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국회에서 잇달아 노인단체를 법정단체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논란이 됐던 대한노인회법안에 이어 ‘새시대노인회법안’도 나왔다. 2018년 1월 설립된 사단법인 ‘민주평화노인회’가 최근 ‘새시대노인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자진철회되기는 했으나 대한노인체육회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기 싸움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노인단체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대한노인회의 필연적인 쇠락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중랑구갑) 의원은 8월 24일 ‘새시대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새시대노인회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영교 의원 등은 제안이유에서 “기존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노인들을 대표하는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안녕에 일조한 공로가 상당하지만, 세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노인 세대의 특성이 뚜렷하게 바뀐 21세기의 소명을 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초고령사회, 건강한 노인의 등장, 사회 양극화 등 최근의 생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노인활동이나 노인운동에서 대한노인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새시대노인회법안은 ‘대한노인회법안’과 다르게 단체의 성격을 규정한다.
새시대노인회법안은 “새시대노인회는 노년세대가 지닌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노인의 자원봉사활동, 노인 대상 교육 및 문화예술 등 봉사활동, 세대간 화해·협력·상생을 위한 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노인회법안’은 대한노인회의 전국 조직과 해외 조직을 세세히 열거하며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의 지원을 받고는 있으나, 특수법인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여 노인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을 위한 활동에 있어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노인회법안’은 대한노인회를 복지수혜의 지원대상으로 규정하는 반면, 새시대노인회법안은 새시대노인회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새시대노인회법안의 내용은 현행 ‘대한노인회지원에 관한 법률’과 매우 유사하다. 우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새시대노인회의 지원을 위해 국·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대부 또는 양여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내용이나 조건에 대해서는 해당 재산의 중앙부처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새시대노인회 간 계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안은 이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새시대노인회에 대해 조직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 법인 또는 단체는 새시대노인회의 시설이나 운영지원으로 금전이나 다른 재산을 기부할 수도 있다.
이밖에, 새시대노인회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새시대노인회에 기부한 기부금이나 재산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을 주도록 했다.
구태 반성·혁신 없는 대한노인회 쇠락 예고
새시대노인회는 ‘민주평화노인회’란 명칭으로 2018년 1월 5일 행정안전부 인가를 받아 사단법인 설립을 마쳤다. 이후 3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본지 “민주평화노인회 공식 출범” 기사보기)
당시 세간의 이목은 민주평화노인회를 대한노인회의 대항마로 주목했다. 민주평화노인회 이사장은 ‘사상계’ 책임편집인을 역임한 김승균 씨가 맡았고, 상임이사는 장영춘 통일시대평화포럼 이사장,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등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수 색채가 짙은 대한노인회를 대체하기 위해 범민주세력이 ‘민주평화노인회’를 설립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태호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5월 발의한 대한노인회법안에 이어, 서영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새시대노인회법안을 잇따라 내놓은 것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시대노인회 또는 새시대노인회법안에 대한 관심보다는 대한노인회와 대한노인회법안에 대한 비난으로 귀결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3월 대선 및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노인표심을 잡기 위해 ‘장군멍군’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대한노인회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각종 비리, 횡령, 성추행 등 파렴치한 범법행위에도 불구하고, 반헌법적 ‘대한노인회법안’을 추진하는 현 집행부에 대한 강한 반발과 견제가 새시대노인회법안 발의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본지 “대한노인회법안, 압도적인 반대여론 확인”)
대한노인회 운영에 깊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독점은 부패를 낳기 마련이고, 자정 능력이 없는 대한노인회로서는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쇠락의 수순”이라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현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본인의 재선, 삼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대한노인회를 간신히 떠받치던 마지막 사회적 용인을 걷어차 버렸다”며, “두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떠나 사회적 요구를 외면한 대한노인회는 경쟁세력의 도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새시대노인회법안은 서영교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강은미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경남 양산시을)·김영배(서울 성북구갑)·문진석(충남 천안시갑)·양기대(경기 광명시을)·오영환(경기 의정부시갑)·임오경(경기 광명시갑)·장철민(대전 동구)·한병도(전북 익산시을) 의원 등 10명(성명 가나다 순)이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