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을 알리고 싶어 합니다. 또 좋아하는 글을 나누고 싶어 하죠. 이럴 때 ‘낭독’의 효과를 빌립니다. 글에 강세(특정 부분을 세게 발음 하는 것)를 넣고 장단과 고저를 넣지요. 더해서 노래하듯 운율을 곁들여 전달합니다. 읽는 자신은 글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며, 잘 표현할 수 있답니다. 듣는 사람이 그 뜻을 제대로 전해 들으면 상호간 소통이 이뤄지지요. 이럴 때 낭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면접 스피치에서, 이야기 할머니들은 동화구연에서, 봉사자들은 목소리 녹음으로, 낭독은 여러 곳에서 많이 활용되지요. ‘낭독의 즐거움’을 강의하는 전직 아나운서 장승철 강사와 낭독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근대 이전에는 낭독이 관례였다. 그러나 요즘은 사적 영역이 중요시 되며 소리 내어 읽는 것은 교양 없는 행동으로 치부된다. 우리 조상들의 서당교육은 큰 소리로 읽는 것이 공부의 기본이었다. 낭독은 뇌 건강에 좋아 치매예방에도 좋다. 목소리도 좋아진다. 대화기술이 향상돼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낭독은 여러 가지로 유익하고 이용도가 높다.
Q. 일반 글 읽기와 낭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글 읽기의 사전적 정리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다 낭독이라고 합니다.
강의에서 낭독이란 개념은, 가장 먼저 글을 알고 이해하는 거죠. 그 이해한 걸 표현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겁니다.
막연히 글을 읽는다고 해서 낭독이라는 것에 저는 불만입니다. 낭독은 ‘말’을 배우는 거예요. 언어를 배우는 거죠. 글을 눈으로 읽을 때보다 입으로 옮겨 읽을 때 내용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잘 이해하게 되죠. 왜냐면 우리 귀가 듣는 느낌이나 감격의 폭이 깊고 넓어요. 읽는다는 것은 배우고 머리에 입력시키는 좋은 방법이거든요. 언어로 다시 되살려 내는 기능이 ‘낭독’이에요.
낭독에서 글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글 쓴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을 이해한다는 거죠. 그걸 사람 음성으로 다시 옮겨주는 건데, 자기 몸과 자기이해, 자기 생각으로 옮겨 나타내는 거죠. 예를 들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제가 읽는다면, 상대는 이효석이 아닌 제가 표현하는 ‘메밀꽃 필 무렵’ 을 듣는 거죠. 그렇게 제 마음이 잘 전달되면 소통하는 거고 공감하게 돼요.
Q. 낭독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이나 즐거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글을 읽으며 소리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이 있어요. 그걸 통해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는 거죠. 아픔이 있을 때 치유도 돼요. 저는 한마디로 낭독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좋은 글을 자기에게 읽어주는 개념이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고 큰 즐거움이죠. 또 상대에게 전달하는 즐거움도 있어요. 뜻이 분명하도록 잘 전달했으면 소통하는 결과의 기쁨을 느낍니다. 낭독자가 운율과 감정을 넣어 잘 읽어주면, 그것에 의지해 더 깊이 잘 이해하게 되는 거죠.
우리 한국말은 언어가 갖는 감각이 상당이 즐거워요. 그리고 그 감각이 피부적이에요. 우리말의 많은 부분이 의태어⸳의성어로 이뤄져 있죠.
글을 제대로 표현하고 잘 읽어 운율이 살아서 들릴 때, 그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아나운서들이나, 통의동 소나무 밑에 장기 두는 서울 노인들의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지금은 없어진 말의 장단과 운율이 살아 있어요. 마치 하나의 노래처럼 들리거든요. 일부러 시를 읽지 않더라도 말의 고저장단이 다 있어요. 낭독으로 그런 걸 되살리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죠. 요즘 젊은이들은 말을 빠르고 리듬감 없이 간단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기도 어렵고, 소통하기 힘들어지죠. 낭독은 우리말을 말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지요. 말은 생물이기 때문에 정감 없이 자꾸 바뀌어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은 안타까워요.
Q. 낭독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요?
자신과 타인의 공감과 위로와 소통이 필요한 곳이지요. 그 위로와 격려와 치유가 필요할 곳이구요. 환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리는 아주 좋은 거죠.
가장 먼저는 언어를 제대로 배우려는 자리예요. “낭독은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과정이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어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운율과 따르기로 정확하게 말을 하려면 낭독이 필요해요. 그래서 스피치를 공부하는 겁니다. 또 강의할 때나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할 때, 말을 잘 하고 싶을 때도 필요하죠.
자기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게 가장 좋은 일이에요. 아이나 배우자에게, 노인들에게, 그리고 밖에 나가 낭독으로 봉사할 수 있어요.
낭독은 스피치가 기반이니까 사회보기나 행사 진행 등, 활발한 언어활동이 필요한 곳, 정확한 전달력이 필요한 곳이면 다 쓰임새가 있어요.
Q. 낭독 강사 이전에 하시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방송사 한 곳에 입사해서 정년퇴직까지 있었어요.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부서 책임자로서 관리직도 하고, 춘천 본부장하면서 경영도 했죠. 울산 CBS 설립 역할도 했어요.
방송일은 대학1년 때부터 대학방송에서 시작했습니다. 퇴직까지 프로로서 일한 게 35년을 방송사에 있었죠. 그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아나운서는 수습 끝나고 나면 뉴스를 가장 먼저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교양프로그램과 FM음악프로그램, 스포츠 중계방송, TV쪽 등 안 해본 게 거의 없죠.
농담 삼아 “어디 장례식에 나가 중계하라면 모를 까, 안 해본 게 없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정말 대통령 서거를 중계했지 뭡니까. 말이 씨가 됐지요.
제 목소리는 타고 났어요. 이과 출신이라 다듬을 일은 없었죠. 저처럼 바탕이 있으면 쉬워요. 예전에는 아나운서 뽑을 때 목소리 좋으면 됐어요. 소리가 깨끗하고 맑으면 됐죠. 요즘은 개성 있고 전달에 특성 있는, 편안한 음성이 선호 받아요. 그러면서 듣기 좋으면 더 좋은 거죠.
낭독을 통해 제 일을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제가 방송을 배울 때는 교제가 없었어요. 그때 아나운서는 도제(장인으로부터 훈련받는 사람)교육이었어요. 앉아서 들으며 배웠죠.
요즘은 스피치에 관한 책들이 많아요. 그래도 노래나 운전처럼 이론으로는 안 돼요. 연습하고 훈련해서 반드시 몸으로 익혀야 하죠.
강의하는 일은, 제가 낭독으로 평생 일을 하면서 몸으로 얻은 경험을 같이 나눌 수 있어 좋아요.
Q. 낭독을 잘하려면 평소 어떤 습관을 기르면 좋을까요?
스스로 학습법이 있어요. 자기 낭독을 녹음해서 들어보는 거죠. 녹음을 들으며 어떤 게 좋은지, 나쁜지 체크하고 개선하며 자꾸 노력하는 겁니다.
또 생각을 많이 하고 그것을 언어로 옮기기도 중요해요. 반드시 여러 번 잘 읽고 뜻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좋아요. 그 다음은 표현하는 거죠. 뜻에 맞는 언어표현도 중요해요. 슬픔, 기쁨 등의 표현과, 역동적이면 빠르게 읽어요. 생각이 필요한 글이라면 듣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죠. 표현공부, 발성과 발음, 억양, 속도, 포인트 주기 등, 그러나 읽으면서 따지기는 어렵죠. 좋은 자세와 좋은 호흡 등을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좋은 낭독이란 특이함이나 어여쁜 말이 아니죠. 듣는 사람에게 가장 편안하게 잘 다가가는 것이에요. 가장 잘 정제된 말법을 따라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낭독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책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