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제 딸들은 전문직을 갖고 있습니다. 가끔이지만 저는 손녀손자를 보살핍니다. 노년의 나이에 힘든 일이 많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기려 합니다. 아이들에게 좀 더 편안한 마음과 행동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답니다. 보상이나 공치사는 바라지 않아요. 그래도 마음 깊은 사랑과 헌신을 다합니다. 손녀손자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정성을 다할 뿐입니다. 아이들을 편안하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대합니다. 딸들이 임신했을 때부터 출산까지, 그 후 손녀손자를 보살피던 얘기들이 많습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 얘기도 있어요. 육아를 맡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공유하고 싶어 ‘감성할마 유별님의 영재육아 이야기’란 책을 썼습니다. 손녀손자와 함께했던 추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넣었지요. 육아에 애쓰고 계신 동료와 선후배님들의 노고를 덜어드리고 싶어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우유병을 소독하며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한다. 빨래가 끝난 세탁기가 나를 부른다. 누워 있는 손자를 보니 아직은 잘 놀고 있다. 보채기 전에 얼른 빨래를 널어야겠다. 부지런, 부지런 동당거리며 돌아다닌다.
기저귀도 갈고 배도 부른 손자는 거실에 누워 모빌을 보고 있다. 귀여운 동요를 들으며 동물들이 흔들흔들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한다. 재미난 모양이다.
가만 들어보면 모빌을 보며 말을 걸고 있다. 노래를 하기도 한다.
‘꺄오~ 호오~ 고오오~’ 웃기도 하고, 장단을 넣어 흥겹게 이어간다. 발음이야 아기들 세계에서 가져왔지만, 나는 할머니 세계 언어로 다 알아듣는다.
“나비야, 너 예쁘다. 나는 지금 기분이 참 좋아. 기저귀도 보송보송 하고 배도 고프지 않아. 나를 예뻐하고 사랑해주는 할머니도 옆에 계셔” 등이다.
빨래를 다 널고 살짝 들여다봤다. 손자가 내 기척을 알고 아는 체를 한다. 몰래 도망가려다 들킨 사람처럼 움찔했다. 좀 쉴까 했기 때문이다.
외면할 수 없어 손자 옆에 앉았다. “울 애기 지금 기분이 최고예요?” 하고 물었다. 손자는 한껏 애교 있게 웃으며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옹알거렸다. “오구, 오구 예뻐라. 나도 울 애기를 사랑해요. 나비랑 코끼리랑 재미있게 놀았어요?” 라고 물었다.
손자는 팔다리를 크게 휘저으며 버둥거렸다. “할머니, 지금 안 바쁘지요? 나 누워있기 싫으니 안아주세요” 라고 말한다.
“혼자 누워 있으니 심심한가요? 할머니가 안아줄까요?” 하자, 손자는 몸을 뒤틀며 큰소리로 말했다. “끄오오~ 까오~” 안아주지 않으면 울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알았어요. 잠시 안아줄게요”
나는 손자를 안고 대화를 시작했다. 손자는 눈동자를 모으고 내 입을 열심히 살폈다. 입을 오물오물하며 소리 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가 얘기를 마치면 이어 손자가 생각을 말했다. 아기 옹알이가 충분히 끝나면 내가 웃으며 대꾸해준다. 손자도 할머니와 잘 통한다며 더 열심히 대꾸한다. 서로 마음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손자는 대화의 기본자세를 배우고 있다. 상대가 말을 끝내면 다음이 자기 차례란 것을.
옹알이 하는 아기와 대화하는 방법으로 ‘패런티즈(Parentese)’가 있다. 아기 옹알이에 알맞은 반응을 하는 것이다. 아기와 같은 어투로 말한다. 목소리 톤을 높이고 천천히 말한다. 음절에 강세를 넣어 장모음을 길게 노래하듯, 리듬감 있게 발음하는 것이다.
아기가 ‘까오오~’ 한다고 어른도 같은 소리로 흉내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 다양한 말과 말에 따른 다양한 표정을 하면서,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아기의 주의를 쉽게 오래 끌 수 있다. 이것은 아기 정서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옹알이는 아기가 조음기관을 이용해 낼 수 있는 소리를 연습하는 과정이다. 소리의 변화를 배우며 혀나 입술을 잘 다루는 연습도 한다.
이 패런티즈는 아기의 언어 발달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렇게 옹알이 하는 아기 자신도 즐겁고 행복해진다.
24개월 이전에 아기 옹알이에 제대로 반응해주는 것이 좋다. 즉각적인 반응으로 정서적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을 관장하는 두뇌 시스템이 왜곡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애착 장애가 올 수 있고 성격이 까다로워 질 수도 있다.
옹알이를 하면서 아기가 많은 대화를 들을수록 커서 어휘력이 좋아진다.
패런티즈는 그림책을 읽어 줄 때도 효과적이다. ‘아~아~주 예~쁜 공주님이 살았대요’, ‘그렇게 커~~다란 도토리는 다람쥐가 제~~~일 좋아한대요’ 하는 식으로. 그러면 아이가 책에 잘 집중하게 된다. 언어발달에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손자 옹알이에 한참을 대꾸하며 맞장구 쳤다. 어서 ‘할머니’하고 부르는 소리도 듣고 싶다. 그런데 한참을 얘기해도 ‘엄마 보고 싶다’는 소리는 없다. 내가 무척 좋은가 보다. 나도 그래서 두 달 손자가 좋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힘든 육아도 위로가 된다. 단순한 생각이 이처럼 행복할 때도 있다.
손자와 옹알이하는 순간을 그냥 즐기면 된다. 아기를 보살펴야 하는 신세타령을 한다든지, 내 팔자를 운운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보살피며 짜증내거나 툴툴거리면 아기들이 바로 알아챈다. 온화하고 아늑한 표정과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래야 손자 옹알이를 대할 때도 아름다운 말소리를 낼 수 있다.
손자와 하는 즐거운 대화는 피곤함을 잊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