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정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국가기본계획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들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최일선 당사자들이 주체가 된 정의로운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정의동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탄소중립 녹생성장 위원회는 정부와 산업계의 앞잡이가 되어 지구 생태계를 파국적 기후 재난 상황으로 몰아넣고, 노동자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위협하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의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내용적 문제점은 단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계획임에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잔여 탄소 예산을 고려하지도 않았고, 이 정부 임기 내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다가 다음 세대가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 부정의한 계획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번 기본계획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하향해 줌으로써 오히려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장려했다”면서, “핵 산업계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어 수명 만료된 핵 발전소를 연장 운영하며 오히려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는 국제 사회의 흐름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자, 농민과 같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며, “산업계 대표를 비롯해 친기업적 전문가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위원으로도 다수 포진해 있고, 초안 수립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하는 위원은 전무하며 의견수렴 역시 요식 행위로 시늉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환경 위기와 노동 위기는 이미 파괴적으로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대규모 재난,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고용 불안은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도 없고, 노동자를 비롯한 최일선 당사자가 주체가 될 수도 없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정부의 실패를 방증한다는 것.
이들은 “지금은 이 조악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형식적으로 의결할 때가 아니다”며,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최일선 당사자들이 주체가 된 정의로운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위원회)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2023년 제3차 전체회의를 열어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부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