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김수동 이사는 독거노인 주거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는 어머니 지인들과 홀로 노년을 지내는 70대 이상 노인들을 보고 많은 것을 고민했습니다. 경제, 건강, 안전, 외로움 등 여러 위험요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로원이나 시니어타운, 실버타운처럼 노인들만 사는 곳이 아닌, 연령통합형 공동체주거주택을 생각했습니다. 현재 김 이사는 세대주가 30대~60대인 공동체주택 ‘여백’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민은 아이부터 90세까지 총 10세대 27명입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이웃을 좋아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나.
‘노인과 더불어 함께’, ‘노인은 사회의 짐(-)이 아닌 힘(+, 플러스)이 되는 존재’란 의미가 있다. 어르신들께 삶의 역사를 듣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노년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실용적 노후주거 대안으로 공동체주거를 널리 알리는 소셜벤처 협동조합이다.
우리 협동조합은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있다. 이웃을 생각하고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주거형태를 지향한다.
주거 공유 및 공동체주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전문 상담과 컨설팅을 한다. 공동체모임 활성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교육도 한다.
또 공동체주거와 관련된 책을 내기도 한다. 김수동 저 ‘쫌 앞서가는 가족’,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모은 ‘모두의 집’, 사회적 가족과 주거권에 관한 ‘외롭지 않을 권리’와 ‘어울려 살 권리’란 책도 있다.
Q.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IT컨설턴트와 벤처기업 CEO로 50대 초반까지 지내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벤처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다행히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졌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독거노인들의 주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 특히 시니어타운이나 실버타운처럼 노인들만 지내는 마을이 아니라,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주거주택을 생각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어머니다. 친구 분들이나 다른 노인들이 노년기를 홀로 오랜 시간 살고 계셨다. 그러나 70대 후반이 넘어서며 서서히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을 봤다. 도시에서 홀로 나이 든다는 것은 많은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협소주택이나 빈둥지에서 비싼 주거비용을 부담하며 서서히 외롭게 고립된다. 이로 인한 심신의 약화나 낙상, 범죄노출 등이 있다. 여러 질병이나 사고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다. 서민 중산층 어르신들이 선택할 마땅한 주거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문제점을 봤다.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다면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점에서 공동체주거를 생각하게 됐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에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현재의 아파트 문화가 노인고독사를 초래하지는 않는지, 청년 주거문화와 하우스푸어 위기의 중장년층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했고, 그 대안을 모색했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개인 공간 이외의 공유 공간을 만들고, 서로 어울려 살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껏 우리가 가졌던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런 연유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
Q. 공동체주거주택은 어떤 형태인가.
‘위스테이’(westay)와 같이 500세대가 넘는 대규모 공동체아파트도 있다. 특별한 관계의 두 사람이 생활동반자로 한 집에 사는 경우도 있다. 또 방만 따로 쓰고 거실이나 주방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있고, 다세대주택 형태의 코하우징(Co-Housing) 등 다양하다.
거주자들이 사생활을 중요시하며 느슨한 관계를 지향하는 경우도 있고, 공통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돌봄이나 경제활동이 통합된 밀접한 생활공동체의 모습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 참여에 의해 원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공동체라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현재 ‘여백’이란 공동체주택에 살고 있는데.
현재의 어르신들은 그래도 우리세대가 모시고 살거나 보살펴 드리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자녀가 많지 않은 우리 세대는 늙으면 누가 보살필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갈 이웃이 필요하다.
경기도 고양시 흥국사 입구, 10세대가 ‘여백’이란 공동체주택 2개 동을 지었다. 우리 주민들은 주택건설협동조합 하우징쿱에서 모집한 은평지역 협동조합 설립 희망자 모임에서 알게 됐다. 매주 입주자 모임에 참여하면서 집을 짓는 과정과 공동체 관계를 발전시켰다. 설계 초기부터 건축가와 함께 비용을 줄였다. 각자 자기 가족의 특색과 원하는 집에 대한 개별 상담도 했다. 1년 반이 지나 입주했다. 지금은 세대주로는 30대부터 60대까지, 주민 전체로는 아이부터 90대까지 10세대 27명이 살고 있다. 1인 가구도 있고 3대 가구도 있다. 아이가 있는 집도 있고 청년 자매가 사는 집도 있다. 은퇴 부부도 있다. 6년을 함께 어울려 살고 있지만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서로 살펴주고 도와주며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만족하고 있다.
지금까지 늘리고 채우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비우고 나누는 삶을 살자는 의미로‘여백’이란 이름을 지었다. 내 집과 남의 집이 아닌 내 집과 우리 집이 됐다. 4층의 공유 공간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음식도 나누고 술도 나누며 삶을 즐기고 있다. 뛰는 집값에 고민하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집, 더 이상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내 집, 안전문제에 걱정 없는 집, 나이 들어 혼자 살더라도 두렵지 않은 내 집, 더불어 사는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은 우리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