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별리고’ 사랑편지

순돌이 고향 안동시 남선면 덧티골에서 정하동을 지나 안동장에 간다. 조상 대대로 굶주린 소쩍새전설 따라 다니던 길이자, 누이가 가마타고 시집가던 길이다. 태어날 때부터 험하고 험한 꼬불꼬불 용버들 팔자를 받은 덧티골 사람들, 보따리 등에 메고 청운에 꿈을 찾아 떠나던 길이도 하다. 1998년 택지개발로 남선면을 떠나 안동시 정하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택지개발 과정에서 고성 이씨 이웅태 무덤을 이장하다가 발견 된 편지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약 430여 년 전 한글 구어체로 쓴 애별리고 편지다. ‘원’이란 아들과 뱃속에 둘째까지, 웃음꽃 가정에 남편은 갑자기 사병에 걸렸다. 남편을 살기기 위해 아내는 온몸을 바쳐 백방으로 뛰었다. 1586년 하늘나라로 갈 때 남편 나이 31세. 무덤에서는 천지신명께 치성 드린 부인의 머리카락에 삼을 섞어 짚신까지 나왔다.

<편지 전체 내용>

원이 아범에게/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이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 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절절하게 토한 애별리고편지, 너무 가슴 아픈 아쉬움에서 당시 아내의 마음을 그려 보았다.

<애별리고>

애별리고 원이아범 애별리고 원이아범/ 울부짖어 불어봐도 대답없는 님이시여

당신혼자 그먼길을 어찌그리 가시니껴/ 구구절절 긴긴사연 원이어멈 어쩌라고

당신없이 단하루도 나혼자서 못사니더/ 님이시여 님이시여 내~사랑 원이아범

저민사랑 텅빈가슴 월령~교 눈물편지/ 보고싶고 그리워요 내꿈속에 당신와서

못다이룬 우리사랑 속삭이고 속삭이다/ 새벽닭이 홰치거든 당신따라 나도갈래

당신없는 안동땅에 나혼자는 못사니더/ 애별리고 애별리고 내~사랑 원이아범

원이 아범, 어멈 하늘나라에서 오늘도 웃음꽃밭을 잘 가꾸시지요. 당신의 고향 안동 땅에는 8월 7일 입추가 지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찜통더위네요. 뭣에 미련이 남아 가지 않은지.

새글모음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
Captcha verification failed!
CAPTCHA user score failed. Please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