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노인돌봄서비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6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의 90%가 고령층에서 발생하고, 감염 우려로 어르신들의 생활이 크게 위축돼 심신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전문가들이 모여 앉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려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6월 30일 국회에서 노인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갖고, 코로나19로 약화된 노인돌봄 대안을 모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노인들의 우울감이 증가하고 있고, 시설운영이나 재가서비스 중단으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안 상황에서 가족 돌봄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관련 학자들의 단체인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도 6월 26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노인학대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비대면 포럼을 개최하고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날 포럼은 집단감염 공포 속에서 돌봄 공백이 생긴데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방임이나 폭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인학대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체적 노쇠가 우려된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어르신들의 건강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정희원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포럼에서 코로나19가 노인에게 미친 영향과 건강권에 대한 시사점을 의료적 관점에서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생활할 것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운동해도 노쇠화 진행을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활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고 운동량이 감소하면서 만성질환과 우울증이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노쇠가 더 빨리 진행돼 낙상·골절과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르신들에게는 1주일간 신체활동이 없으면 신체 나이를 거의 한 살 더 먹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노인의학계에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코로나 확진자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일찍부터 면회를 통제하고 자원봉사활동을 중단하는 등 외부와 단절시켰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시설의 경우 다인실이 많고 한 명의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보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돌봄기관들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의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돌봄서비스까지 위축돼 악순환이 뒤풀이 될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토론회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해 안전하고 지속적인 노인 돌봄이 제공돼야 하지만 오히려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적 돌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노인 생활시설의 경우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드러나 희생자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컸다”고 지적했다.

신현영 의원은 “코로나19의 위협은 노인이 가진 취약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는데, 노인복지시설은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시스템이 부재했고, 시설에는 감염병 관리 지침조차 없는 데다 요양보호사, 이용자 모두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요양보호사들이 마스크와 같은 기본 장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2차 유행이 예견된 상황에서 어르신들의 돌봄 대안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돌봄서비스 위축으로 가족돌봄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한 걱정도 제기됐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인들의 우울감이 증가하고 있고, 시설운영과 재가서비스 중단으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 가족돌봄에 의존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요양시설 이용자들의 경우 코호트 격리조치가 되고, 노인의 돌봄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낮아 포괄적으로 돌봄 권리가 표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돌봄이 위축되면 가족들의 학대가 우려된다

이처럼 돌봄서비스가 위축되면 불가피하게 돌봄인력 부족이나 가족돌봄이 증가해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포럼에서 권금주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노인들은 가족과 돌봄 서비스 종사자로부터 격리돼 방치되는 경우도 많아졌고, 돌봄 부담과 스트레스가 커진 가족이나 돌봄 인력으로부터 폭력이나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방 차원에서의 활동제한과 통제로 인해 자율성 침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특히 경제적 위기로 압박을 겪는 자녀들이 노부모의 재산을 편취하는 경제적 학대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교수는 “요양원과 같은 시설의 경우도 인력부족으로 돌봄 방치 상황이 예측된다”면서 “학대 의심사례가 발생해도 코로나로 인해 긴급상황이 아니면 현장조사조차 제한되고, 외부 모니터링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하면 돌봄서비스 붕괴 우려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돌봄서비스 자체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국회토론회에서 “돌봄 종사자의 입장에서도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데다 감염에 대한 가족들의 우려로 돌봄 일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급대기조치, 자발적 퇴사 강요, 일방적 해고는 물론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요양보호사들은 노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오승은 정책국장은 “이제껏 요양보호사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노동자로 사용됐고, 제대로 된 노동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 노동 안전과 생계보장 대책이 부재하고 스트레스 감당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국가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회 서비스원에 공공 공급자 역할을 제대로 부여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서비스 재정립 대안, 공공성 강화다

노인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는 결국 장기요양보험제도처럼 민간시장에 맡겨 실패한 경험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는 반성이 우선한다. 민간에 맡겨 돈으로 거래되는 돌봄서비스도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방치하는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회토론회에서 서울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박영숙 관장은 “맞춤 돌봄의 경우 이용자가 비대면을 요청하면 비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등 돌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의 대면서비스가 핵심인 주야간 요양시설이나 재가서비스 이용자들의 경우 감염에 대한 우려로 가족 돌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형용 교수는 “돌봄을 돈을 주고 사는 게 문제”라며 “기존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가족돌봄 수당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처럼 단순히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공공인프라 확보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대응이 아니라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돌봄서비스 부재로 어르신들이 당할 수 있는 노인학대 예방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포럼에서 권금주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인학대는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기본적 인권의 침해와 관련되기 때문에 노인학대에 대해 노인인권 보장이란 차원에서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노인학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학대 발생 이후 대응이 주된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예방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재학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노인인권의 실행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노인의 권리지원과 학대 예방,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촉구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노인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타인에 의한 의사결정대행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