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전국을 다니며 강의로 바쁜 최갑도(66) 씨는 ‘스타강사’다. 도전과 성공, 변화와 혁신을 주요 주제로 강의한다. 하지만, 매주 일요일 오전 6시,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어김없이 최갑도 강사를 만날 수 있다. 달리기를 준비하는 그의 일행과 함께.
대학교수인 69세 사부의 지도에 따라 최갑도 씨를 비롯한 76세, 72세, 63세, 60세 시니어들이 함께 달린다. 1시간 동안 10km를 달려 도착한 곳은 한강 탄천합수부지. 이곳을 반환점으로 다시 구일역으로 돌아가 왕복 약 2시간을 즐긴다.
최갑도 강사 일행이 하는 마라톤은 색다른 면이 있다. 달리기 시작 전에 몸을 푸는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걷는 ‘네거티브’ 마라톤
최갑도 강사는 “우리는 네거티브 마라톤을 한다. 처음부터 천천히 걷기를 시작한다. 걸으며 머릿속 상태, 목의 움직임, 팔다리 근육상태와 장기들의 느낌을 찬찬히 살핀다”며, “아래로 내려가 발이나 발목까지 골고루 점검한다”고 했다. 이어 “온몸을 두루 살피며 걸어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2km를 걸으면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최 강사가 달리기 전의 삶
최 강사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 중퇴했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험한 일을 했다. 그러다 군대에 자원했다. 학력 상관없이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음식 먹고, 똑같이 잠을 자는 군대가 좋았다. 군대 생활을 8년이나 하며 열심히 기술 배워 많은 자격증을 땄다.
제대 후 대학에 가기 위해 30대에 검정고시로 4개월 만에 중학과정을 마쳤다. 다시 4개월 만에 고등학교 과정도 마쳤다. 2년제였지만 원하던 기능대학에도 합격했다. 졸업 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 엔진개발팀에서 근무했다.
국내 최초 온도센서 개발 상금
최갑도 강사는 젊어서부터 가족들과 테니스를 즐겼다. 나이 먹으면 테니스장을 운영하고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당연히 체력이 좋았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쌓였다.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 기름칠하고 닦고 조이며 돈도 많이 벌었다.
1989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 엔진 헤드부분의 온도를 조절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당시 이 부품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던 것을, 완전 국산화로 돌려 원가절감이란 공로를 세웠다. 상금도 많이 받았다.
「배움은 배신하지 않는다」 책을 내다
이후 최 강사는 자동차 기술 강사로 근무했다. 기술 혁신과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 성실로 열심히 근무했다. 자격증이 수도 없이 늘어났다. 회사에서 롤모델 1호로 선정되며 직원교육용으로 「배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책을 냈다. 전국으로 다니며 스타강사가 됐다.
일이 끝나면 기름진 음식에 술도 많이 마셨다. 건강을 돌보지 않아 키 160cm에 몸무게가 85Kg이나 됐다. 결국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 큰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심부전증이 심해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과로에 쓰러졌지만 달리기로 되살아
처가 친척 의사가 “수술할 것 없다”며 자신의 개인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최갑도 강사는 “거기서 안정하며 치료하니 다 나았다. 그때부터 운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처음에는 동네 달리기 동호회에서 주말마다 달리기를 했다. 좀 오래 걸렸지만 3년 만에 10kg을 감량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2004년에 동아일보 주최 ‘백제 큰길마라톤대회’ 5km 풀코스를 뛰었다. 결과는 참가기록 3시간 29분 10초. 40대 이상에서 당당히 1등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꼴찌 그룹에서 천천히 뛰다 중간부터 속도를 내 달린 결과였다. 그는 “지금의 네거티브 마라톤을 한 셈”이라고 했다.
달리기 전도사로 활동하며 보람
최 강사는 매주 달리기 사진과 동영상을 페이스북(SNS)에 올리며 홍보하고 있다. “돈도 안 들고 장비도 필요 없고, 좋은 운동화 하나에 팬츠만 있으면 달릴 수 있다. 내가 달리고 건강 효과를 본 사람인데 홍보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이렇게 좋은데…”라며 흥분했다.
“내 후배는 63세인데, 군 장교출신이라 연금도 많이 받지만, 건강이 나빴다. 가족력도 있어서 항상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나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하고 먹던 약을 끊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72세 형님은 술꾼이라 술독으로 항상 코가 빨갰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이제 술독도 다 빠지고 의사 권유로 고혈압, 당뇨약도 끊었다. 갑도 자네 덕에 회춘했다며 고마워한다.”
최 강사로 인해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30~40명 정도나 된다. 팀원들의 올해 목표는, 매주 10km 이상 100회 달리기다. 벌써 55회를 넘었다.
힘들었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때는?
“아니, 아니죠! 마라톤의 특징은 아까도 말했지만 돈이 안 들고, 건강이 좋아져 우울증이나 불면증, 고혈압, 당뇨 다 없어진다. 게다가 함께 달리니 고독하지도 않다. 나는 기업 강의 때도 마라톤 강의를 빼놓지 않는다. 운동의 한계를 느끼면 인생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
달릴 때는 무슨 생각을 하나?
한강 탄천합수부지를 돌아오며 많은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한다. 잘 풀리지 않는 일들, 스트레스에 갇혀 있는 일들, 그러면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해결책이 생기기도 한다. 또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반환점을 돌아올 때는 모두들 자기 실력대로 맘껏 뛴다.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은 전혀 안 하나?
왜 안 하겠나. ‘요가마라톤운동’이란 걸 한다. 반환점을 돌아와 모두 모이면 그때부터 사부 지도에 따라 죽음의 운동을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달리기 전에 하지만 우리는 달리고 난 후에 하는데, 이게 달리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이 든다. 팔굽혀 펴기도 그냥 내리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비틀며 몸을 위로 아래로 훑으며 꿈틀꿈틀해야 하니까 무척 힘이 든다. 매일 70개 이상, 100개 이상도 한다. 해마다 늘려 나이 수대로 할 예정이다.
최갑도 강사는 1년 내내 매주 일요일이면 달리기를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 춥거나 해가 뜨거워도 달린다. 팀원들과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달리는 길이, 그의 인생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