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한 카드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60대 이상 시니어계층의 편의점, 커피전문점, 피부미용, 반려동물 업종에서의 신용카드 이용횟수와 이용금액 모두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자기 관리와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를 비롯해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반려동물을 키우며 외로움을 달래는 시니어계층이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령화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고령화가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엿봅니다.
편의점, 노년층 이용객 크게 증가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고객 연령별 구성비에서 여전히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은 30.1%와 33.4%를 차지했다. 다만, 전체 구성비에서 20~30대 비중은 소폭 감소한 반면, 50대 이상 고객은 1년 사이 1.4%p나 증가했다.
50대 이상 고객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점차 편의점에 익숙해져 있던 기존 소비층의 연령이 올라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편의점이 취급하는 상품이 다변화됨에 따라 신규 고령층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편의점의 고객 연령별 구성비는 일본 편의점의 2000년도 초반과 유사하다. 일본 업계 1위인 Seven&I HD 기준 2000년도 당시 일본 편의점의 50세 이상 고객 비중은 16%에 해당했고, 20~30대 비중이 각각 36%, 19%를 차지했다. 그러나 점차 빠르게 고령화사회가 진행되며 현재는 50세 이상 고객 비중이 37%까지 증가한 상태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가 예상되며, 다만 고령화 속도를 감안했을 때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선 앞으로 노년층이 편의점 성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인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시니어 세대도 단거리 쇼핑을 선호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커피 업계, 시니어 소비자 반색
커피전문점은 가장 대표적으로 포화상태에 놓인 업종이다. 이 카드사의 조사에서도 전체 이용금액이 47% 증가하는 동안 가맹점 수는 55%나 늘어 점포당 효율이 낮아지는 추세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60대 이상 소비자의 이용금액 증가는 커피업계에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 3년간 60대 이상 소비자의 이용금액이 54%나 늘어나, 20대 이하(26%) 성장세의 2배가 넘었다. 60대 이상 소비자의 커피전문점 이용이 늘어나는 이유를 커피업계에선 2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입맛의 변화다. 그간 프림과 설탕을 섞은 이른바 ‘믹스커피’에 익숙했던 입맛이 원두커피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
둘째는 셀프 서비스에 대한 적응이다. 이제는 장노년층도 셀프 문화에 적응하며 커피전문점을 ‘사랑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미용, 노년층의 필수 아이템 성장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성향은 중장년 이후에 특히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피부·체형 관리와 같은 피부미용 업종에서도 노년층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60대 여성의 이용금액 증가세는 매우 가파르게 증가했다.
피부미용 업종에서 20대~50대가 이용금액을 13~25% 늘리는 동안, 60대 여성은 39%나 더 썼다. 60대 남성도 19%로 증가율이 평균 이상이다.
화장품 업계는 60대 이상 시니어계층이 이미 큰손으로 떠올랐다. 2015년 기준 국내 한 화장품업체의 방문판매에서 60대 이상 고객 수는 64만명. 전년(46만8000명) 대비 17만2000명(36.7%)이나 늘었다. 전체 고객 수 대비 점유율도 같은 기간 18.8%에서 25.2%로 커졌다. 경제력 있고 스마트한 액티브 시니어 고객이 증가하면서 화장품 업계의 주요 고객층이 젊은층에서 노년층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노년층의 미용부문 소비 증가세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올해 1~4월 60대 이상 회원의 피부미용 부문 주문 건수를 2014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화장품·향수는 67%, 미용용품 590%, 피부관리기기 518%나 급증했다.
반려동물 시장, 노년층이 주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노년층이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독거노인과 노인가구의 외로운 실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카드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노년층의 소비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동물병원에서 60대 이상 소비자의 이용금액 증가율은 62%나 된다. 20대 이하(28%), 30대(34%), 40대(32%), 50대(35%)의 2배에 육박한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올해 1~4월 60대 이상 회원의 반려동물용품 주문건수가 2014년 같은 기간 대비 71%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 반려동물용품 소비는 노인층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요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마트 반려동물 전문매장 인기
한 대형마트의 반려동물 전문매장의 경우 지난해 60대 이상 노년층이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과 2015년 이 전문매장 이용 고객을 분석한 결과, 20대, 30대, 40대 고객 증가율이 각각 -0.4%, -0.7%, -0.3%를 기록하며 역성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60대 이상 비중이 0.9%포인트(7.8%→8.7%) 상승했다. 50대 고객의 경우도 0.5%포인트(23.5%→24%) 증가했다. 성장세는 60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노년층에서 반려동물 시장 성장세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이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대중화돼 있는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묘지를 만들어 묻어주거나 자신의 납골묘 옆에 함께 안치하도록 보험을 들어놓는 게 반려동물 상조서비스의 핵심이다. 국내 상조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상조 관계자는 “가까운 기간 내에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일본과 유사한 패턴으로 흐를 것”
일본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시장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편의점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편의점은 사회문화적 변화가 집약된 작은 샘플 공간인 만큼 편의점에서 고령화의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편의점업계는 접근 편의성이 높은 장점을 최대한 살려 1인 가구, 특히 노년층을 겨냥한 맞춤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면서 편의점 사업 자체가 노년층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특히 일본 편의점 업계는 소비 여력이 가장 높은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와 상품 위주로 재빨리 변신했다. 그 결과 젊은층이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우리나라 편의점과 달리 일본 편의점은 ‘경로당’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노년층이 주고객으로 바뀐 일본 편의점은 시니어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일손 부족이 심각한데다 노년층 고객이 늘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려면 같은 세대인 시니어 인력 채용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은 사회문화적 변화를 가장 재빠르게 집약시키는 바로미터인만큼, 일본의 고령화와 이에 따른 편의점의 변화는 앞으로 고령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겪게 될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