전 예산은 결국 제외됐고, 서울시는 적자 보전을 위해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큰 폭 인상 예고
실제로 서울시는 곧바로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2월 1일 서울시는 “버스·지하철 요금을 오는 4월 300~400원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시내버스 1200원, 지하철 1250원이다. 400원 인상안이 확정될 경우 △카드 기준 시내버스 1600원, 지하철 1650원 △현금 기준으로는 시내버스 1700원, 지하철 1750원으로 오른다.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은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지난 7년여간 대중교통 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인 무임승차 등으로 인해 계속 불어나는 적자에 수송원가 현실화율이 20% 이상 떨어졌다”면서 결국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송원가 현실화율은 1인당 평균 운임을 운송원가로 나눠 계산한다. 현실화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재정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홍준표 대구시장 “무임승차 70세 이상부터”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도 직접 거들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시의 경우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구에 거주 하시는 70세 이상 어르신들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도는 오는 6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에 맞춰 지하철, 지상철 등 도시철도 이용에서도 현재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무상 이용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을 검토 하고 있다”면서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 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발표 청년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 이고 66세부터 79세 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 부터라고 한다”면서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 “연령 아닌 근본 시스템 개선해야”
이에 질세라 오세훈 시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발등의 불이지만 급격하게 고령사회가 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복지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바탕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머지않아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되고 ‘백세 시대’가 되는 상황에서 이대로 미래 세대에게 버거운 부담을 지게 될 수 없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교통요금 문제를 크게 △기획재정부의 고령자 무임승차 손실 일부 지원 △무임승차 감면 범위 조정 등 두 방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복지 정책으로 결정되고 추진된 일이니 기재부가 뒷짐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근본적 시스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연령별, 소득계층별, 이용시간대 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 국회,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대한노인회와 연초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2월 중순으로 토론회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도 ‘무임승차 제도개선’ 메시지
여양 정치권도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메시지를 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무임승차의 연령을 올리는 문제라든지, 적자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문제를 (정부와) 논의하겠다”면서, “지자체가 1년에 수천억 원 적자를 부담하면서 계속 가게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인식은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적자에 대한 부담을 중앙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할지, 수십 년 전에 정해진 65세 노인(기준)이 맞는지, 즉 연령 상향 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공익서비스의무법’ 이른바 ‘PSO(Public Service Obligation)법’ 도입을 강조했다. PSO법은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부담으로 하는 게 골자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기 위해 박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키자는 주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회 등이 주도해서 무임승차의 적용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거나 출퇴근 시간대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적 방안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노인회 연령상향 전향적 찬성입장
지하철 무임승차 직접 수혜대상인 대한노인회도 연령상향에 찬성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한노인회는 서울시연합회를 중심으로 노인연령 상향 찬성을 전제로 오세훈 시장과 보폭을 맞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3월 중 여야 국회의원 10여명과 전문가,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부에서 “그동안 노인 무임승차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유엔(UN)에서 정한 기준 때문이었다”면서도,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으로서 지하철 누적 적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정년 연장을 포함해 먼저 제기해 사회적 합의를 보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논의 결과를 주목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