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초’ 국내 첫 치매예방 약초 큰 기대…동물실험서 인지기능장애 완화 확인

[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바위 위나 냇가에서 자라는 ‘기린초’가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은 자생식물인 ‘기린초’ 잎이 치매 증상의 하나인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전임상실험(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8월 19일 밝혔다.

기린초는 바위 위나 냇가에 자라는 돌나물과의 다년생 다육질 초본식물로, 식물 전체 또는 뿌리를 비채(費菜)라고 한다. 봄, 가을에 채취해 신선한 것을 사용하거나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애스쿨린(aesculin), 고시페틴(gossypetin), 퀘르세틴(quercetin) 등이 함유돼 있다.

피를 잘 돌아가게 하는 활혈(活血), 출혈을 멎게 하는 지혈(止血), 상처가 부은 것을 가라앉히는 소종(消腫), 독을 없애는 해독(解毒) 등의 효능을 지닌다.

이번 실험재료에 사용된 기린초 잎은 8월 채취한 것을 건조해 분쇄한 후 85℃ 온도에서 70% 에탄올로 추출해 용매를 제거하고 실험에 사용했다.

이번 연구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환자 수가 84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치매의 주요 증상인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식물자원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신경전달물질 관련 인지기능 개선 기능성 평가 실험을 통해 국내에서 자생하는 식물자원 추출물 180여 개 중 기린초 잎을 선발하고, 경희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시험관의 효소 활성실험에서 기린초 잎 추출물이 치매 치료제인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AChE) 저해제’와 비슷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AChE)는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이며, 대뇌피질과 해마에서 이 효소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아세틸콜린은’을 파괴하지 못하게 막는 정도를 나타내는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저해율은 기린초 잎 추출물 농도를 증가시킬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아세틸콜린은 신경조절인자로서 중추신경계에서 가소성, 각성 및 보상체계에 관여하고 고도의 정신기능, 운동 및 감각기능, 학습, 기억기능 등을 담당한다.

또한,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한 동물(흰쥐)을 대상으로 기린초 잎 추출물을 각각 저농도(100mg/kg)와 고농도(300mg/kg)로 14일간 투여한 뒤 모리스수중미로시험을 실시한 결과, 기린초 잎 추출물 투여 집단은 기린초 잎을 처리하지 않고 인지기능장애만 유발한 대조 집단보다 각각 24.0%, 25.9% 빨리 대피 장소에 도착했다.

모리스수중미로시험은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한 흰쥐가 수조에서 도피대를 찾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 공간학습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동물행동시험 방법의 하나다.

이와 함께,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동물 뇌 해마에서 면역화학염색기법을 이용해 인지기능 관련 단백질(p-CREB, BDNF)을 분석한 결과, 기린초 잎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은 대조 집단보다 각 항체에 반응한 세포 수가 증가해 기린초 잎 추출물 투여로 실험동물의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린초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인지능력 개선, 퇴행성 뇌질환 예방,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 및 제조방법이 특허등록됐다.

기린초 잎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의 식품원료목록에서 확인되는 재료로, 앞으로 농가 생산 기반만 갖춰진다면 식·의약 소재로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기린초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작용 원리와 원료 표준화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기린초의 건강 기능성이 확인됐으므로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체계도 개발해 농산업과 기능성 소재 산업의 연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동물실험을 담당한 경희대 심인섭 교수는 “기억력 장애 동물에게 기린초 추출물을 투여했을 때 장기기억과 공간학습 장애가 눈에 띄게 회복됐다”며, “기린초 추출물을 학습, 인지, 기억 장애를 개선하는 기능성 소재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충북 충주에서 자생식물원을 운영하는 김용연 씨는 “기린초는 친환경적으로 대량 생산이 쉬운 식물 소재이므로 수요가 늘면 농가 소득 증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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