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2015년 OECD가 나라별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38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임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결과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BLI(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26~28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상위 5개국의 특징을 살펴보면 숲이 많고 아름다운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 6위, 정치참여 10위, 주거 17위, 소득 24를 차지하고 있으나, 건강 35위, 환경 37위, 일과 삶의 균형 36위, 삶의 만족도 36위, 공동체 37위 등으로 건강과 환경, 삶의 만족도는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숲과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환경, 공동체가 붕괴되고 건강과 복지, 부의 분배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전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우리가 숲에서 힐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숲은 정신적으로 지친 현대인에게 여가와 치유는 물론, 나아가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곳이다.
산과 숲, 어느 쪽이 더 큰 개념일까? 우리나라는 전 국토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정도다. 이 때문에 산과 숲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과 같이 땅이 넓은 곳은 평원에 나무들이 우거진 곳, 즉 드넓은 숲이 있다. 따라서 산보다는 숲이 더 넓은 개념이다.
사람들이 숲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삶의 질적인 개선 방향으로써 숲은 건강과 치유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숲은 새로운 일자리도 제공한다. 산림기능사, 숲해설가, 숲체험지도사, 유아숲지도사, 숲생태해설사, 숲치유사 등이 숲을 이용한 새로운 일자리다.
이러한 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갖으려는 사람들이 적정한 보수와 여가를 즐기면서 일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지구 생명의 공동체, 핵심은 ‘숲’
숲은 나무와 풀과 동물, 곤충 등 수많은 생명이 모여 사는 터전이다. 한쪽 숲이 망가지면 다른 쪽 숲도 영향을 받아 망가진다.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우리나라의 숲을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연결돼 있다.
생명에 있어서 지구는 공동운명체의 장이다. ‘6Co2+6H2O → C6H12O6+6O2’
어려운 공식이지만 설명하면 이렇다. 6분자의 탄산가스와 6분자의 물이 녹색잎에서 빛에너지를 받으면, 광합성에 따라 1개의 녹말과 6분자의 산소를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잘 알려진 대로 식물은 사람에게 유해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탄산가스를 없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은 황사를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들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구의 나이는 45~48억년이다. 원시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수소, 질소, 그리고 수증기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산소는 없었다.
지구에 최초로 유기물이 탄생한 것은 40억년 전이다. 광합성 세균의 출현은 35억년 전이다. 이때부터 오존층이 만들어졌다. 오존층이 자외선을 차단했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된다. 광합성 생명이 생겨나니 산소가 생겨나고, 산소를 이용해 생명을 유지하는 생물들도 탄생했다. 육상식물이 출현한 것은 4억년 전이다. 숲의 역사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현재까지 살아있는 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는 ‘무드셀라’라고 이름 붙여진 ‘브리슬콘소나무’로 7800살이다. 그 다음으로는 수령 4800살인 가문비나무로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억년 전부터 멸종과 번성을 되풀이하며 나무와 숲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숲해설가는 산림교육전문가
숲해설가의 정확한 명칭은 ‘산림교육전문가’다. 산림교육법에 따라 산림청에서 인정하는 산림교육 전문기관에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다. 전국의 33개 전문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숲해설가는 연간 1000여명이 넘는다.
숲해설이란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진 숲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숲해설가가 되려면 전문기관에서 실기를 포함해 150시간 이상 숲과 관련해 공부하고, 수료한 뒤 정부가 지정한 시험을 통과해 산림청이 인정하는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힐링숲바라기’는 불교환경연대 숲해설가 전문과정을 수료하고 공인자격증을 취득한 회원 40~50명이 활동하는 강사단체다. 주로 어린이들의 숲체험활동인 여름어린이생태캠프, 명상교육, 숲길 걷기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힐링숲바라기(체험진행기관)는 사찰(공간제공자), 학교(요청기관)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숲체험을 시켜주고,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며, 체험 프로그램에 강사를 파견하는 일을 한다. 사찰에서는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숲을 개방하고, 학교는 비용과 체험 희망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한다. ‘힐링숲바라기’는 5년 전부터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년 체험학습을 함께 하는 학교가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숲해설가’ 직업, 정책적 배려 시급
1년에 1000명 정도가 배출되고 있는 숲해설가를 수용하기에는 일자리 수요가 많지 않다. 여기서 숲해설가란 숲체험지도사·유아숲지도사·숲생태해설사·숲치유사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목적은 숲 애호가로서 자기만족을 위해 또는 생태나 환경운동 등이 있다. 하지만 시니어의 인생이모작 직업으로서 숲해설가가 자리를 잡으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하고 개선방향은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 단순한 자격증 남발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군으로 그에 걸맞는 소득보장 방법, 특히 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과 같은 기업형 육성에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치유의 숲, 명상의 숲 등 트렌드가 된 힐링과 치유를 보다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소외계층 등을 위한 자발적 사회공헌과 재능기부의 한 축이 되는 활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