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노인복지연구소 김익기 소장. 사진=추미양

[시니어신문=추미양 기자] 2025년,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노인 고독사가 갈수록 심해지고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정부는 노인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인복지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간단체도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익기(72) 전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가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동아시아에 적합한 노인복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고, ‘동아노인복지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김익기 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동아시아의 인구 고령화와 노인복지를 연구하게 된 배경은.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사회인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구 문제 중 인구 고령화에 관심이 많았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시절에는 북경에서 열린 국제인구학회(1987)에 참석해 발표도 했다.

인구 고령화 측면에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지역은 동아시아다. 한중일은 인구 아이템 중 세계 1위를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 중국은 노인인구, 일본은 노인인구 비율이 각각 1위다. 동아시아는 유교 문화권과 한자 문화권에 속해 문화적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눈에 띈다. 이런 관점에서, 동아시아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노인복지 모델을 개발하고 차이점을 비교 연구하게 됐다.

Q. 동아노인복지연구소 창립 과정, 그리고 지금까지의 활동은.

2013년 서울에서 세계노년학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한중 교류 역할을 하면서 동아시아의 인구 고령화 문제와 대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연구했다. 중국은 노인복지 분야의 하드웨어는 발달했지만, 소프트웨어는 미흡한 상태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점에 착안해 개인적으로 중국과 교류하면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사업 노하우를 소개하고 수출하려고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져 중국을 방문할 수 없게 됐다. 답답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고 연구를 멈출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동아시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인구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아노인복지연구소를 창립했다. 한중일 출신 전문가를 국제연구위원으로 위촉했다. 매월 줌(zoom)을 통해 동아노인복지포럼을 진행했다. 8월 6일에는 ‘노인복지를 위한 산림치유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14회 포럼을 진행했다.

Q.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노인복지 연구가 쉽지 않을텐데.

한중일 세 나라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국문 저서와 논문뿐 아니라 중문, 일문, 영문 논문도 다수 썼다. 4개국 언어로 강의도 했다. 어학 실력이 받쳐줬다(웃음). 일어는 미시간 대학(1992~1993) 교환교수일 때 학부 수업을 신청해 익혔다. 중국어는 일본 상지대학교(1999) 교환교수 후 귀국해 국내 학원에서 배웠다. 덕분에 중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환교수와 겸직교수(2005~2007) 기회를 잡았다.

동국대학교에서 정년퇴직 후 북경에 있는 중국인민대학의 석좌교수(2015~2019)로 활동했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노인복지, 사회조사방법론을 중국어와 영어로 강의했다. 중국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31개 성(省)을 모두 여행했고, 구석구석 중국인의 생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런 생생한 현지 경험 덕분에 중국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중국 대학 교수 친구도 여러 명 생겼다. 중국과 일본에 거주하면서 현지 교수들과 교류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 한중일을 아우르는 정보 교환과 공동연구를 하게 됐다.

Q. 향후 계획은.

노인복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남부 광시 좡족 자치구의 휴양도시이며 최고 장수마을인 ‘바마 야오족 자치현’에 휴양촌이 있다. 이런 휴양촌에서 우리나라 노인들이 제주도 한달살이처럼 관광과 휴양을 겸할 수 있는 일정기간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시도하려고 한다. 산림행정학회와 공동으로 노인복지를 위한 산림치유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고령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고령친화도시 모델도 만들고 싶다. 노인 대상 영상자서전 제작은 9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사진에 취미가 있다. 자동카메라로 찍은 중국의 길거리 풍경과 생활 모습 사진을 모아 사진집 4권을 출간했다. 앞으로는 한중일 노인복지시설을 사진으로 담아 비교하는 사진집을 제작하고 싶다. 2020년부터 수동카메라(DSLR) 조작법과 포토샵을 배우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