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시니어들에게 여행은 가장 현실적인 자아실현 수단이자, 심지어 인생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과거 여행이 단순한 눈요깃거리 중심의 관광에 불과했다면, 요즘 시니어들의 여행은 직접 보고 배우면서 내 삶의 의미를 구체화시키는 목적있는 여행이 대세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시니어 10명 중 8명 이상이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여행을 꼽았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짧고 자주하는 여행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연 친화적인 숙소와 지역에서 즐기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니어들에게 여행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보니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이나 여행콘텐츠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 소비자를 울리는 여행상품도 적지 않아 꼼꼼히 따져보고 이용해야 한다.
여행, 행복한 인생을 위해 하고 싶은 일 1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5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물은 결과, 무려 84.5%의 비율로(중복응답 허용) 여행을 꼽았다. 다국적 여행사가 우리나라 시니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행 다음으로 선호하는 활동으로는 취미(71.1%)와 운동(62.8%)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여행을 통해 행복한 삶의 원동력을 얻고 활기를 찾는 시니어들은 젊은이들처럼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배낭여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낭여행’에 대해 응답자의 10명 중 9명(87.8%) 가량이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7명(72.2%)은 스스로 시니어 배낭족이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여행의 질적 측면도 바뀌는 추세
여행이 시니어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만큼, 질적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스케줄과 관광지가 이미 짜인 패키지 단체관광보다 여행자가 원하는 대로 찾아보고 즐기는 자유여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여행사 조사에서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주도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이 보내주는 효도관광(12%)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여행지를 찾아보는 주도적인 여행(88%)을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3.8%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대신 항공과 숙박을 개별적으로 예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정보가 없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된 시니어들이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서 벗어나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예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니어, 가급적 짧고 자주하는 여행 선호
우리나라 시니어들에게 여행이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여행업계도 본격적인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어떤 여행을 선호하고, 어떤 상품을 소비하는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시니어들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행, 자연친화적인 숙소와 지역에서 즐기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급적 짧고 자주하는 여행을 좋아했다.
최근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시니어 여행 트렌드’를 조사·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여행 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한 60대 이상자 2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43.7%)은 ‘짧게 자주 즐기는 여행’을 꼽아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영상과 사진 등을 남기는 ‘기록 여행’과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경험하는 ‘반복 여행’(각각 22.5%)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응답자 절반이 넘는 55.6%가 여행 주제로 역사·문화를 배우는 ‘콘셉트 여행’을 가장 선호했다. 4명 중 1명 꼴로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정 여행’도 선호하는 여행으로 꼽았다.
자연친화적 여행 선호하는 시니어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선호하는 숙소 형태다.
일반적으로 유명 관광지의 호텔을 선호할 것이란 예측과 반대로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연친화적 휴양림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무려 응답자 10명 중 6명이 휴양림을 선호하는 숙소로 선택했다. 이어 펜션(14.1%), 호텔(7.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여행지도 자연경관이 빼어난 강원도(37.3%)와 전라도(26.8%), 제주도(21.1%)가 상위권에 올랐다.
원하는 여행 동반자로는 배우자(36.6%)와 친구(25.4%), 여행 커뮤니티(22.5%) 순으로, 동년배와의 여행을 선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자연 친화적인 숙소와 지역을 선호하는 뚜렷한 여행 트렌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드스칼라,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 인기
노후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활동적인 시니어들 사이에 새로운 여행 문화가 생기자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국가들에서는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여행 비즈니스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50대 이상 활동적 시니어를 위한 대표적인 여행업체는 1975년 미국에서 설립된 ‘로드 스칼라’(Road Scholar)다. 여행업보다는 시니어를 위한 평생교육 사업으로 출범했는데, 미국 뉴햄프셔의 전문대학교 캠퍼스에서 저렴한 평생교육 관련 사업으로 시작했다.
1985년에는 손자녀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판해 세대통합형 여행 프로그램의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선박과 바지선을 타고 바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등록회원 수가 25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 현재 로드 스칼라엔 150여개 나라, 연간 10만명 이상의 시니어가 5500여개 교육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쉽고 편하게 원하는 여행 즐기는 서비스
1975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시니어 디스커버리 투어스’(Senior Discovery Tours)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니어 전문 여행사다. 이 여행사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여행사 중 하나인데, 주로 50대 이상 활동적 시니어를 대상으로 100여개의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로드 스칼라가 여행 프로그램의 다양성에 중점을 둔다면, 이 여행사의 강점은 시니어들이 쉽고 편하게 원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특화된 서비스에 있다.
이 여행사는 고객의 집 앞에서 전용차로 출발하는 픽업서비스로 시작한다. 시니어들의 욕구에 맞춰 세계 곳곳의 여행지 주민과 생활하는 체험 상품도 있다. 대부분의 여행에는 시니어가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여행에 동반하는 매니저가 호텔 체크인, 일정 확인, 각종 티켓 구매도 대신 서비스한다.
이 여행사는 기본적으로 천천히 즐기는 휴식을 여행의 가장 큰 목적으로 내세운다. 하루 1~2개 정도의 목적지만 설정해 과도한 이동을 자제하고, 전체 여행일정 중 투숙할 호텔은 1~2개로 제한한다. 모든 식사계획도 짜여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끼니마다 식당을 선택하는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 관련 소비자 민원도 증가
여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만큼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도 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여행관련 피해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내여행사와 현지여행사 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일방적 계약변경이나 여행 일정 변경, 선택 관광(옵션) 강요의 문제점이 가장 많았다. 특히, 국내여행업계 1, 2위를 다투는 업체 모두 현지에서 특정 상점이나 관광지를 방문하게 하는 이른바 ‘선택관광’ 옵션을 강요 당한 피해사례가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여행을 위한 예약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무료 취소 기간 내에 취소 요청을 했는데도 환불이 지연되거나 ‘환불 불가’ 표시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던 수수료를 청구하는 등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 관련 불만(13%), 사업자 과실로 예약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계약 불이행(10.8%) 등의 피해를 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