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인구고령화의 여파로 최근까지 노동시장에서는 고령근로자가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른바 ‘일자리 세대갈등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고령근로자들이 20~30대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청년실업이 늘어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속성상 고령근로자가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자리 세대갈등은 없다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 지원책도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자리 세대갈등,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2회에 걸쳐 알아봅니다.
일자리 세대갈등론이 촉발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인구고령화로 인해 50대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청년세대의 불만과 위기감을 불러왔다.
2015년은 일자리 세대갈등을 촉발하는 통계가 사상 처음으로 나온 해다. 같은 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30대 취업자 수는 936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6.1%를 차지했다. 반면,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965만5000명(37.2%)으로, 20∼30대 취 업 자보다 28만6000명이 많았다. 50대 이상 취업자가 수가 20∼30대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2000년만 해도 20∼30대 취업자(1063만명)는 전체 취업자의 50.2%를 차지했다. 당시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486만명에 불과했다. 이후 11년간 20~30대 취업자는 50대 이상보다 100만명 이상 많았다. 하지만, 이 격차는 2012년 91만명을 시작으로 2013년 41만명, 2014년 5000명으로 급격히 줄다가 2015년 드니어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 5월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수는 45만5000명, 50대 취업자수가 10만명 각각 증가했지만, 경제 중추인 30대(-6만9000명)와 40대(-6000명) 취업자수는 감소했다.
노후가 불안해 정년퇴직 이후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베이비붐세대를 비롯한 고령자, 그리고 취업을 못하는 청년세대의 현실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 고령자 인건비 부담 회피 논리
노동시장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면서 우리나라도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60세 이상 정년’이 법제화됐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 도입도 보편화됐다.
그런데 정년연장 의무화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령근로자들의 근무기간 확대로 인해 경영악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일자리 세대갈등론을 확대재생산한 측면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일자리 세대갈등이 본격화되기 훨씬 전인 2012년, 대표적인 기업집단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청년실업과 세대간 일자리 갈등에 관한 인식조사’란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도입부부터 “대학 취업준비생의 3분의 2가 중·고령자 고용연장이 실시된다면 신규 일자리를 잠식할 것으로 우려함으로써, 향후 정년연장 문제에 따른 심각한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경총의 인식조사는 기업과 대학 취업준비생만을 표본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경총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도 2014년, ‘일자리 세대갈등 대안 모색’을 표면적 취지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시 전경련 측 인사들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기업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고, 특히 청년 일자리를 심각하게 잠식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율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세대갈등, 학문적 논의 무의미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세대갈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령근로자와 청년세대가 일하는 일자리 속성 상 일자리 세대갈등은 지나친 걱정이며, 실제로 일자리 세대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청년층을 선호하는 업종과 청년층을 기피하는 업종, 두 가지 업종에서 청년층의 임금이 낮아지면 청년층을 더욱 많이 채용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임금이 상승, 모든 업종에서 청년층과 장년층의 최적 배합을 선택하게 된다는 논리다.
생산증가로 노동수요가 증가하면 청년층과 장년층 모두 고용이 증가하고, 반대로 생산감소로 노동수요가 감소해도 청년층과 장년층 모두 고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세대간 고용이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는 것이 지배적인 논리다.
설사, 청년층 선호업종의 노동수요는 불변하고, 청년층 기피업종의 노동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청년층과 장년층의 고용이 모두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장년층이 더 많이 고용되기 때문에 일자리 세대갈등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일자리 속성 달라 갈등 이유 없어
우리나라는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고령층이 청년의 서비스업 일자리를 뺏을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같은 서비스업 일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정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청년층과 고령층의 서비스업 일자리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과 고령층 간 서비스업 일자리 분리도는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주요 선진국의 분리도 평균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143 정도로 나타났다. 분리도가 높을수록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가 겹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청년은 근무 여건 및 연봉 수준이 높은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등의 서비스업 분야에 몸담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청년층 취업이 음식점, 도소매점 등에 편중된 것과 다르다.
반면 국내 고령층의 서비스업 취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단순노무직에 편중돼 있다. 유럽의 고령층 취업이 전문과학기술서비스 등 유망·고부가 서비스업에 집중된 것과 역시 대조된다.
세대갈등론 넘어서는 해법 모색해야
서울시에 이어 부산시도 50대 이상 장년 일자리 확충에 나섰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모든 자치구에 50+아카데미를 마련, 일자리는 물론 인생2막을 보람있게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도 최근 일자리, 사회참여, 교육문화, 기반구축 등 4개 분야 16개 과제로 구성된 부산형 베이비부머지원계획을 수립했다. 부산시는 베이비부머의 주축을 이루는 50~65세 중장년층의 노후 재설계를 지원하는 ‘베이비부머 생애재설계 지원 종합계획‘도 수립했다.
일자리 세대갈등론은 허구로 밝혀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령층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이다. 고령층이 다양한 서비스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우리나라도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청년들이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유망·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해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결국 청년층 일자리 창출의 근원적 해법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