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이공계 전공 여성들이 2019년 충남대 WISET사업단에서 ‘3D프린팅 전문강사 양성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충남대

[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지난해 여성 고용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근접했으나,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2년 연속 하락하며 어려움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졸업 당시 실업률이 높을수록 대졸 여성 취업자의 일자리 질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여성가족부가 1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마련한 ‘제9차 여성 고용실태 분석 및 정책과제 발굴 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겪은 지난 2년간의 여성 고용 변화를 살펴보고, 여성 경제활동참가를 높이는 한편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35~39세 여성 취업률 지속적인 감소세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1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취업자가 20만2000명 증가하면서, 여성 고용률(57.7%)이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57.8%)에 거의 근접했다”고 발표했다.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위축되며 어려움을 겪었던 20대 청년 여성이 회복을 주도했다. 20~29세 여성 고용률(59.6%)은 전년대비 2.8%포인트 상승하며, 2019년 수준(59.0%)을 웃돌았다.

지난해 연령대별 여성 취업자는 6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은 13만명이 늘었고, 20대 8만7000명, 50대 4만2000명 순이었다. 반면, 30대는 4만6000명, 40대 1만9000명이 줄었다.

특히, ‘정보통신업’과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서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높은 상용직 20대 여성 취업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20대 여성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산업은 정보통신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제조업, 교육서비스업 순이었다.

다만, 20대 여성 취업자는 상용직(+5만6000명) 외에 임시직(5만2000명)에서도 크게 증가함에 따라 경제위기 발생 시 고용충격에 더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

한편,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증가한 것과 달리 35~39세 여성의 고용률은 57.5%로, 전년대비 1.1%p 감소했다. 이 연령대 여성의 고용률은 2019년 59.9%에서 2020년 58.6%, 2021년 57.5%로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본격적으로 경험하는 연령대인 35~39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긴급 돌봄 등 돌봄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그 책임이 주로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졸업 당시 취업률 높으면 20대 여성 ‘직격탄’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곽은혜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침체기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의 경우 임금 등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고, 대졸 남성의 경우 구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곽 부연구위원이 ‘한국노동패널 1~22차(1998~2019년)’를 분석한 결과, 졸업 당시 실업률이 높다고 취업 가능성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졸업 당시 실업률이 높을수록 대졸 여성 취업자의 졸업 후 첫 해 시간당 임금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데, 졸업 연도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 대졸 여성 취업자의 졸업 후 첫해 시간당 임금은 3.8% 하락했다.

또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2005~2019년)’ 분석 결과에서도 졸업 당시 실업률이 높을수록 만 29세 이하 대졸 여성이 일시적 일자리를 가질 확률과 ‘전공 불일치’로 첫 직장을 그만 둘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졸업 당시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 만 29세 이하 대졸 여성이 일시적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1.3%포인트 상승했고, 첫 직장 이직 사유가 전공 불일치일 확률도 1.0%포인트 올랐다.

반면, 대졸 남성은 졸업하는 해의 실업률이 상승하는 경우 졸업 1년 후부터 취업 가능성이 떨어지고, 첫 직장 구직기간도 늘어나는 반면, 취업자의 경우 졸업 첫 해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상승하고, 일시적 일자리를 가질 확률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 개선 시급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 번째 발제에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가 성별업종분리 현상 해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선노력 부과 기준에 절대평가 기준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란 동종산업 유사규모 여성근로자 및 여성관리자 비율 평균의 70% 미달한 기업은 시행계획서, 이행실적보고서 제출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돼 여성 고용과 여성 관리자 비율을 소폭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AA 대상 기업의 여성 근로자 비율은 2019년 37.38%에서 2021년 37.78%로, 여성 관리자 비율도 2019년 19.76%에서 2021년 21.30%로 다소 늘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공업의 경우 평균 여성 근로자 비율은 10% 이하이고, 평균 여성 관리자 비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그런데도, 규모별·산업별 평균의 70% 기준만 충족하면 차별적 고용관행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시행계획서 작성 대상에서 제외돼 현 제도로는 성별업종분리 현상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여성 노동정책은 연령별 접근이 중요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여성은 생애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다르므로 여성 노동정책은 연령계층별 접근이 중요하고, 온라인 매개(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자영업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실업자의 공공직업알선기관을 통한 구직이 코로나19를 거치며 큰 폭으로 확대됐다”며 “공공직업알선기관의 취업지원서비스가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공공고용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혜진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저탄소·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충격이 예상되는 여성 일자리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산업전환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전면 개정돼 올 6월 8일부터 시행되는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바탕으로 기존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과 함께 재직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방지를 위한 경력단절 예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경제위기 시 여성들에게 고용충격이 집중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여성 일자리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여성 종사자 비중이 높은 취약 일자리 질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