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영양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이 노인 건강증진과 의료비 절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양 불량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액은 노인이 일반 인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만큼 노인을 대상으로 공공급식을 제공하면 노인의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노인 특성별 고령친화식품 활용을 위한 과제: 공공급식 중심으로)에 따르면, 노인 유형별 특징을 고려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부터 영양 상태가 취약한 노인까지 신체적 기능에 적합한 고령친화식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 1인당 진료비 월 40만원 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5월 발간한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86조4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1%에 달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2019년 35조8247억원으로 전년보다 13.2% 늘었다. 노인진료비는 2013년 18조원에 이어 2015년에는 21조원을 기록했고, 2018년 31조원대를 기록했다.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0만9536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이는 국민 1인당 월평균 진료비(14만663원)보다 2.9배 많은 수치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 가운데 15.7%, 75세 이상은 6.7%를 차지한다. 간병 필요도가 높은 노인성 질환을 가진 중·후기 노인인구 증가로 노인의료비는 지속적인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말 기준 장기요양수급자는 전체 노인인구의 9.6%이며, 이 중 77.5%가 실제로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82.1세로 10명 중 6명(60.8%)이 80세 이상이다.
영양공급 가능한 식품지원제도 필요
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의 신체적, 사회적 한계를 고려해 영양 부족 현상을 해소하거나, 영양 부족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식품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은 다른 복지제도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노인의 특성을 고려해 영양 공급이 가능한 식품지원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년기에 집중되는 질병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질병을 예방하고, 노화에 따른 기능 감소, 자립 생활을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영양관리체계를 공공급식 체계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맞춤돌봄조차 식생활 배려는 미흡
현재 노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은 맞춤돌봄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제공된다.
지난해 1월부터 6가지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해 제공되는 맞춤돌봄서비스는 안전, 건강, 참여, 가사 서비스를 개별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식생활과 관련된 영양교육을 추가했다.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연금수급자 가운데 독거노인·조손가정·고령부부 가구 노인이 대상이다. 요양 필요성은 낮지만, 신체기능 저하, 정신적 어려움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해당된다.
하지만, 현재 제공되는 맞춤돌봄서비스는 식생활과 관련,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에게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식생활이 어려울 경우 영양교육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영양을 갖춰 먹을 수 있도록 공공급식이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공공급식이 비교적 원활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다. 시설은 물론 재가서비스도 요양보호사를 통해 식사준비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노인의 개별적 신체기능 저하나 질환을 고려한 식사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복지시설 60%, 노인 영양상태 확인 못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인주거복지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여가복지시설과 같은 노인복지시설 관계자 145명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이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영양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자의 건강 또는 영양 상태를 확인하는 인력으로 ‘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라고 응답한 기관이 120곳(82.8%)로 가장 많았고, ‘담당 사회복지사’가 102개(70.3%), ‘담당 요양보호사’ 92개(63.4%)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영양사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영양사를 배치하기 어렵다면 입소자와 직접 상담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식사와 영양관리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이 지적됐다.
특히, 노인복지시설 10곳 중 6곳은 건강과 영양 상태를 확인하는 기준이 없었고(101개, 69.7%), 식사서비스를 운영하는 영양사도 배치하지 않았다(67개, 63.2%).
고령친화식품 인지도·활용도 저조
어르신들에 대한 급식과 관련된 전문인력의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인지도도 매우 낮았다.
노인 식품지원사업 담당자의 경우 6.1%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도 10명 중 4명(43.4%)만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과반 이상이 고령친화식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실정이었다.
고령친화식품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노인 식품지원사업 기관과 노인복지시설 모두 ‘고령친화식품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져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유통 중인 고령친화식품 구입처(복수응답)는 10곳 중 8곳(79.2%)이 ‘온라인 판매’에 몰려 있었다. 이어 ‘노인요양시설’(54.2%), ‘병원’(45.8%) 순이었다. 일반 어르신들이 고령친화식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통합놀봄에 영양공습 포함시켜야”
보건사회연구원은 “노년기의 질병 치료 중심에서 질병 예방과 노화에 따른 기능 감퇴, 자립생활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영양관리 체계를 공공급식 체계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고령친화식품 활용을 통한 영양 공급을 포함시켜 사회경제적 비용과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친화식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고령친화식품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산업의 기초는 10여 년 전부터 이미 잘 다져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고령친화식품의 초기 육성기반을 확보하고, 고령친화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더 빠르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밖에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건강하지 못한 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체계에 개별적 신체기능에 맞는 고령친화식품을 적극 활용하고, ‘영양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속해 있는 일반 노인들도 고령친화식품을 식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