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의 마을기업 ‘농부들의 카페장터’ 직판장. 사진=행정안전부

[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2030년까지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지역공동체 회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을기업’이 모든 마을에 생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확정하고 ‘1마을 1마을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지역문제 해결 및 소득·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마을단위 기업으로, 지난 2011년 처음 선보인 이래 현재 전국에서 1556개가 운영되고 있다.

행안부는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통해 공동체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전국 모든 마을에 마을기업을 만들어 향후 10년 동안 마을기업을 35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동체성 등 마을기업의 정체성 강화 ▲마을기업 발굴 및 판로 확대 등 안정적 발전 도모 ▲마을기업육성지원법 제정 등의 제도·인프라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공동체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마을기업 심사 시 공동체성의 비중을 확대하고, 마을만들기 등 그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공동체가 마을기업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또한 마을기업이 사업 성격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유형을 세분화해 지원해나가는데, 마을기업은 각각의 성격에 맞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마을주민 자율협의체인 주민자치회와 연계해 마을기업을 활성화하고,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다양한 공동체 관련 사업이 마을기업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계해 발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농어촌 등 청년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 청년마을기업의 지정요건을 완화해 청년이 마을기업의 또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마을기업의 판로를 다각화하기 위해 아파트공동체, 맘카페, 부녀회 등과 연계해 지역내 홍보·판매망을 구축하고 권역별 유통지원센터 등 판매망을 확대해 나간다.

마을기업의 법·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마을기업육성지원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중간지원기관 등 지원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전해철 행안부장관은 “마을마다 마을의 고유한 이야기와 주민의 수요를 담은 마을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마을기업이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공동체 회복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력단절여성·지역청년에 양질의 일자리 제공

아낌없이주는나무의 작업실 모습. 사진=주식회사 아낌없이주는나무

친환경 목재를 활용해 관광안내판, 등산로 이정표, 디자인형 울타리 등을 제작하는 울산의 마을기업 ‘주식회사 아낌없이주는나무(이하 ‘아낌나무’)’도 이처럼 소외된 경력단절 여성과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2019년에는 울산광역시에서 일자리창출우수기업으로 뽑혔고, 특히 올해는 ‘2020 모두愛 마을기업’에 선정되어 홍보·마케팅과 판로 확보 사업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1억원을 지원받았다.

아낌나무는 울산대학교 디자인학과 출신 봉사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2012년에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같은 해 행정안전부의 ‘우수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첫 해에 4억 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지역발전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데, 채수근 아낌없이주는나무 대표는 “기업이라면 이윤추구가 가장 우선이지만, 우리는 마을기업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마을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남성 중심의 지역내 일자리와 근무환경에서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들의 일자리가 너무나 한정적이었으며, 일자리에 대한 주변 고민을 해결하고픈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아낌나무는 직원을 채용하는데 있어 초기부터 다수의 경력단절여성을 고용했고, 제품을 제작하는데 중요한 친환경 원료 채색 인력도 여성 위주의 파트타임을 늘려가고 있다.

아울러 지역 청년창업자인 네오엔터테인먼트와 제페토 꿈의 공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매달 300만원을 지원하고 사무실과 공장무상임대 등으로 일자리 연계 나눔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아낌나무가 보유한 기술을 디자인이 필요한 다른 마을기업과 나누면서 지역의 마을기업이 사회적기업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가며 상생 협력해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사간의 조화를 우선시하면서 출퇴근과 노동시간 등의 조절로 경력단절 여성들이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힘쓰며 주민친화적인 일터로 운영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는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처럼, 직원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어야 비로소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행복하다는 것이 채 대표의 지론이다.

농산물 판로 개척, 누계매출 150억원 달성

조철호 하늘농부 대표(맨 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하늘농부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하늘농부 영농조합법인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위치한 하늘농부 영농조합법인(이하 ‘하늘농부’)은 “농부는 하늘”이라는 모토로 땀과 흙의 소중함을 식탁에 올리는 마을기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2004년에 친환경 농산물 생산공급을 시작하며 출발한 하늘농부는 그 동안 몇 번의 경영난을 겪었지만 ‘하늘농부 서포터즈’ 활동 등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이 결과 2016년 충북 모범 마을기업에 선정되고 2018년에는 사회적 경제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했을 뿐만 아니라,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고 이주민센터와 장애인복지관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지역 사회 공헌으로 지역을 품은 마을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92년 서울 한살림 실무자로 근무했던 조철호 하늘농부 대표는 농민들이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었던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고 한다.

특히 농약이나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 판로를 찾지 못해 일반 농산물과 동등하게 푸대접받는 시장을 목격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어 친환경 농산물을 매매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조 대표는 “하늘 같은 농부, 자연 같은 이웃이 더불어 잘 살기를 희망했고, 지금도 그러하다”며 사업 초기를 회상했다.

이후 2004년 9월부터 가톨릭 농민회·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을 통해 도시 소비자 회원 등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며 직영판매장을 운영했지만, 대형마트 등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직판장은 거푸 문을 닫았다.

하지만 ‘땀 흘린 농부와 흙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착한 농부와 도시 소비자를 잇는 역할을 하며 9년 정도 영농조합을 운영하던 조 대표는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하늘농부의 사회적 위치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을기업 지원기관 담당자를 통해 이 제도를 안내받고, 이런 형태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에 2013년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에 신청해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디딛게 된다.

조 대표는 “마을기업에 신청할 때 서류작성 등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선정된 후 고도화 사업과 제품개발비 지원 등은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맞춤형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2013년에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하늘농부는 오창의 채소 농가는 물론 인근 지역의 축산농가 등 충북지역 50여 농가와 직거래를 하며 청주시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올가홀푸드, 대형마트 등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면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또 참기름과 토마토즙 등 가공에도 뛰어들면서 2017년에는 누계 매출 100억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유기농 브랜드 ‘오가티움’을 출시하여 150억원의 누계 매출을 기록했다.

조 대표는 “마을기업 운영으로 친환경 농사를 일구는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한 점이 가장 뿌듯하다”며 “구성원들의 의지와 꾸준함을 전제로 한다면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