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족(작가 전영일). 은하수에 사는 고래들은 빛나는 별자리로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상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진=정은조

선선한 가을저녁, 10월말까지 서울 노원구 당현천에선 밤을 빛내는 작품들과 함께 색다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노원문화재단(대표 김승국)은 10월 14일부터 30일까지 노원구 당현천 2km 구간(상계역 수학문화관~중계역 당현 3교)에서 ‘은하수를 건너서’란 주제로 ‘달빛산책축제’를 연다. 이 축제는 당현천을 따라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새로운 야외행사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산책하며 즐길 수 있다.

개막공연 예술불꽃화랑의 ‘불도깨비’ 가 10월 14일 오후 막을 올렸다. 총 17명의 작가(팀)가 작품 110여점을 야외에 전시한다. 미디어아트, 빛조각, 오토마타(automata, 움직이는 기계장치), 설치미술, VR 콘텐츠 등 공공미술작품을 전시한다. 시민참여 프로그램 작품도 있다.

이번 축제 총감독인 전영일 작가는 “팬데믹으로 지난한 시간을 보낸 모든 분들께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야간 공공 미술제”라며,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라는 ‘반달’의 가사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현천 산책길이 은하수가 돼 시민들께 희망찬 미래를 찾아갈 수 있는 여정을 선사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수학문학관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이 전영일 작가의 별의탄생과 큰 고래자리다. 큰 고래자리는 4마리의 고래로 구성된다. ‘은하수에 사는 고래들은 빛나는 별자리로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김재성 작가의 ‘메이드 인 유니버스(Made in Universe)’는 빛나는 물고기(전갱이) 떼가 20m 구간을 헤엄치는 광경을 연출했다. 중간중간 천천히 회전하며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보는 사람이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아이들이 신기한 듯 물고기 전등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떠날 줄 몰랐다.

팔각정 앞 당현천 수중 설치된 정영두 작가의 ‘스타라이트 페스티벌(Starlight Festival)이란 작품이 있다. 정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시기에 대자연의 장엄함이 느껴지는 은하수를 보며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밤의 하늘을 형상화했다”며, “별의 모양을 운석으로 한 것은 시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명초등학교 앞 당현천에는 인송자 작가의 ‘시그널 오브 어스 라이브(Signal of Earth Live)’는 팬데믹 기간에 멀어진 소통의 끈을 씨줄과 날줄을 던져 묶는 놀이로 다시 엮어냈다. 상명초등학생들이 팬데믹 이후의 삶에 희망과 안녕을 기원하며 노원구민이 모은 끈, 줄, 리본 등을 던지고 받아 엮는 놀이로 구성했다.

종합안내소 앞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 화단에는 성동훈 작가의 ‘고목의 울림_소리나무’가 우뚝 서 있다. 자연의 요소-바람을 이용한 인터렉티브 요소가 가미된 움직이는 조각이다. 홀로 서 있는(Stand Alone) 형태의 나무 형상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기본 영감으로 출발한 작품이다. 오브제 중 풍경이 매달리게 되는데, 바람에 흔들리면서 잔잔한 종의 울림소리가 퍼진다. 밤에는 작품 내부조명으로 은은한 불빛을 발산한다. 작품 표면에 표현된 별전들의 구멍 사이로 환상적인 빛이 새어 나오면서 스테인리스 스틸의 재질을 반사하면서 나무작품과 위에 매달린 오브제들의 조화로운 빛깔과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이 작품은 영구 전시해도 좋을만큼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