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기대수명도 크게 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서비스를 중심으로 요양보호사, 실버타운 등 시니어비즈니스(실버산업)가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는 정보통신기술과 함께 노년층을 케어하는 기술과 다양한 스카트 기기 보급이 높아진 결과다.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자 기술 기업들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른바 ‘실버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과거 의료기기 판매에 국한됐던 좁은 시장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을 발판으로 서비스 영역과 대상을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다른 변화다.
124조원 시장, 10년 사이 3배 성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0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과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실버산업 관련 시장규모는 2010년 33조2,241억원에서 2020년 124조9,825억원으로 10년 사이 3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 규모가 늘어난 만큼,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최근 기술적 토대를 발판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하는 분야는 돌봄시장이다. 3~4년 전, 단순히 요양업계 종사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선보였으나,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시니어 돌봄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23억 투자금 유치한 스타트업
눈에 띄는 스타트업이 ‘한국시니어연구소’다. 2019년 재가요양산업에 뛰어들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국내 유명 벤처캐피탈들로부터 누적 12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국내 요양 서비스 시장은 10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재가요양시장은 약 5조원 규모에 달한다. 방문요양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 산업의 약 7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이 산업에서 최일선 현장에 있는 업체들이 2만여개에 달하는 방문요양센터들이다.
방문요양센터는 노인들의 집으로 요양보호사를 보내 식사·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의 85%는 국가가 지원한다. 하지만 영세기관이 대부분이고 종사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 업체는 우선 1만여명 요양보호사가 이용하는 구인구직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방문요양센터에는 행정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했다. 그동안 수기로 이뤄지던 업무를 자동화해 50~60대가 대부분인 요양보호사들이 돌봄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돌봄시장, 다양한 기업 뛰어들어 신기술 선봬
위치기반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도 등장했다.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보살핌’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서비스 등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위치기반으로 요양보호사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도 개발했다. 요양보호사 규모와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규모에 불균형이 있다고 보고, 기술개발에 나섰다.
이밖에도 현재 5~6개의 스타트업들이 노인돌봄시장에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을 가열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고령친화 실버케어푸드
고령자를 위한 실버푸드시장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2014년 7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2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7년 새 3배 이상 증가할 만큼 케이푸드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식품 대기업 풀무원은 고령친화형 간편식을 선보이며 국내 시니어 케어푸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기업은 생애주기·생활주기에 맞춘 식단구독서비스(디자인밀)를 통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영양식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업의 식단구독서비스는 고객의 생애주기별 영양기준과 생활주기별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식사를 맞춤 디자인해 제공하는 식품 D2C(Direct to Customer) 사업이다. 고령자의 원활한 식사와 영양 보충을 위해 형태와 물성, 성분 등을 조정해 가공한 식품이다. 물성과 점도 특성에 따라 1단계(치아 섭취)부터 2단계(잇몸 섭취), 3단계(혀로 섭취) 등 단계별로 구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이 기업의 시니어 제품 10개를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연내 보조기구 로봇 출시
실버산업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 또한 경쟁에 속속 참전한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한종희 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은 CES2023 당시 현장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안에 EX1이라는 버전으로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해당 로봇을 중심으로 시니어 케어나 운동 등 여러 로봇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첫 상용화 로봇이 무릎이나 발목에 착용하는 시니어용 웨어러블 로봇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기업이 실버케어 시장을 겨냥해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므로, 향후 관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자체, 관련 기술 로봇·센서 보급
각 지자체는 AI 로봇·스마트센서등을 노년층에 공급,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독거, 건강 취약 노인을 대상으로 AI 로봇 30대를 공급했다. 이 로봇에는 보호자와의 영상통화 기능과 날씨정보 제공, 약 복용시간 안내 등의 기능이 있다. 또 대상자를 관찰하다가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보건소로 알리는 응급알림 기능도 적용됐다.
강원도 삼척시도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AI 로봇 20대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로봇에는 기상과 취침, 약 복용시간 안내 등의 기능과 인지강화 콘텐츠 재생, 움직임 감지, 전화요청 등의 기능이 적용됐다.
충북 진천군은 독거 노인 220명에게 ‘스마트센서등’을 보급했다. 이 전등에는 동작감지 센서가 있어 8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노인복지관 담당자에게 알림 문자를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
정부, 실버산업 적극 지원 계획
정부도 의료, 통신 기술을 활용한 고령친화제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노인 돌봄로봇, 투약 알림 약통 등을 공적 급여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2025년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는 만큼 내년도 예산을 기반으로 고령친화사업 발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적 급여에 들어가는 품목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고령친화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조달청이 직접 시제품 판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고령친화산업 연구개발(R&D)은 2021년부터 3년간 143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 후속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자립‧재횔‧돌봄 최적화 기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