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코로나19로 인한 고립이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복지시설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설 연휴 가족과의 만남조차 차단된 어르신들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이어 치매로 이어지는 정신질환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조사결과 코로나19 이후 정신질환 관련 병원을 찾는 환자와 진료비가 모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의 사회적 지지체계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르신들이 집에 갇혀 어쩌다 찾아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온라인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보며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탓, 정신질환 환자 급증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질환 환자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연령대별 정신질환 발생 추이와 시사점: 코로나19의 잠재위험 요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의원급 의료기관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들의 내원일수와 진료비가 전년 동기(2019년) 대비 각각 9.9%와 1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정신 및 행동장애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 6.2%(남성 5.9%, 여성 6.5%) 증가했다. 청년·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청년·여성·고령층의 정신질환 증가는 각각 학업이나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고령화에 따른 치매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코로나 블루(Blue) 이어, 레드(Red)·블랙(Black)까지
세 차례의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심화되고 있다. 단순한 우울증을 빗댄 코로나 블루(Blue)에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화가 치미는 코로나 ‘레드’(Red), 코로나 ‘블랙’(Black)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제한적인 일상과 단절된 인간관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이 우울을 넘어 분노까지 확산된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40.7%)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50.7%)의 경험 비율이 남성(34.2%)보다 높았다.
고령자, 치매·정신·불안장애 많아
고령자의 경우 코로나 블루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노동생산력 감소, 은퇴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지위 변화, 인간관계 축소로 압축됐다.
70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다빈도 질환은 남녀 모두 알츠하이머 치매, 뇌손상·뇌기능 이상이나 신체질환에 의한 정신장애, 불안장애 등의 순이었다.
특히, 고령층에서 불안장애 환자가 많고 증가율이 높은 원인으로는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했을 경우 현실을 직면하면서 불안이 증가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요인 외에도 신체적 건강을 잃었을 때 돌봐줄 사람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장기화될 수록 정신질환도 악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 정신과 진료인원 증가 추세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①사회적 고립감 ②건강염려증 ③경제상황 악화 등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고립감이다.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비롯해 모임 취소가 보편화되면서 과거보다 외부인과 교류가 크게 줄어들어 고립감과 외로움을 유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 무기력감, 우울감, 수면장애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사회적 고립감은 독거노인의 정신건강 수준에 대한 연구결과로 추론이 가능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일반 노인들보다 인구·사회학적으로 더욱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고, 가족으로부터의 정서적 지지가 약하며, 사회적 지지도 약해 우울 수준이 일반 노인보다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이밖에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평소와는 다르게 가벼운 증상에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는 건강염려증이 늘고 있다. 또, 일자리를 잃거나 소일거리조차 찾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정신질환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 블루, 엄청난 사회적 손실끼쳐
코로나블루로 인한 정신질환의 사회적 비용, 복합질환 위험성 등을 감안할 때, 사전 예방,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정신장애 또는 행동장애로 인한 질병부담은 2030년 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질환 등에 이어 7번째로 질병 부담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신질환과 만성질환을 동시에 보유한 사례가 많아 의료이용이나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우선, 정신질환 발생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보험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도 지혜다. 실손의료보험이나 치매보험, 간병보험과 같은 민간보험 상품을 통해 일부 정신질환에 대한 보장이 가능하다.
정부도 정신질환 관련 보험상품을 확대하는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일본에서는 노동자의 정신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재해종합보험’ 상품이 제공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령이나 특정 직군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관련 보험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금보다 중요한 ‘온라인 사회적지지’
코로나19로 다친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이나 지원보다 사람들로 연결된 사회적지지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비대면이 불가피하다면, 온라인으로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접촉 어려움을 감안할 때, 디지털 사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온라인이나 앱을 통한 적극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간영역의 건강관리서비스를 병행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테면, 독거노인이나 위기상황에 있는 노인을 케어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 온란인 화상채팅을 활성화해서 코로나가 빼앗아간 대면서비스를 대체하자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는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 예방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IT기술을 활용한 상담서비스와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영상통화 앱을 적극 활용,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홀로 계신 어르신들께 가족이나 친구, 이웃의 관심과 배려를 전달하는 것이 코로나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