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젊은 노인, 욜드(YOLD : Young Old). 5060세대들의 변화된 명칭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5060세대는 전체 인구의 31%에 달합니다. 이들은 앞만 보고 일하며 평생을 달렸습니다. 가족에 얽매어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욜드’로 ‘액티브 시니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젊은이 못지 않은 도전정신과 능동적 삶을 지향합니다. 인생 2막에서 삶의 주체가 돼 자기계발에 힘씁니다. 건강관리는 물론 운동도 열심을 냅니다. 특히 문화예술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퇴직 후 자녀에게 의지하는 예전의 노년세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지난 20일, 젊은 노인 ‘욜드’로 새로운 놀이문화의 선두주자인 유상모 ‘루덴스 쿱’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가 추구하는 놀이문화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놀이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한 계기는?
젊어서부터 상하수도 분야에서 42년간 종사했다. 현재는 토목설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분야에 성공적인 경력을 가졌다. 그러나 50이 다된 어느 날, 회사를 경영하며 성과에 매달리는 삶이 힘들었다. 재미도 없었다. 내면이 허전하고 답답함이 크게 밀려왔다. 우울증 진단을 받을 만큼 나만의 삶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시민연구공간인 ‘희망제작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10년 후 나를 상상하라’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인생이모작’이나 ‘카르페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노는 사람)’란 강의를 들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삶의 방식을 배웠다. 내 안에 잠자던 무엇을 깨운 것 같았다. 토목설계만 하던 사람이라 감성이 부족했다. 더 늦기 전에 남은 생을 즐기며 살자고 생각했다.
같이 강의를 들었던 동료가 취미생활로 탱고를 권했다. 나는 그동안 여러 가지를 즐겼다. 등산도 다니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산악자전거도 탔다. 그러나 탱고를 시작하고 난 후로는 ‘바로 이것이다’라고 깨달았다. 탱고를 시작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졌다. 뭔가 가슴이 시원해지고 설렘이 가득 했다. 자세가 좋아지니 몸도 건강해졌다. 삶이 즐겁고 활력이 생겼다. 그때부터 놀이문화가 5060세대에게 꼭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Q. ‘루덴스 쿱’은 어떤 모임인가?
‘루덴스 쿱(Ludens Coop)’의 의미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건강하고 유쾌하게 인생 후반의 삶을 즐기자는 의미다. 50+인생학교 수료 후, 그들과 탱고 커뮤니티를 결성했다. 탱고는 놀이문화 길잡이며, 매개체다. 탱고로 삶의 재미를 느낀 시니어들이 자신의 끼나 재능을 펼치는 커뮤니티다. 유희를 펼치기 전에는 각자 자신 있는 내용을 공유하며 배운다. 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몸 제대로 알기’를, 금융업에서 퇴직한 사람은 ‘금융상담’을, 그리고 영어를, 악기를, 공예나 미술을 공유한다. 연극 공연도 하고 탱고를 춘다. 이것이 놀이문화다. 지금 15년 정도 하고 있다.
Q. <루덴스 키친(LK)>을 만들게 된 계기는?
‘루덴스 쿱’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펍(pub)이나 레스토랑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자연스럽게 춤을 추거나,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곳이 필요했다.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 조직이 가능하다. 50+ 이용자들과 함께 계획했다. 1명이 100만 원씩 출자했다. 단박에 60명의 조합원이 생겼다. 불광동에 55평 정도 공간을 마련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루덴스 키친’이란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은퇴 후 새로운 사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난관을 겪어야 한다. 삶은 같이 가야 즐겁고 소속감도 갖는다.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로 ‘루덴스 쿱’이 있고, 그 펼침의 공간이 ‘루덴스 키친’이다.
‘건강한 음식과 유쾌한 삶을 누리자’는 모토로 시작했다. 결혼 이주여성들과 경력단절 여성들이 함께하는 ‘마을 무지개’와 협업했다. 그녀들이 음식을 만들었다. 오전 11시~오후 18시 까지 식사를 담당했다. 18시 이후에는 루덴스 협동조합이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했다. 파티도 하고 지역축제도 할 수 있다. 이때 뮤지션은 음향을, 사진촬영, 동영상 편집, 스토리 작성 등 놀면서 파생되는 일자리도 많다. 자기 콘텐츠를 드러내고 활용할 수 있다.
Q. ‘루덴스 키친’에서 ‘60 환갑파티’의 의미와 반응?
‘루덴스 키친’을 열어 놀이문화의 선두주자로 뭔가 던지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 먼저 ‘60 환갑파티’였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건강하게 60을 사셨다는 축하였다. 그러나 지금 60은 청년이다. 60갑자가 주는 의미는 크다. 100세 시대에 자신을 한 번 돌아보자. 이제부터 나머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액티브 시니어란 이름답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계발하고 살아야 한다.
이전 노년세대처럼 죽어라 일만 하고 자식들 의지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파티를 끝낸 주인공은 감동하며 좋아했다. 나이 먹었어도 또래들이 축하하는 생일파티에서 젊은 기운을 느꼈다. 새로운 각오도 생기고 의욕도 생겼다. 그런데 다음 사람부터 주변 눈치를 봤다. 누가 요새 환갑잔치를 하냐고. 선진국이 됐어도 남의 눈치를 너무 본다. 내 철학이 없다. ‘왜?’라는 의문과 사유의 힘을 기르지 못했다. 사회 일꾼으로만 성장해서 자기 삶을 살려 하지 않는다. 주어지는 방향대로만 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놓고 발전시키지 못한다. 60을 맞이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Q. 탱고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루덴스 키친에서 공연하는 의미는?
처음부터 탱고를 택한 것은 아니다. 우연히 탱고를 알게 됐다. 10년간 탱고를 춰보니 자세가 좋아지며 몸이 좋게 변화했다. 탱고는 신체활동이 많아 몇 시간 하고 나면 마라톤을 뛰는 정도의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지고 중성지방도 제거된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다 드러내는 춤이다보니, 본인이 느끼지 못했던 신체 영역들을 흔들어 놓는다. 뇌가 활성화돼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나온다. 잠재됐던 나를 느끼며 우울증도 사라졌다. 삶이 변화했다. 5060세대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 하나의 스포츠로 이해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바랐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는 치료약도 없다. 탱고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춤이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도모하는 테라피 요소가 강한 춤이다. 탱고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Q. 5060세대들의 춤추는 놀이문화에 대한 반응은?
지난 달 미국에 가니 한국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이다. 한국에 대한 반응이 대단하다. BTS의 춤과 노래는 세계 일등이다. 원래 우리 조상들은 춤추며 잘 놀았다. 농사에 두레를 조직하고 농악대와 탈춤으로 놀이문화를 즐겼다. 선비들도 놀이문화를 즐기며 춤을 췄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춤을 잊고 있다. 일만하느라 춤추는 걸 잊어버렸다. 춤추는 걸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한다. 그래도 남의 춤을 보며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춤에 대한 욕구는 있는 것 같다.
Q. 앞으로 ‘루덴스 쿱’의 계획과 방향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는 잠재울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로움과 고독사가 세계 1위다. 언젠가는 그 욕구를 해소하는 물꼬가 터져야 한다. ‘콜라텍’에서 많은 노인들이 춤을 추며 놀고 있다. 어르신들이 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원래 탱고는 외로운 사람들에 의해 생긴 춤이니까.
‘투덴스 쿱’에서 탱고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원하는 사람들끼리 놀면 된다. 활성화시켜야 한다. 남은 시간도 많지 않으니. 기회 봐서 놀이문화를 다시 일으킬 생각이다. 앉아서 일만 할 게 아니라 놀이도 하면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문학평론가 고영직 교수 말대로 ‘노년을 밥에 머무는 복지정책 대상’으로 보는 사회에서 노년은 ‘꼰대’로 남아있다. 이제는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는 주체’가 되어 ‘꽃대’로 늙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