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중학생들이 전철과 지하철에서 노인을 폭행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고, 가해 중학생들이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법적 한계에 대해서만 집중보도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언론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은 축소 보도하고, 자극적인 악행만 크게 보도하는 성향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지탄받고 있다. 실제로, 언론이 일부 10대들의 일탈행위를 지나치게 확대재생산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교통서 중학생들이 노인 욕설·폭행
1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의정부경전철과 지하철1호선에서 중학생들이 노인을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하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돌면서 논란이 됐다.
이 영상들에는 ‘의정부 시내 중2 A군, B군, C군’이라는 내용과 함께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이 영상에서는 의정부경전철 내부에서 노인의 목을 잡고 폭행하는 장면, 또 다른 지하철 1호선에서는 노인에게 폭언과 욕설 끝에 폭행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의정부경찰서 조사결과 영상 속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의정부지역 소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서로 다른 13살의 중학교 1학년생 2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촉법소년, 또다시 문제로 떠올라
이번 폭행사건에서 문제로 지목된 것이 ‘촉법소년’이다. 가해 중학생들이 만 14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을 말한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서는 가정법원과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0 이상~14세 미만인 소년들은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했다. 촉법소년은 범죄 정도에 따라 보호 관찰 처분이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지거나, 죄가 무거울 경우 소년원으로 송치된다.
이번 폭행사건에서도 가해 중학생들이 모두 만 13세로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 입건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일반적인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가 부과된다. 특히,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어서 무조건 형사입건된다.
촉법소년 강력 처벌 요구 빗발
이번 지하철 폭생사건 이후 여론은 촉법소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촉법소년에 해당되는 청소년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태연하게 범죄를 일으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 10대 청소년이 온라인 직거래 장터에 ‘장애인을 판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 네티즌이 항의 메시지를 보내자 “미자(미성년자)여서 콩밥 못 먹는다. 생일 안 지나서 촉법”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실제로 경찰은 이 게시자가 만 14세 미만이란 이유로 보호처분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3월, 대전에서는 10대 청소년 8명이 무면허·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도 ‘경찰서 재낄준비’라는 제목과 단체로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려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소년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하철 폭행사건이 알려진 직후 ‘노인 공격한 07년생을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노인은 심한 폭력을 당했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제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촉구하는 등 소년법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촉법소년, “처벌 강화” vs “처벌 능사는 아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스스로가 촉법소년인 것을 알고 범죄를 반복적으로 범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을 개선하고 교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조장하는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부에서는 촉법소년제도를 악용하는 아이들까지 보호처분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나이가 아니라, 범죄의 경중으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란 입장도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관계자는 한 언론에 “촉법소년 중에서도 중범죄 비율은 낮다”면서, “일부 때문에 촉법소년 전체를 무조건 처벌한다고 하면 전과자로 살아가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부모의 보호력 부재도 문제”라면서, “처벌 강화 등 촉법소년에 대한 교화에만 집중하기보다 부모 등 보호자에 대한 충실한 교육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르신에 선행한 학생들은 축소보도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를 선호한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언론으로서의 존립과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부분의 언론은 사건의 내용과 함께 촉법소년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집중보도하면서 대중의 분노를 끄집어내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당시 이번 지하철 폭행사건 가해자들과 동갑내기인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골목에 쓰러진 노인을 보살핀 후 업고 집까지 모셔다드린 일이 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등굣길 학생들이 자신의 외투를 벗어 어르신에게 옷을 입혀 드려 체온을 유지했고, 이 어르신이 정신을 차리자 집을 물어본 후 업어서 모셔다드리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했다.
당시에 이 미담을 보도한 언론은 1~2곳에 불과하다. 즉, 10대를 포함한 젊은이들이 고령자를 폭행한 사건이 지나치게 확대 보도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 스스로도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인권·생명존중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 필요
사회적 약자의 인권·생명존중 교육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지하철 폭행사건은 여성학대나 동물학대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약한 노인이나 아동, 여성, 동물한테 푸는 행동방식이란 것.
국제동물보호단체 ‘포포스’에 따르면, 아동 학대자 80%가 동물학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동물을 학대한 사람의 7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고, 그 가운데 40%가 사람을 때린 적이 있었다.
폭력은 학습된 결과라는 관점도 있다. 가정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학대 행위를 접하면서 폭력성이 내면화된다는 것이다. 학대가 일상화되면 이를 학대로 인식하기란 힘들다. 특히 어릴 때 학대를 받은 사람일수록 다른 학대로 전이되기 쉽다. 정신의학에서는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사랑과 관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집착과 욕망에 매몰돼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사회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모든 생명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인이나, 여성,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