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 노인기준연령을 상향조정키로 했다. 2019년 10월 2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3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 가운데 각종 시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급변하고 있는 인구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총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노인기준연령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는 8월 2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기재부 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부처 ‘인구정책 TF’(팀장: )를 구성해 그간 논의한 결과를 종합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미 오랫동안 지속된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인구구조 변화 충격에 대한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인구정책 TF’를 통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구성된 1기 TF가 교육·국방·고용 등 경제와 사회 전반의 영역을 다룬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1기 TF에 이어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운영된 2기 TF는 1기에서 다루지 못한 신규과제를 발굴하는 한편, 1기 대책의 보완과 구체화를 위한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2기 TF는 고령산업반을 비롯해 인적자원반, 여성정책반, 외국인정책반, 국토정책반, 금융대응반 등 7개 작업반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줄어드는 인구에 대한 대응책이다

범정부 차원의 2기 인구TF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전요인을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로 구분해 다뤘다. 매우 낮은 수준의 저출산, 그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대응방안이 핵심이다. 즉, 인구감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란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한 것.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위기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4대 전략을 바탕으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4대 과제란, 인구감소 충격 완화를 위해 △첫째, 양적으로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둘째, 질적으로는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상했다. 고령화에 따른 구조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셋째, 지역공동화에 선제 대응하고 △넷째, 관련 제도와 산업을 재설계하는 전략을 수립키로 했다.

노인기준연령, 드디어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이번 2기 인구TF에서 20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노인기준연령 상향 조정이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간 괴리를 해소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올해 하반기 중에 ‘경로우대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논의하는 방법으로 노인기준연령을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경로우대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현재의 65세를 노인기준연령으로 고수하고, 그에 따른 혜택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연금은 올해에만 13조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노인일자리사업도 1조2000억원을 넘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인해 재정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됐는데,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기까지 프랑스는 143년, 독일 77년, 일본은 35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25년으로 단축했다. 그만큼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노인기준연령, 경로우대제도 개선을 선택한 이유는?

현행법 어디에도 노인기준연령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노인기준연령과 관련한 유일한 규정이 노인복지법에 포함된 경로우대제도다. 65세 이상 노인을 경로우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로우대제도 대상 연령을 올리는 방법으로 사실상 노인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경로우대 제도는 1980년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철도와 지하철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1982년부터는 65세 이상으로 연령이 낮아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65세 이상이면 현재 지하철은 100% 무임이고, KTX와 새마을, 무궁화 등 기차는 주중 3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고궁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증가로 인해 노인기준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노인기준연령을 올리기 위해서는 40년전 만든 경로우대제도를 손봐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노인기준연령 상향 조정, 이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여론이 높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올해 기준 0.92명이다. 38년째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 2.1명(인구대체율)보다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5180만명의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임여성 1명을 기준으로 2.1명을 출산해야 하는데, 0.9명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합계출산율 0.92는 전 세계 201개국 중 201위,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이하인 나라가 한국이다. 저출산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 14만3000명이며, 코로나19가 결혼·출산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는 인구감소가 발생하는 첫 번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 인구, 2028년부터 내리막 돌아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에서 정점을 찍고, 2067년에는 4000만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8년 3765만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67년에는 절반 이하인 1784만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생산연령인구 100명 당 부양인구를 말하는 총부양비도 2019년 37.6명에서 앞으로 50여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해 2067년 120.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올해부터 잠재성장률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규모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연구소는 지난 7월, 우리나라 총인구가 2017년 5267만명에서 2100년 절반수준인 2678만명으로 감소하고, 이에 따라 GDP 순위도 20위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절대인구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내수위축, 성장기반 악화, 부양부담 증가 등을 초래하고, 고령층 부양부담 증가에 따른 세대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65세 이상 통계, 연령대 별 세분화한다

노인기준연령 상향 조정 외에도 중요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고령층의 경제활동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진다. 현재 우리나라 통계 집계에서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마지막 구간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에 대한 세부통계가 없어 정확한 진단과 대안제시가 어렵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제활동조사에서 현재 ‘65세 이상’ 단일 고령자 그룹을 ‘65-69세’와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해 전국단위 취업자 수와 고용률을 집계한다.

둘째,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셋째,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령 근로자에 대한 고용 부담이 완화된다. 이를 위해 연공서열제가 아닌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넷째, 산업·금융·인프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고령친화적 환경이 조성된다. 고령친화산업과 금융을 발전시키고, 고령자 신체특성을 고려한 교통인프라도 정비된다.

정부는 최근 가속화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미래에 닥칠 충격을 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을 마련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