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계층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소비 주도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9월 카드(신용·체크카드) 이용내역 24억4304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사진=pixabay
시니어 계층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소비 주도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9월 카드(신용·체크카드) 이용내역 24억4304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사진=pixabay

오는 2025년, 우리나라가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부양 대상으로 여겨졌던 시니어 계층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소비 주도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9월 매일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카드(신용·체크카드) 이용내역 24억4304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시니어들의 소비 규모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50~60대 시니어 고객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는 데다,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 소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채널 환경에서 새로운 형태의 소비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기업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시니어 고객은 자산 규모와 여가시간, 소비 패턴,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소비성향이 매우 큰 만큼, 시니어 관련 경제 주체들은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니어 고객별 맞춤형 대응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시니어, 온라인 쇼핑 비중 증가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들은 아직까지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40대와 비교했을 때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이용이 훨씬 많았다.

슈퍼마켓의 경우 시니어 소비자 비중이 42.7%로 20~40대(13.4%)보다 3배 이상 높았고, 대형마트(15.5%)도 20~40대(5%)보다 3배 많았다.

이에 비해, 시니어들의 온라인 쇼핑(15.9%)과 편의점(14.4%) 소비 비중은 20~40대(각각 43.7%·30.1%)보다 훨씬 낮았다.

오프라인 매장 이용 비율이 높기는 하나, 65세 이상 시니어 계층의 온라인 쇼핑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조사에서 시니어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매업종을 세부적으로 보면 슈퍼마켓, 대형마트, 편의점에 이어 온라인 쇼핑이 가장 적었다. 하지만, 2020년엔 슈퍼마켓(42.7%)에 이어 온라인 쇼핑(15.9%)이 2위로 올라섰다. 이어 대형마트(15.5%), 편의점(14.4%) 순이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으나, 온라인 쇼핑에서 카드 사용이 부쩍 늘어났다.

카드 많이 쓸수록 온라인 이용도 많아

카드 이용금액이 클수록 온라인 쇼핑 이용도 잦은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쇼핑 소비 비중에서 월평균 카드 이용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시니어는 11.6%에 불과했지만,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시니어는 20.3% △200만원 이상인 시니어는 34.4%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매달 카드를 200만원 이상 이용하는 시니어가 100만원 미만 사용하는 시니어보다 온라인 쇼핑 이용이 3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비해 수퍼마켓은 카드 이용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시니어의 소비 비중이 47.3%로 나타나 카드 이용금액 200만원 이상인 시니어(25.7%)보다 1.8배 높게 나타났다.

외식업종의 경우 65세 이상 시니어들의 소비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일반 한식점(2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시니어 고객은 소매(40.2%), 외식(15.6%), 의료(15.6%), 이동(12.6%), 식료품(7.2%) 업종에서 카드를 자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니어 고객들의 소매업종 소비 비중은 월평균 카드 이용금액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이용금액이 큰 시니어 고객은 온라인 쇼핑 비중이 높은 반면, 이용금액이 낮을수록 수퍼마켓 이용 비중이 더 높았다.

야식집과 배달전문점 소비 비중은 1.7%에 그쳐 20~40대(31.3%)와 비교해 18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시니어, 의료·식료품 관련 소비 많아

수퍼마켓과 약국 이용이 많은 만큼 의료와 식료품 관련 소비도 많았다.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은 약국, 병원과 같은 의료 업종과 농수축산물점, 반찬 전문점 등 식료품 업종의 소비가 각각 15.6%와 7.2%를 기록했다. 이는 20~40대(각각 3.6%·1.7%) 대비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소매 업종에서 건당 소비 금액은 시니어 고객이 3만6069원으로 20~40대 2만7318원 대비 32%나 높았다.

이와 함께 운동 관련 업종 가운데 등산(27.3%), 낚시(8.6%), 골프(30.6%) 업종에서 1회 이상 소비한 시니어 고객이 20~40대(각각 7.0%·7.9%·17.8%)보다 많았다. 낚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등산은 3.9배, 골프는 1.7배 높았다. 특히, 카드 이용금액이 월 200만원 이상인 시니어 2명 중 1명(55.1%)은 골프 관련 업종에서 카드를 이용했다.

시니어 소비자의 운동 관련 소비 이력이 20~40대보다 높은 것은 65세 이상 고객들이 운동에 필요한 여가시간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시간, 시니어가 2시간 짧아

시니어 소비자 10명 중 8명(78.3%)은 오전 10시~오후 7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카드를 사용했다. 20~40대 10명 중 8명(74.9%)이 오전 11시~오후 10시 사이 사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소비시간도 시니어가 2시간 짧다.

시니어들이 전체 570개 업종 가운데 시간대에 따라 어떤 업종에서 카드를 사용했는지 봤을 때,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낮 시간에는 슈퍼마켓(11.5∼18.0%)과 약국(7.5∼10.6%)에서 카드를 가장 많이 썼다.

반면,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는 슈퍼마켓(20.7%)에 이어 편의점(6.5%)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는 온라인 쇼핑(16.6%)이 가장 많았고, 슈퍼마켓(14.6%)은 뒤처졌다.

연령대별 카드 사용 1건당 평균 이용금액은 65세 이상이 5만795원으로 가장 많았고, 50∼64세가 4만9540원이었다. 20∼40대는 3만2238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평균적으로 소득이 더 낮은 65세 이상 소비자가 1건당 소비금액이 더 큰 것을 두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사용 카드 수, 결제수단, 카드 이용자의 자산 규모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세대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시니어 소비자, 새로운 타겟 등극

최근 3~4년 동안 20~30대 MZ세대가 주목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높은 구매력으로 여유로운 장밋빛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니어 세대가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국계 광고회사(TBWA)는 시니어 고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별도의 팀을 꾸리면서 광고업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니어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니어 타겟 마케팅을 펼치려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고, 역동적이면서 도전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면서, 오피니언 리더로서 주변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50~69세 시니어 소비자들을 기존 노년세대와는 다른 ‘에이스’ 면모를 가졌다는 뜻으로 ‘A세대’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로 2030년엔 65세 이상 시니어가 전체 인구의 25%에 이를 전망이다.

KB국민카드는 “경제성장 주역으로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소비를 경험한 시니어 고객은 온라인 채널에서 새로운 형태의 소비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기업은 이들의 소비행태를 세밀하게 분석해 맞춤대응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