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우리나라의 노인 차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로 차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노인 혐오표현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시니어들이 많았다. 20~50대 대상 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이 온라인에서 노인혐오 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실제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2018년 서울시 청년들의 인식조사 결과, 청년들은 나이, 위계 등에 따른 권위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배제에서 가치관 충돌을 크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소통에 있어 ‘다양성’ 존중과 ‘탈권위’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노인과 같이 특정 세대집단을 하나의 속성으로 간주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고령사회委, 연령통합·세대연대 포럼 개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모두 9차례에 걸쳐 ‘연령통합·세대연대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인구고령화 등 미래 대응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연령통합적 사회’ 비전과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정책포럼에서는 한국사회의 ‘연령’, ‘세대’의 의미와 세대 간 불평등, 그리고 모든 세대의 공존을 위한 연령통합적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포럼에서는 연령과 상관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집중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최혜지 교수는 ‘연령에 유연한 고용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제언’에서 “▲다수를 포괄하는 정책대상 집단 설정 ▲일자리의 질과 다른 세대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대화 활성화라는 3가지 기본 원칙하에 고용유지·재진입 및 점진적 퇴직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계속고용 의무화, 직무급 임금체계 등의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노인혐오’ OECD 2위 심각한 수준
충남대 사회학과 김주현 교수는 제4차 정책포럼에서 ‘연령주의(Ageism) 관점에서의 노인인권과 노인혐오 실태와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연령주의(Ageism)란 노인을 생물학적 연령이나 노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일정한 편견을 갖거나, 고정관념, 차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아무런 근거 없이 ‘노인은 쇠약하다’는 인식이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연령주의에 해당한다.
연령주의 지표를 통해 노인집단에 대한 사회구조적 차별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OECD 15개 국가 중 2위를 차지해 차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영역에서 나이 들어서도 일할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경제수준은 가장 어려운 특징을 보였다.
‘성공적 노년’ 강조하며 ‘실패’ 차별
김주현 교수는 한국의 생산성·능력 우선주의에서 비롯된 ‘성공적 노년’ 담론은 연령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노년기에 일을 갖지 못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실패한 노년’으로 낙인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김 교수는 그 사람이 살아온, 또는 앞으로 살아갈 생애과정의 맥락을 간과하고 ‘나이와 일’에 기초한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청년집단에 비해 노년집단은 다른 연령과의 연대와 통합이 익숙하지 않았다. 2017년 학자들의 연령통합(age integration) 인식 연구에서 청년집단(91.64)에 비해 노년집단(82.17)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에서는 상대 집단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속한 집단의 상황이 좋을수록 연령통합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노년층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면 청년층을 바라보는 노년층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온라인에서 노인혐오 표현 매우 심각
20~5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온라인에서 노인혐오 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고, 실제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노인혐오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아시아 유럽 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도모하는 아셈(ASEM)이 2019년 조사한 노인혐오차별실태조사에서 온라인의 노인혐오 표현에 대해 우리나라 20~30대의 87%, 40~50대의 82.7%가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노인혐오표현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20~30대의 82.0%, 40~50대의 88.6%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노인혐오 확산을 막기 위해 세대간 경험에서 오는 차이들을 존중하고, 노인들의 현실적인 필요에 귀 기울이면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년층도 나이로 인한 차별 경험
청년층도 나이로 인한 차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생활밀착연구소 ‘여음’ 차해영 소장은 청년 대상 인식조사 결과와 일터·지역사회 등 현장사례 소개를 통해 청년이 겪는 나이로 인한 차별 경험을 소개했다.
2018년 서울시 청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들은 나이, 위계 등에 따른 권위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배제에서 가치관 충돌을 크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핵심적인 가치를 다양성(22%), 성평등(20%), 인권(17%), 탈권위(15%) 순으로 답했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해서는 노년층이 청년층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권위주의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차해영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 문제 해결부터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위원회 등에 청년 할당제를 도입하는 한편, 거주기간, 경력 등을 기준으로 청년이 배제되지 않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년층·청년층 모두 비슷한 차별 경험
이번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노년세대와 청년세대 모두 경제적인 가치와 사회적 과업에 따라 평가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의 차별을 겪고 있으며, 따라서 세대연대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가족구조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해 세대 간 직접 소통 기회가 줄어들고,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을 경험하는 상황에 대한 진단도 나왔다. 언론·정치 영역에서 특정 세대집단을 하나의 속성으로 간주해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세대 안에서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지역사회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회 전 분야에서 세대 간 균형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일회성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조성, 사회참여 기회에서 노인·청년 등 당사자가 배제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제시됐다.
이밖에, 저출산, 부양 부담과 같은 사회문제는 특정세대의 과업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 조성과 함께, 세대 내 차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노인과 청년 모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성을 해치고 세대를 규격화·획일화하는 기계적인 통합을 지양하고, 실제 내면화된 연대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모두를 살리는 지향점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