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생계급여에서 빼앗기는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른바 ‘줬다뺏는’ 기초연금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는 물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시정요구가 제기됐지만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소득에서 제외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인데도 국회와 정부는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장애인연금이나 국가유공자수당은 소득에서 제외시켜 불이익을 방지하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기초연금을 소득에서 제외하는 법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초연금 포기 노인 6만명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기초연금 신청을 포기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59,992명에 달했다. 기초연금이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적용되므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당연히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6만명이 아예 기초연금을 포기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 전체 49만명 중 12.3%에 이를 만큼 많은 수의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단념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포기한 어르신들의 비중도 2017년 전체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9.8%였으나, 2018년 10.7%, 2019년 11.4%에서 계속 늘어 올해는 12.3%에 달했다.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빈곤노인이 수와 비중에서 계속 늘고 있다. 기초연금 정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기초연금 탓 소득 올라 생계급여 삭감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이 기초연금 신청마저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급여를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삼는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초연금을 받아 소득이 오르면 그만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생계급여가 삭감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기초연금이 시행되고 ‘줬다뺏는’ 문제가 상당한 기간 동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다수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이 삭감돼 버리니 사실상 기초연금을 신청할 이유가 사라진다.
심지어 기초연금이 오를 때마다 기초생활수급자보다 형편이 나은 노인들은 기초연금 인상분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의 소득은 늘 제자리에 머무는 역진적 상황도 감수하고 있다.
의료급여마저 빼앗길까 기초연금 외면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면서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에게 생계급여만큼 중요한 의료급여 수급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의료급여는 생명과도 같다. 그런데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잡히면 의료급여에서 탈락할 수도 있어 일부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선 복지현장에서는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이 의료급여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초연금 신청 포기를 권장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역시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으로 전액 포함시키는 현행 방식이 낳은 문제다.
기초연금이 올라도 생계급여 삭감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의료급여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하여 차라리 ‘포기해야하는 기초연금’, 이 문제를 21대 국회에서는 해결해 달라는 것이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의 소원이다.
“국가, 기초생활수급 노인 포기한 것”
줬다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기초생활수급 노인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가가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문제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오랜 기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집회, 기자회견, 토론회, 면담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이 사회에서 당당하고 존엄하게 기초연금 수급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번번이 빈곤노인들의 기초연금 문제를 나중으로 미뤄왔다. 차상위계층과의 소득역전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어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제외해야
줬다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면 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소득인정액 규정에서 기초연금을 빼면 된다.
현재 장애인연금, 장애인수당, 아동보육료, 양육수당, 국가유공자수당 등은 소득인정액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기초연금도 이들 급여처럼 예외를 적용하면 해결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생계급여를 계산할 때, 근로소득의 30%는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만큼은 전액 소득인정액에 포함해 줬다뺏는 문제가 신청조차 포기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해마다 국회 국감서 논란…해법은 요원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당사자 노인, 복지·노인단체들이 오래전부터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다음 해 예산안에 10만원이라도 부가급여로 지급하는 방안도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소극적 입장과 국회 최종 과정에서 무관심으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정부와 국회는 기초연금 전액도 아니고 약 30% 금액이라도 별도로 인정하자는 제안마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현재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거나, 이게 어렵다면 일부라도 공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래야만 한국사회 가장 빈곤한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누릴 수 있고, 의료급여 탈락 우려 없이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만원 부가급여라도 지급하라!”
당사자인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올해 시작한 21대 국회가 기초연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회가 내년 예산에 10만원 부가급여라도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곧 2021년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된다. 지난 2018년, 2019년처럼 우선 10만원이라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그렇게 되면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가처분소득이 10만원 올라가고, 의료급여 탈락 우려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줬다뺏는 기초연금 해결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주역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에게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소의 지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