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에 비유되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가 관심을 넘어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수학교육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를 자처합니다. 대학입시를 위한 점수 따기식 훈련에 지쳤기 때문일까요. 수학에 흥미를 갖는 교수법은 무엇일까요. 수학교사, 수학전문강사 등을 역임 한 함용임(65) 선생이 7월 14일 서초구 한 도서관에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Q.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했다. 교사자격증을 따고 수학교사를 했다. 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결혼했다. 오랜 시간 해외생활을 하고 2010년에 돌아왔다. 그 후 특목고 수학 강사를 했다. 영재고나 과학고에 가려는 우수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프라이빗(Private) 강사도 했다.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수학 강사도 했다. 해외 유학 중인 학생들이 방학 때 한국에 오면 수학 특강을 했다. 한국에서 자라고 해외로 유학 간 학생들은 수학을 아주 잘한다. 어릴 때부터 계산하는 훈련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 학생들은 문제 파악만 잘하면 계산을 잘하니 통찰력에 속도가 붙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학교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가 50%나 되는 것에 놀랐다. 수학은 사교육비 1위일 만큼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집중되는 과목이다. 자원봉사에 가보니 영어, 국어, 언어 등의 선생님은 많았다. 수학 선생님은 부족했다. 아이들도 수학은 안 하고 싶어 한다. 지금은 교회를 빌려 학생들을 가르친다. 집 인근 서초구 한 도서관 모임방에서도 수학을 가르친다. 대가를 받지 않는 봉사다.
Q. 수학을 어려워하고 멀리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법을 쓰나?
수학은 원리만 알면 어렵지 않다. 방정식을 이용해 함수를 풀고, 함수를 이용해 방정식을 풀 수 있다. 상호교환이 되기 때문이다. 중2 학생들은 함수를 어려워한다. 함수는 펑션(function), 기능이다. 함수와 방정식을 분리하지 말고 연결고리로 생각해 나가면 된다. “정비례 반비례 배웠잖아? 생각해봐! 이 문제가 왜 나왔을까, 뭘 기초로 끌어내는 문제일까? 이 문제를 풀려면 뭐가 필요할까?”라며 이치와 원리를 생각하게 한다.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구구단처럼 줄줄 외우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수학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 방정식이 무엇일까. 방정식은 방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x라는 방이 있고, y라는 방이 있다. 이때 x의 방 조건과 y라는 방의 조건이 같아야 한다. ‘x=y’가 되는 것이 방정식이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나를 가르치고 설명한 다음, 학생들에게 설명하라고 한다. 아이가 앞에 나가 풀어가며 설명한다. 그러다 빠진 것이 있으면 “네가 생각해봐. 아는 데까지 해봐”라며 지켜본다. 그렇게 하면 진도는 더디 나가지만 학습효과는 크다. 또 집에 가서 친구나 동생에게 가르쳐서 “이해할 때까지 가르치면 된다”고 말해준다.
Q. 몸으로, 놀이로 하는 교수법을 강조하는데?
아이들이 방정식에서 어려워하는 것이 농도와 시간, 거리, 속도의 문제다. 시간 문제에서 예를 들면, ‘철도가 몇 m고, 기차는 몇 m다. 기차가 그 철도를 1m 가는 데 몇 초가 걸린다, 기차가 철도를 다 빠져나가는 데 몇 초가 걸릴까’라는 식이다. 학생을 데리고 나가 걸어가며 계산한다.
농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함께 주스를 마시며 컵에 조금 남긴다. 거기에 물을 넣어 섞는다. ‘1mm 남은 주스에 물을 10g 넣으면 농도는 어떻게 되니? 색이 옅어지지?’라는 식이다.
부호 문제에서는 아이들 몸을 바로 세운 뒤 0으로 한다. 팔을 오른쪽으로 뻗으면 플러스, 왼쪽으로 뻗으면 마이너스로 한다. 그러다 양손이,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가운데에서 만나면 손뼉을 친다. 이때 부호는 ‘마이너스’다. (-3)+(-5)=-8처럼. 아이들은 ‘마마플, 마플마’하며 손뼉을 치고 리듬을 타며 부호를 외운다. 그밖에도 많은 놀이식 교수법이 있다.
Q. 수학을 가르치며 얻는 보람은?
조손가정 아이들을 가르친 일이 있다. 부모도 없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의류나 학용품을 후원 받아주고 간식도 사 먹였다.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열의는 없었지만, 조금씩 흥미를 갖게 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르친 일도 있다.
개척교회 목사 자녀 셋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집은 정부지원이 없어 형편이 어려웠다. 학원에 보낼 처지가 아니었다. 내가 수학을 가르치자 아이들은 고마워했다. 눈을 반짝이며 잘 배웠다. 수업하러 가면 아이들이 준비물도 잘 챙겨 놓았다. 수학 성적이 날로 좋아졌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현재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남매 이야기다. 아버지는 실직자고, 엄마가 방문교육으로 생활하는 어려운 가정이었다. 아이들은 똑똑하고 수학을 좋아했다. 하지만 무료는 안 된다고 했다. 무료 봉사를 해보니 아이들이 받는 데 익숙해 배우려는 애착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 한 말 값을 받았다. 그 대신 남매는 방과 후 우리 집으로 왔다. 공부하고 간식 먹고, 저녁밥까지 먹였다. 미장원도 데려갔다. 말 그대로 돌보미였다. 남매는 아주 열심히 공부했다. 나중에 이 가정이 미국에 이민했다. 남자아이는 대학 들어갈 때 ‘나의 수학 선생님’이란 주제로 에세이를 냈다. 지금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Q. 일상생활에서 수학이 많이 필요한가?
장보기 할 때 수학을 적용한다. 차를 가지고 마트에 가면 기름값이 얼마나 들까, 택배로 주문하면 택배비는? 둘 중 어느 방법이 더 경제적일까를 따져본다. 또 물건을 살 때 할인율을 비교한다. 이자 계산에도 수학을 알면 이익이 생긴다. 심지어 주차할 때도 주차장 넓이와 차폭을 비교하며 각도를 계산하면 쉽다. 영어에서 화법을 공부할 때도 수학공식을 적용해 배웠다. 화학 원소기호도 수학적 분석으로 외우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Q.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허준이 교수가 ‘수학분야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았다. 그도 정해진 시간에 문제를 빨리 푸는 것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누구보다 재능을 보였다. 대학입시 생각하며 답만 맞추는 훈련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주제를 파악해 설명하고 접근해 식을 유도하는 문제 연습을 하면 좋다. 수학은 세계적으로 답도 똑같고 용어도 똑같다. 사고력과 분석력, 계산력이 있으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초등교육부터 차분하게 원리를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알고 보면 수학은 쉽고 재미있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