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일자리를 놓고 세대갈등이 격하게 번지고 있다. 숙련노동자가 필요했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이 투입된 스마트공장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미래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촉발된 세대갈등이란 분석이다. 사진은 현대차 노조 파업 장면. 사진=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정년연장 요구를 놓고 5060대인 베이비붐세대와 2030세대인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 초반 출생)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숙련노동자가 필요했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이 투입된 스마트공장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미래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자리를 놓고 세대갈등이 격하게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기아·한국GM 노조는 국민연금과 연계해 현재 만 60세까지인 정년을 만 65세까지로 연장하는 협상을 사측과 벌이고 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060세대, “신규 충원 않으니 정년연장해야”

현대차노조는 6월 24일 발행한 교섭속보에서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퇴직하지만 사측은 신규인원 충원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숙련도는 품질을 유지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는 조건없이 정년연장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현재 구조조정 대신 베이비붐세대의 정년퇴직으로 생산직 자연감소를 유도하는 입장에서 정년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4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자동차를 완전 전동화 생산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의 경우 전동화 생산이 이뤄지면 필요한 부품도 내연기관차보다 30% 가량 적어 인력이 지금보다 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 요구를 수용하면 신규 채용 여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30세대, “정년연장, 청년취업 가로막아”

현대차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대한 2030대 MZ세대의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와 생산자동화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에 숙련된 기존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취업 등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소속 MZ세대’라고 밝힌 한 현대차 직원은 6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노조는 말로는 5만 조합원을 대표한다면서 실제로는 향후 몇년 이내 정년퇴직할 1만 여명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회사를 짊어지고 키워야할 원동력인 MZ 세대를 버렸다”며 “MZ 세대의 미래 임금을 희생으로 정년만을 고집하는 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썼다.

이 직원은 글에서 “노조는 MZ세대들은 선배 조합원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위치에 있으니, 선배들의 정년 요구에 불만을 가지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며, “회사 직원 모두에게 임금은 생계 수단인데 MZ세대의 미래 임금을 포기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시행착오일까? 구조변화일까?…상당기간 갈등 예고

이에 앞선 지난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기존 생산직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임금체계와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이어지면서 사무·연구직 노조가 결성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사무·연구직 노조)은 4월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는데,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500여 명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직이 주축인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나서고, 상대적으로 소외 받은 20~30대 사무·연구직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었다”며,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와 기존에 누리던 기득권을 고집하는 5060세대의 대립과 갈등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